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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풍백화점 참사 20년…'영화'로 기억하는 그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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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풍백화점 참사 20년…'영화'로 기억하는 그날

    영화 '가을로' '논픽션 다이어리'…"기억하지 못하면 반복할 수밖에 없다"

    삼풍백화점 참사를 주요 소재 중 하나로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논픽션 다이어리'의 한 장면.

     

    1995년 6월 29일 오후 5시 55분쯤, 서울 서초동 삼풍백화점이 무너져내렸다. 사망 502명, 부상 937명, 실종 6명…. 직전 해인 1994년 10월 21일 성수대교 붕괴로 32명이 목숨을 잃은지 1년도 되지 않은 때였다.

    삼풍백화점 참사는 총체적인 부실시공 탓인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이 참사 당일 오전 8시 5분쯤 A동 5층 바닥이 갈라지면서 붕괴 조짐을 보였지만, 백화점 측은 매출이 떨어질 것을 염려해 고객을 대피시키지 않았다. 지난해 발생한 세월호 참사를 떠올리게 만드는 대목이다.

    "기억하지 못하면 반복할 수밖에 없다." 삼풍백화점 붕괴를 다룬 영화 '가을로'(2006)와 '논픽션 다이어리'(2013)를 통해 그날의 기억을 끄집어내 본다.

    ◇ '가을로'…현실의 비극 녹여낸 극영화로 전하는 상실의 아픔

     

    사법고시에 합격한 현우(유지태)는 오랜 연인 민주(김지수)를 낯선 아파트로 초대한다. 그곳에서 장미꽃 한 다발을 든 현우는 "사랑한다… 영원히 지켜 줄게. 나랑 결혼해 줄래?"라고 수줍게 말하며 청혼을 하고, 민주는 행복한 표정을 짓는다.

    햇살이 유난히 강한 봄날, 결혼 준비를 위해 둘은 백화점에 가기로 약속한다. 하지만 급한 일이 생긴 현우는 혼자 가기 싫어하는 민주를 달래 백화점으로 보낸다. 급하게 일을 마친 뒤 민주에게 달려가던 현우는, 그녀가 먼저 가 있던 그곳이 순식간에 무너져내리는 것을 목도한다.

    그리고 10년의 시간이 흘렀다. 현우는 민주를 잃어버린 상실감과 그녀를 죽음으로 내몬 것이 자신이라는 죄책감 속에서 괴로운 나날을 보내 왔다. 시간이 흘러도 가슴에 새겨진 상처는 아물지 않았다. 웃음을 잃은 냉정한 검사가 된 현우, 맡고 있던 사건이 여론의 도마에 오르자 검찰청에서는 그에게 책임을 물어 단기간의 휴직처분을 내린다.

    그때 한 권의 노트가 현우에게 배달된다. 겉 표지에는 '민주와 현우의 신혼여행'이라고 쓰여 있다. 10년 전 민주가 현우를 위해 준비한 특별한 선물이었다. 깊어가는 가을, 노트에 적힌 코스를 따라 민주를 느끼며 현우는 여행을 떠난다.

    그런데 현우가 가는 곳마다 마주치는 한 여인이 있다. 그녀의 이름은 세진(엄지원). 그녀는 놀랍게도 노트에 적힌 민주의 이야기들을 현우에게 똑같이 들려 준다.

    로맨스 멜로 장르를 표방한 극영화 가을로의 모티브는 삼풍백화점 참사다. '사랑의 상실'이라는 보편적인 슬픔의 공감대가 현실의 비극을 품으면서 동시대성을 지닌 차별화된 로맨스 멜로를 빚어낸 셈이다.

    영화는 백화점 붕괴로 목숨을 잃은 민주라는 공통분모를 가슴에 품고, 서로를 치유하며 새로운 희망을 쌓아가는 현우와 세진의 인연을 담아내는 데 주력한다.

    이를 통해 영화 가을로는 여전히 그날의 악몽에 시달리고 있을 생존자들, 한순간에 혈육을 잃어 버린 유가족들의 슬픔을 오롯이 증언한다.

    ◇ '논픽션 다이어리'…한국 사회 뒤흔든 '사건들'의 치밀한 연결고리

     

    1994년 추석, 온 국민을 충격에 빠뜨렸던 지존파 연쇄살인 사건이 잠잠해지기도 전에 성수대교가 무너진다. 급기야 이듬해인 1995년에는 삼풍백화점이 붕괴된다. 1990년대 한국 사회에서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다큐멘터리 영화 논픽션 다이어리는 20여 년 전 한국 사회를 충격으로 몰아넣었던 지존파 사건을 경유해 성수대교·삼풍백화점 참사를 불러옴으로써 이 사회의 정치, 경제, 문화 전반을 들여다본다.

    지난해 논픽션 다이어리를 경쟁부분에 공식 초청한 영국 쉐필드 국제 다큐멘터리 영화제 측은 "자본주의 안에 내제하는 모순과 어떤 값을 치르더라도 자신들의 지위를 보존하기에 급급한 정치엘리트들의 잔혹한 비천함을 밝혀냈다"고 평했다.

    설치미술가이기도 한 정윤석 감독의 데뷔작인 이 영화는 당시 사건을 담당했던 형사, 변호사 등의 생생한 인터뷰와 서늘하고 충격적인 영상을 통해 20여 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유효한 우리 사회의 문제를 길어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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