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국회법 개정안 재의결에 새누리당이 불참하며 투표소에 여당 의원들이 보이지 않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시행령에 대한 수정과 변경 권한을 강화한 국회법 개정안이 결국 의결 정족수 미달로 자동폐기 수순을 밟게 됐다.
211명의 압도적인 찬성으로 법 개정안이 통과됐건만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거부권을 행사하자 새누리당이 변심해 처리를 무산시켰다.
방식은 떳떳하지 못했다. 표결에 의한 부결이 아닌 불참에 의한 자동폐기, 즉 정면승부를 피하고 꼼수를 선택한 것이다. 찬성에서 반대로 손바닥을 뒤집는게 자기모순이어서 표결 대신 불참 방식을 택했을 수 있으나 헌법기관 답지 않을뿐더러 '새누리당은 청와대의 국회출장소'라는 비아냥과 조롱을 들을 만하다.
김무성 대표는 6일 본회의 표결 무산 뒤 "국민에게 송구하다"는 대국민사과문을 발표했다. 지난해 7월 전당대회 당시 '할 말은 하겠다'는 당청관계 변화 발언은 고비고비마다 이처럼 공허한 메아리에 그쳤다.
그동안 국회법 개정안 처리를 둘러싸고 청와대도, 야당도 3권 분립이 훼손됐다고 주장했다. 국회의 간섭으로 정부정책의 효율성과 일관성이 저해될 것이라는 정부의 우려도 일리 있고, 입법권 침해라는 야당의 외침도 가볍게 여길 수 없다.
법리적 해석과 정치적 이해에 따라 견해가 충돌하는 것은 민주사회에서 당연하다. 하지만 우리가 진정으로 우려하는 것은 대의민주주의의 훼손이다.
우선, 민주공화국의 국회는 국민의 대의기관으로서 국회의원 개개인은 모두 입법권을 행사하는 헌법기관인데 국민이 아닌 청와대의 눈치를 보며 신성한 권리행사를 포기했다는 것은 어떠한 이유로도 변명이 될 수 없는 비정상이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역시 헌법상 권한이니 이 또한 존중받아 마땅하다. 다만 배신의 정치를 말한 6월 25일 국무회의 발언은 단순한 거부권을 넘어 정치권 전체에 대한 독설이자 여당에 대해서는 위력행사로 해석됐다. 이를 기화로 전개되는 여권내 권력투쟁은 '오비이락'처럼 보이지만 치밀한 계산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국회로 넘어온 재의안의 처리 과정은 국민의 뜻과는 거리가 멀었다. 개정안은 일찍이 여야 국회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했고, 국민여론조사에서도 찬성이 반대를 크게 압도했지만, 새누리당은 갑자기 생각이 바뀐 이유에 대해 국민 앞에 솔직하게 설명하지 않았다.
"법제처에서 위헌이란 의견을 내고 대통령께서 거부권을 행사한 만큼 집권 여당으로서 그 뜻을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는 김무성 대표의 사후 설명만 있을 뿐이었다. 청와대와 대등하게 소통한 흔적도, 국민의 뜻을 살핀 흔적도 찾아볼 수 없는 우리 정치의 부끄러운 현주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