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만에 최대라는 북한의 가뭄이 최근 내린 비로 대부분 해갈된 것으로 알려졌다.
동포애와 인도적 견지에서 가뭄 피해 지원을 검토하겠다던 정부는 한 달 여를 말 그대로 '검토'만 하다 상황이 종료됐다.
10일 기상청에 따르면 북한 지역에는 지난달 중순부터 지역별로 소낙성 비가 내려 예년 평균 90% 수준의 강우량을 기록했다.
다만 사리원을 중심으로 한 황해도와 강원도 일부 지역은 여전히 가뭄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통일부 당국자도 전날 기자들에게 "북한의 황해도, 강원도, 함경도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가뭄 현상이 해갈된 것 같다"고 밝혔다.
제9호 태풍 '찬홈'이 북상하면서 주말부터는 북한 지역에도 많은 비가 내릴 전망이다.
정부가 검토 중인 대북 가뭄 지원은 필요 없게 됐고 오히려 수해 지원책이 필요할지 모른다.
문제는 정부가 우물쭈물하는 사이에 남북관계 개선의 아까운 기회를 놓친 것이다.
통일부는 지난달 12일 정례브리핑에서 "북측의 요청이 있을 경우에는 가뭄 피해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검토해나가도록 하겠다"고 했다.
그 이전인 같은 달 3일에는 인도적 지원 여부 결정에 앞서 실태부터 파악하겠다고 밝혔다.
북한은 지난해에도 가뭄 피해를 입었고, 이에 따라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지난 3월 북한을 식량부족국가로 재지정한 바 있다.
결과적으로 정부는 북한 식량난이 뻔히 예상되는데도 차일피일 결정을 미루다 말잔치로 끝내고 말았다.
물론 정부는 북측의 도움 요청이 있을 경우 돕겠다고 했고 북한은 도와달라고 하지 않았으니 정부만 탓할 수도 없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지금 같은 남북관계에선 우리도 가뭄 피해를 겪고 있고 북한의 구체적 피해가 파악되지 않고 있는데 정부가 먼저 나서긴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북한도 준다고 해도 안 받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어떻게든 남북관계를 개선하고자 하는 필요성을 절감한다면 천금 같은 기회를 무위로 돌렸다는 아쉬움의 목소리도 크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농경사회 전통을 갖고 있는 우리 민족에게 가뭄은 이유불문하고 도와줄 수 있는 것"이라며 "북한이 받든 안 받든 선제적으로 지원에 나서 남북관계의 가닥을 잡았어야 했다"고 말했다.
정부가 한 달 넘도록 결정을 못 내리고 있는 사이, 북한은 '남녘 동포' 대신에 이란에 가뭄 지원을 요청했다.
지난달 30일 이란 국영 IRNA통신 등에 따르면, 이란 주재 북한대사는 이란 적신월사 대표를 만나 박봉주 북한 내각총리 명의로 구호요청을 했고 이란 측은 "최대한 도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