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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확진 이틀만의 죽음…"국가와 병원이 죽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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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독] 확진 이틀만의 죽음…"국가와 병원이 죽였다"

    보건당국이 빠뜨린 173번째 환자, 병원도 당국에 책임 떠넘기기

    강동성심병원 (사진=홍성일 기자/자료사진)

     

    "국가와 강동성심병원이 사람을 죽였습니다, 메르스 확진 후 이틀 만에 돌아가셨다는 건 검사가 늦었다는 거잖아요."

    모친을 잃은 아들은 절규했다. 어머니를 살릴 수 있는 기회가 몇 차례나 더 있었다는 사실을 떠올릴 때마다 눈물이 쏟구친다. 보건당국의 허술한 메르스 격리 시스템과 병원의 안일한 대응으로 결국 소중한 '골든타임'을 놓쳤다고 아들은 울분을 토했다.

    CBS노컷뉴스 취재진은 최근 서울 강동구 모 아파트에 자가격리된 173번째 확진자 최모(70·여·사망) 씨의 아들 김형지(48) 씨를 만나 인터뷰했다.

    당시 김씨는 부인, 아들과 함께 자가격리 중이었지만 음성판정을 받은 상태였고 취재진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인터뷰를 진행했다.

    CBS노컷뉴스 취재진은 최근 173번째 확진자(사망)의 아들인 김형지씨의 집을 찾았다. 당시 자가격리 대상자였던 김씨의 집앞에는 '신종감염병 대응 보호복세트'가 놓여 있었다. (사진=CBS노컷뉴스 김광일 수습기자)

     

    요양보호사인 최 씨는 지난달 5일 서울 강동경희대병원 응급실에서 자신이 돌보던 환자의 보호자로 머물렀다. 이때 함께 응급실에 있었던 76번째 확진자로부터 감염된 것으로 보건당국은 뒤늦게 추정하고 있다.

    보건당국은 76번째 확진자와 같은 응급실을 사용한 다른 환자와 보호자들을 격리 대상자에 올렸지만 최 씨는 대상자에서 빠뜨렸다. 최 씨는 이후 지난달 10일부터 발열증상이 나타났지만 정부의 메르스 관리 대상에서 빠졌기 때문에 일반 폐렴 환자로 취급됐다.

    결국 폐렴인 줄 알았던 최 씨는 지난달 22일에야 뒤늦게 메르스 확진자로 최종 판정을 받았고 단 이틀만인 24일 밤 숨을 거뒀다. 질병관리본부는 "76번째 환자와 같은 응급실에 있었던, 최 씨가 돌보던 환자가 '이분은 평상시에 건강해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해 정보를 주지 않았다"고 책임을 최 씨가 돌보던 환자에게 떠넘겼다.

    하지만 메르스 3차 감염이 강력하게 우려되던 지난달 초중반 76번째 환자와 같은 응급실에 있어 격리 대상자로 분류된 환자들 얘기만 들을 게 아니라 강동경희대병원 폐쇄회로(CC) TV만 제대로 확인했어도 최 씨는 격리 대상자에서 빠지지 않았다. 결국 구멍 뚫린 병원과 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보건당국이 메르스 고통에 신음하는 최 씨를 뒤늦게 발견하고 손 쓸 기회를 속수무책 놓쳐버린 셈이다.

    ◇ 강동성심병원은 발열까지 있었던 최 씨를 왜 의심하지 못했을까?

    사망한 최 씨가 강동성심병원을 찾은 것은 지난달 17일.

    아들 김 씨에 따르면 어머니 최 씨는 이날 국민안심병원으로 분류된 강동성심병원에 별도로 설치된 선별진료소를 찾아가 "열이 난다"고 말했다.

    김 씨는 "의료진이 '메르스는 무슨 메르스냐'며 제대로 진단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메르스 확산이 본격화되던 6월 중순에 호흡기 질환이 있었던 환자가 발열을 호소했음에도, 메르스 보건당국의 격리 대상자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적절한 조치가 이뤄지지 못했다.

    만약 이날 강동성심병원이 최 씨에 대해 메르스 의심 검사를 철저하게 했더라면 최 씨가 이후 병원에서 수천명의 다른 환자 등과 접촉하는 사태도 미리 막을 수 있었다.

    최 씨가 메르스 확진자로 판정된 22일 이후에야 강동성심병원은 뒤늦게 최 씨의 동선을 파악해 보건당국에 보고했고 질병관리본부는 접촉 가능성이 있던 환자와 보호자 4,800여명에 대해 자가격리를 실시했다.

