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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사각'에 놓인 80대 자매의 비극…복지체계 허점 여전

사회 일반

    '복지사각'에 놓인 80대 자매의 비극…복지체계 허점 여전

    • 2015-07-10 21:58

    관할 구청 "홀몸노인 아니라 매일 안 챙긴 것 같다"

     

    서울에서 단둘이 살던 80대 자매가 한 명은 숨진 채, 한 명은 탈진 상태로 수일간 방치된 채로 발견돼 사회복지시스템의 사각지대가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관할 자치단체는 이들 중 한 명만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이고, 친척과 정기적으로 연락이 닿았다는 이유로 밀착 관리를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10일 경찰과 소방당국, 서울 강북구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 50분께 강북구 수유동 한 빌라 3층에 함께 사는 최모씨 자매가 동생(83)은 부패한 시신으로, 언니(87)는 전신쇠약 상태로 각각 발견됐다.

    신고한 조카는 5일이 지나도 이들과 연락이 닿지 않자 구청에 신고했다. 조카가 아니었다면 언니의 생명도 위태로운 상황이었다.

    치매인 언니는 결혼하지 않아 가족이 없었다. 2년 전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신분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숨진 동생은 이 3층짜리 빌라 건물을 소유할 정도로 재력이 있었다. 조카와 자녀가 가끔 연락을 취했지만 숨진 뒤 시신이 심하게 부패한 뒤에야 발견됐다.

    동생의 정확한 사망 원인과 시점은 경찰 조사에서 확인되겠지만, 이들은 최소 5일 이상 관할 지자체 복지 담당자의 시야에서 벗어난 상태였던 것으로 보인다.

    강북구 관계자는 "홀몸노인에겐 매일 전화로 안부를 묻지만, 이들은 두 분이 함께 살고 조카와 자녀가 연락을 취하고 있어 그렇게 하지 않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가 최씨 자매가 사는 건물을 찾아가 보니 입구에서부터 심한 악취가 풍겼고, 집안에는 폐지가 널려 있어 마치 폐가 같은 모습이었다. 우편함에는 10년 전에 온 공과금 고지서도 있었다.

    인근의 한 주민은 "두 분이 이곳에서 상당히 오래 사셨는데 폐지를 주워서 건물 안에 쌓아두곤 했다"며 "그러다 보니 악취가 나 약 10년 전부터는 세입자도 빠져나가고 건물이 비어 결국 두 분만 살게 됐다"고 전했다.

    이처럼 할머니들의 상태를 제대로 보살펴 줄 이가 사실상 아무도 없는 환경이라면 비록 두 사람이 함께 살고, 한 명만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라고 해도 당국의 세심한 손길이 필요하지 않았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두 사람 모두 80세를 넘긴 고령에 건강이 좋지 않고, 더구나 한 명은 치매이기까지 한 상황에서 불상사가 벌어졌을 때 제대로 대응할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동생은 고령에 기력이 없어 실내에서만 생활하다가 질병사했고, 언니는 치매 환자라 신고를 못 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서울 송파구 '세 모녀 자살사건'으로 정부가 이른바 '송파 세모녀법'으로 불리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을 개정까지 해 이달부터 시행에 들어갔지만, 복지 사각지대 관리에 대한 허점이 여전함을 여실히 보여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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