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최고중진연석회의를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공세를 받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청와대가 국회 운영위원회의 무기한 연기를 요구하고,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이를 받아들이면서 국회가 파행 직전의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피감기관인 청와대가 운영위원장인 유승민 원내대표에 대해 품은 반감 때문에 여야가 합의한 결산 일정마저 무시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1일 "집안싸움에 국회를 끌어들였다"며 여권을 싸잡아 맹비난했다. 새누리당은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로 절실해진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위한 7월 '원포인트 국회'를 제안하려 했지만 야당의 '논의 거부'로 난항을 겪게 됐다.
◇ 與 "대가 먼저 운영위 연기 요구"…국회 의사일정 파행 가능성새누리당 조해진, 새정치연합 이춘석 원내수석부대표는 국회에서 만나 오는 6일 예정된 6월 국회 마지막 본회의 일정과 7월 임시국회 의사일정을 논의하려 시도했다. 그러나 결과는 '빈 손'이었다.
새정치연합 박수현 원내대변인은 "오늘 국회 운영위 일정과 관련해서 양당 원내수석이 만났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따라서 본회의 일정도 논의를 못했다"고 밝혔다.
박 원내대변인은 "청와대가 유승민 원내대표를 내쫓기 위해 국회 운영위를 연기시켰다는 이야기가 파다하다"며 "이제는 청와대가 국회 운영문제까지 마음대로 결정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며 비판했다.
앞서 양당은 메르스 및 가뭄 대책, 경제 활성화 관련 법안 처리, 추경 일정 등을 논의할 계획이었다. 조해진 원내수석은 회의 시작 전 "정부로부터 메르스, 가뭄, 경제 활성화를 위한 추경이 다음 주초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라며 "7월 추경을 위한 의사일정 합의를 야당과 잘 협의하겠다"고 했었다.
그러나 당초 2일 예정됐던 운영위 개최를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일방적으로 연기 통보하면서 여야는 의사일정을 논의조차 하지 못했다. 청와대 비서실 등의 업무보고와 2014회계연도 결산안 보고 등이 운영위 안건이었다.
조 원내수석은 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운영위가 파행되고 여야 합의가 불발된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내일 하게 되면 출석을 못한다는 것"이라며 청와대의 운영위 불참 입장을 전달했다.
청와대 입장을 수용한 김무성 대표에 대해 유승민 원내대표가 "이해하지 못 하겠다"고 한 것에 대해서는 "원내지도부 입장에서 당연한 것"이라며 6월 국회에서 결산안을 처리해야 11월 예산안 처리가 가능하다는 원칙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운영위 연기 요구의 주체에 대해 "선후(先後)가 청와대가 먼저 통보한 뒤 김무성 대표가 연기를 지시한 것이냐"는 질문에 "거의 비슷하다"고 답했다. 운영위를 '무기한' 연기한 주체가 청와대라는 사실을 시인한 셈이다.
◇ 野 "여권 집안싸움에 국회·민생 볼모삼아"새정치연합 이춘석 원내수석은 "약속을 뒤집었다"며 청와대와 새누리당을 강력 비판하면서 이미 합의된 '6일 본회의' 일정을 취소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이 원내수석은 "원래 운영위 (일정을) 합의하면서 청와대 측에서 '6월 업무보고와 결산보고를 7월로 미뤄줬으면 좋겠다'는 요구가 있어서 그것을 수용해서 7월 2일로 (보고 일정을) 합의했었다"고 설명했다. 이미 예정된 운영위 일정은 이미 한 차례 연기 요청에 따른 것인었는데도 청와대가 또 다시 일방적인 불참을 통보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