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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7등급' 대부업체도 대출 거절…저신용자들 '한숨'

경제정책

    '비정규직 7등급' 대부업체도 대출 거절…저신용자들 '한숨'

    서민 고금리 부담완화방안, '서민 대출길 막는 꼴'

    자료사진 (사진 = 스마트이미지 제공)

     

    # A(38) 씨는 지난 2011년 말 남편 회사가 부도가 났다. 설상가상으로 딸아이까지 아팠다. 병원비가 필요했다. 시중은행에서는 대출을 해주지 않았다. 부도가 나자 A씨의 신용등급은 9등급으로 떨어졌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대부업체를 찾았다. 며칠 뒤 대출 승인이 났다.

    # 지난해 4월 B씨도 대부업체 문을 두드렸다. 신용등급 7등급이었던 B씨는 은행과 캐피탈사 등에서 대출 거절을 당했다. 4대 보험이 되지 않는 비정규직이라는 이유에서다. 당시 아버지의 수술비 등으로 급히 쓸 돈이 필요했다. 결국 대부업체에 대출 신청을 했다. 며칠 뒤 승인됐다.

    금융위원회는 앞으로 대부업체의 최고금리를 현행 34.9%에서 29.9%로 낮추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A씨와 B씨가 대부업체의 대출금리가 떨어진 상황에서 다시 대출 신청을 한다면 어떻게 될까? 역설적이지만 이들은 대부업체로부터도 대출을 받기가 힘들어진다.

    정부는 서민층의 고금리 부담을 완화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실적으론 대출자체가 거부될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대부업체 한 관계자는 "대부업체 최고금리가 5%p 인하가 되면 대출 심사가 강화돼 A씨와 B씨는 대출 거절을 당할 가능성이 크게 된다"며 "결국 이들이 갈 곳은 불법 사채시장"이라고 밝혔다.

    ◇ 정부 "대부업체 최고금리 5%p 인하 여력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2일 '서민금융 지원강화방안'을 내놨다. 여기서 금융위는 대부업체들의 평균 대출원가와 당기순이익 규모를 감안하면 5%p 수준의 대출금리 인하여력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한 근거로 금융위는 자체적으로 분석한 개인대출전문 대형 대부업체 36개사의 평균 대출원가 결과를 삼았다. 2012년 말 대비 2014년 말 대출원가를 비교한 결과 대손비용은 1.60%p, 조달비용은 1.42%p, 관리비용은 0.08%p, 모집비용은 1.26%p 감소돼 최근 2년 동안 평균 대출원가가 4.35%p 줄어들었다.

    여기에 대출원가가 30%를 넘는 16개 대부업체 역시 관리비용 등을 평균수준으로 낮추면 금리를 30%미만으로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개인대출전문 대형대부업체 36개사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5212억 원으로 전년대비31.8% 증가했고, 대형 9개 대부업체가 지난해 광고비로 지출한 비용이 920억 원 수준임을 감안하면 대출금리 인하여력이 충분하다는 것이 금융위의 판단이다.

    금융위는 이번 대부업체 최고금리 인하로 약 270만 명의 대출자가 4600억 원의 이자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대부업 최고금리 인하의 영향으로 신용등급이 가장 낮은 9‧10등급 저신용자 8만~30만 명 가량이 대부업체에서 대출을 거절당할 것으로 예상돼 이들에 대한 대책도 마련하기로 했다. 저신용자 중 연체자에 대해서는 채무조정 지원을 강화하고, 연체가 없는 저신용자에 대해서는 정책금융 지원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 대부업체 "저신용자들 불법 사금융 시장으로 내몰려"

    대부업계는 상한금리를 내리면 소형 대부업자들의 폐업이 속출하고 신용등급이 낮은 서민들은 불법 사금융 시장으로 몰릴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2012년 말 NICE평가정보 기준 서민금융을 이용한 사람은 약 1872만여 명. 이 가운데 1286만 명 가량이 신용등급 5·6등급이다. 이들은 신용등급은 높지만 연소득이 3000만 원이 채 안된다. 나머지 586만 명은 7~10등급 대출자다.

    B씨처럼 7등급이거나 이보다 더 좋은 5·6등급의 신용등급을 가졌다고 하더라도 대출 거절을 당할 수 있는 사례가 생겨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도 저축은행과 여신금융, 대부업에서 77.3%는 거절을 당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이들 3대 서민금융기관의 평균 대출 승인율이 22.7% 수준에 그쳤다. 실제 2013년 6월 기준, 총 1604만 명이 이들 3대 서민금융기관에 대출신청을 요청했지만, 이들 중 364만 명만 승인이 됐다. 1240만 명은 거절을 당했다.

    {RELNEWS:right}법정 최고금리가 29.9%로 5%p 떨어지게 되면 3대 서민금융기관 대출 승인율은 더 낮아질 것이란 전망이다. 서민금융기관들이 법정 최고 금리가 낮아짐에 따라 대출심사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결국 서민금융기관에서 거절당한 이들은 불법 사채시장으로 내몰리게 될 것이란 논리다.

    대부협회 관계자는 "2010년도 일본의 최고이자율이 연 29.2%에서 연 20%로 인하됐는데 이후 소액신용 대출 대출잔고가 70% 급감하며 서민금융이 붕괴되는 상황에 직면했고 불법 사금융 피해가 확대돼 일본의 새로운 사회문제로 대두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서민은 주로 병원비, 생계비, 교육비 등에 쓰기 위한 생계형 급전 구하기에 더욱 어려워 질 수 있다"며 "서민 피해를 키우는 과도한 최고 이자율 인하는 자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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