    골든타임은 몇차례 더 있었다.

    아들 김 씨는 "어머니가 선별진료소에 다녀온 당일과 다음날 일반 호흡기내과와 정형외과에서 외래진료를 받았다"며 "이 과정에서 채혈과 MRI 검사까지는 진행했지만 병원은 메르스 검사를 실시하지 않았다"고 울먹였다.

    확진 판정 이틀만에 어머니를 떠나보낸 김형지씨

     

    김씨는 이어 "외래진료를 두 번이나 받는 동안에도 열이 있었는데 왜 의사가 메르스를 의심하지 않았는지 지금도 알 수가 없다"고 성토했다.

    결국 최 씨는 발열에도 불구하고 허리통증이 심해 일단 18일 병원에 입원했다고 한다.

    이후 19일에도 열이 심하자 정형외과 의사가 아들 김씨에게 "메르스 검사 해보라"고 권했고, 다음날인 20일 오전 10시쯤 김씨가 병실을 찾아온 한 간호사에게 검사를 요청했지만 이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김 씨는 "어머니가 5인 병실에서 다른 환자들과 함께 지냈기에 더이상 메르스 검사를 주장할 수 없었다"며 "이때가 어머니를 살릴 마지막 기회였던 것 같다"고 눈물을 흘렸다.

    결국 어머니 최 씨는 이날 밤 호흡곤란 증세를 보이다가 산소포화도가 급격히 낮아지면서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병원은 이때까지도 최 씨를 일반 폐렴환자로 치료했고 중환자실에서도 메르스에 대한 특별한 조치 없이 다른 환자들과 함께 방치했다.

    ◇ 메르스 확진 판정 받기도 전에 "소생가능성 없다"는 '날벼락'

    김 씨는 어머니가 중환자실로 옮겨진 다음날 새벽(21일) 의사로부터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소생 가능성이 20%도 안된다는 거예요. 메르스 검사조차 못해봤고 당연히 확진판정도 없었는데,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중환자실 앞에서 대기하라는 거예요."

    김 씨에 따르면 어머니 최씨는 중환자실로 옮겨진 다음 날인 21일 오전에야 메르스 의심 검사를 거쳐 1차 양성판정을 받았고 22일 질병관리본부로부터 최종 확진판정을 받았다.

    그리고 단 이틀만인 24일 밤 10시 30분쯤 사망했다. 확진 판정 이틀만에 숨진 것은 최 씨가 유일하다.

    17일 병원을 찾았을 때 제대된 조치가 취해졌거나 76번째 환자 접촉자로 제대로 격리 대상에 올랐다면 살릴 수도 있는 생명이었다.

    아들 김 씨는 "환자 본인이 메르스에 걸렸다는 걸 몰랐더라도 전문가 집단인 병원에서 이를 밝혀줘야 하지 않는냐"면서 "젊었을 때 아버지를 여의고 혼자서 두 형제를 키웠는데…"라고 끝내 말을 잇지 못했다.

    이에 대해 강동성심병원 관계자는 CBS와의 전화통화에서 "173번째 환자가 17일에 병원을 처음 찾았고 다음날 입원한 것은 맞다"며 "하지만 다른 메르스 확진자가 있었던 병원을 거쳤다거나 열이 있다고 얘기하지는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해당 환자는 보건당국의 메르스 관리 등록 명단에도 없었다"며 "19일부터 폐렴 의심 소견을 보였고 방문력 확인해보니 강동경희대병원 다녀온 것도 없어서 일반 폐렴으로 치료를 했다"고 말했다.

    책임을 제대로 격리 대상자로 분류하지 못한 보건당국으로 떠넘긴 셈이다.

    9일 김형지씨는 다른 유족들과 함께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의 도움을 받아 국가와 병원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아들 김 씨는 9일 다른 유가족과 함께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의 도움을 받아 국가와 병원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의사들은 전문가 집단 아닌가요? 그런 거(메르스)를 밝혀내야 되는 게 의사들 아닌가요? 국가도 어머니에게 뭘 해줬습니까? 아들로서 그 부분을 말하고 싶어서 이 자리에 나왔습니다."

    제대로 된 치료조차 받지 못하고 작별도 없이 떠난 어머니의 억울함을 풀어드리겠다며 김 씨는 또 흐느꼈다. {RELNEWS:r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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