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병기 대통령비서실장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을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국회법 파동'으로 박근혜 대통령과 대립 중인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가 3일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우했다.
야당은 청와대가 '유승민 찍어내기'를 하고 있다며 맹공을 퍼부었다. 갈등의 배경이 된 국회법 개정안의 '위헌성'에 대한 반박, 정부의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초동 대응 미흡 등이 도마에 올랐다.
이 실장은 거부권 행사와 유 원내대표 배제를 연결 짓는 것은 '비약'이라면서도 개정 국회법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야당의 청와대에 대한 비판은 국회법 개정 취지에 대한 박 대통령의 입장 변화, 지난달 25일 국무회의에서 거부권을 행사를 피력하며 언급한 '배신의 정치' 발언에 대한 부적절성에 집중됐다.
야당 의원들은 박 대통령이 1998년 유사한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안상수안)을 공동 발의했던 거듭 부각시키면서 이번 거부권 행사의 모순을 지적했다.
3일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와 조해진 원내수석부대표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백군기 의원은 국회법 개정안에 찬성했을 당시의 박 대통령의 발언이 담긴 동영상을 튼 뒤 "국회의 권위를 바로 세우려고 굉장히 노력했던 대통령이다"라고 비꼬았다. 이 실장은 굳은 표정으로 침묵을 지켰을 뿐 별다른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같은 당 강동원 의원은 "2015년 6월 25일(거부권 행사일)은 박 대통령이 국회를 침공한 날"이라면서 특히 "형식적으로는 국회법 개정안을 거부한 것이지만 실제로는 국회를 거부한 '유신의 부활'"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야당 의원들은 특히 박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며 국회에 대해 '경제 살리기 법안 처리를 뒷전으로 한 배신의 정치'라고 했던 발언을 문제 삼았다. 이춘석, 진선미, 최민희, 이언주 등 운영위 소속 의원들은 한 목소리로 당시 발언을 작성한 청와대 인사가 누구인지 캐물으며 책임을 따졌다.
이에 이 실장은 "대통령이 표현할 수 있는 성격의 발언"이라며 박 대통령의 입장을 옹호했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박 대통령과 유승민 원내대표의 불편한 관계를 의식한 듯 국회법과 거부권과 관련해선 질의를 하지 않았다.
야당 의원들은 '배신' 발언의 배경으로 이재만·안봉근·정호성 비서관 등 이른바 청와대 비서실 '3인방'을 거론하며 이 실장이 이들로부터 '왕따'를 당하고 있다는 주장을 폈다. 이에 이 실장은 "(대통령과) 언제든 독대할 수 있다"며 "아직까지 3인방이란 말이 나오는 것에 자괴감을 느낀다"며 강력 부인했다.
야당의 공세가 거세지자 유 원내대표가 오히려 청와대를 방어하는 장면이 연출됐다. 유 원내대표는 "대통령에 대한 표현을 할 때 국회 차원에서 예의를 갖춰달라"며 "오늘 결산을 정상적으로 하기 위해 제가 이 회의를 소집하자고 그런 것이니 결산에 집중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메르스 초동 대응 실패에 대해서도 비판이 쏟아졌다. 야당 의원들은 박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