대전에서 한 가족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대응을 위해 격리된 뇌경색 환자의 임종을 지키지 못한 채 편지로 마음을 대신 전한 사연이 알려져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17일 대전 을지대병원에 따르면 전날 오전 7시께 A(63)씨가 병원에 전화를 걸어 "아내에게 쓴 편지를 대신 읽어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A씨의 부인은 뇌경색 증상으로 을지대병원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었는데, 예후가 좋지 않은 상태였다.
메르스 90번째 확진자가 머물렀던 을지대병원 중환자실은 지난 9일 이후 '코호트(감염환자 발생 시 발생 병동을 의료진 등과 함께 폐쇄해 운영) 격리' 조치가 내려져 면회객을 받지 않고 있었다.
담당 간호사는 A씨가 전화로 불러주는 편지 글을 받아적은 뒤 오전 10시께 다른 간호사들과 함께 읽어 내려갔다.
을지대병원 측이 전해준 A씨의 글은 '남편이 ○○엄마에게 전합니다'로 시작한다.
'○○엄마, 나와 만나 38년 동안 고생도 하고 보람 있는 일도 많았는데 갑자기 당신과 헤어지게 되어 가슴이 미어집니다'라고 이어지는 글은 '평소 당신과 대화하면서 알게 된 당신의 뜻을 잘 새겨서 앞으로 자식, 손자들과 살아갈 것이오'라고 돼 있다.
A씨는 이어 '가난한 집에 시집와서 살림을 일으키고, 약한 아이들을 훌륭하게 키워내고, 못난 남편 회사에서 큰 책임자로 키워내고, 당신과 나의 노후 준비도 잘 진행했는데 아쉬움이 너무 큽니다'라며 '이 세상에서 있었던 모든 근심 떨쳐버리고, 천국에서 행복하게 남은 우리들을 지켜봐 주시오'라고 했다.
그는 '이 글은 간호사님을 통해 읽어 드리는 것이오. 간호사님께도 감사하고, 당신의 임종 지킴이오. 당신과 우리 가족 모두 간호사님께 감사드려요'라고 끝맺었다.
A씨의 아들과 딸도 각각 편지를 보냈다.
이들은 '엄마의 숨이 붙어 있는 이 순간 아직은 우리의 목소리가 들릴 거라고 생각해. 엄마의 손이 너무 추워도 우리의 마음은 계속 전해질 거라고 믿어'라고 했고, 엄마 사랑해요. 다음 생에도 엄마와 딸로 만나요. 엄마 사랑해요'라고 들리지 않는 외침도 보냈다.
'엄마, 엄마가 이루고자 했던 것들을 다 이루셨어요. 우리가 그건 계속 지켜 나갈 테니 걱정 말고 편히 잠드세요. 엄마, 외롭다고 느끼지 말아요'라고도 했다.
홍민정 을지대병원 중환자실 수간호사는 "편지를 낭독할 당시 (환자는) 편하게 계셨다"며 "간호사들이 편지를 읽다 눈물이 나서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고 상황을 전했다.
A씨의 부인은 16일 오후 세상을 떠났다.
A씨는 을지대병원 측에 "이렇게 해줘서 고맙다"는 말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