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천정배 무소속 의원, 김두관 전 경남지사, 정동영 전 의원 (자료사진)
야권을 중심으로 신당설이 강하게 제기되는 가운데 무소속 천정배 의원을 중심으로 정동영 전 의원, 김두관 전 경남지사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3각 연대를 위한 물밑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천 의원이 전남·광주 지역을, 정 의원이 전북지역을, 김 전 지사가 경남지역을 총괄해 3개 지역을 묶는 연대방식이다. 이런 움직임은 4.29재보선에서 당선된 뒤 신당창당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대해 "신당을 만든다면 전국정당이 될 것"이라는 천 의원의 발언과도 맥을 같이한다.
천 의원과 가까운 한 야권 인사는 10일, CBS노컷뉴스 기자와 만나 "실무차원에서 세 사람이 각자의 지역을 기반으로 연대하는 방식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이렇게 될 경우 야권 재편 과정에서 적지 않은 영향력을 끼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대중 정부 시절 '천신정(천정배·신기남·정동영)'이라는 이름으로 정풍 운동을 일으킨 주역인 천 의원과 정 전 의원은 이후 한미FTA(자무무역협정) 반대에 대해서도 한목소리를 낸바 있다. 이 과정에서 노무현 정부의 잘못을 지적하면서 지금의 친노그룹과 멀어졌다.
두 사람이 야권 재편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지만 정치적 노선에서는 다소 차이가 있다는 게 현재로서는 변수가 될수 있다.
다만 정 전 의원이 '좌클릭'하며 진보정당을 표방하는 '국민모임'에 몸 담으면서 중도 개혁성향인 천 의원의 정치노선과 다소 차이를 보인 점이 변수라는 얘기다.
천 의원 측은 "정 전 의원이 국민모임측과의 관계정리가 먼저돼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고, 정 전 의원 측도 "이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다른 관계자는 "두 분이 이런 작은 노선 차이 정도는 충분히 넘을 수 있는 관계"라고 전했다.
정 전 의원이 정치 행보를 시작하면 전주에서 임종인·장세환 의원들과 함께 연대할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장세환 의원은 천정배 의원과도 가깝다.
또 천 의원과 김두관 지사는 정치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4.29재보선 과정에서 김 전 지사는 천 의원을 적극 도왔을 뿐더러 이후에도 자주 만나 야권재편에 대한 논의하고 있다.
천 의원은 "두 사람은 사실상 정치적 동반자 관계"라며 "앞으로 같이 갈 것"이라고 말했다.
천 의원의 고교·대학 후배인 정의당 서기호 의원도 천 의원쪽에 합류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천 의원은 사석에서 "서 의원 같은 분이 당선돼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서 의원은 현재 목포에서 내년 총선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서 의원측은 "천 의원쪽과 전혀 논의한 바 없다"고 말했다.
천 의원 측은 여기에다가 손학규 전 민주통합당 대표, 김부겸 전 의원, 안철수·김한길 전 대표 등도 영입해 야권 재편을 위한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RELNEWS:right}
김부겸 전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기존의 그루터기를 없애버리면 안된다"면서 천 의원측에 합류에 대해 난색을 표하면서도 "혁신위가 야권 재구성을 하는 방안을 논의할 틀을 만들어 달라고 요구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정치혐오가 심각한 상황에서 현 상태만을 유지하려고 하면 큰 어려움이 닥칠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아직은 몇가지 변수가 남아 있지만 DJ 시절 '천신정'에 버금가는 '천정김(천정배-정동영-김두관)'의 3각 연대가 뜰 토대는 충분히 무르익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