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사진)
한국석유공사 등이 추진해온 해외자원 개발사업이 '자원의 안정적 확보'라는 취지를 이탈해, 단순한 지분참여 사업으로 변질됐다는 감사원 감사결과가 나왔다. 석유의 경우 우리 측 지분의 0.4% 수준인 220만 배럴만 국내로 반입됐다.
감사원은 14일 해외자원 개발사업 성과감사 중간발표를 통해 "1984년 예멘에 대한 석유개발 사업 진출 이래 지난해까지 169개 사업에 35조 8,000억 원이 투자됐고, 앞으로도 이 중 48개 사업에 46조 6,000억 원을 추가 투자된다. 그러나 사업의 본래 목적인 자원확보는 미미한 채, 자원공기업의 재무위험과 국민부담만 가중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감사원 제공)
감사원은 석유공사와 한국가스공사, 한국광물자원공사 등 3개 공기업과 산업부, 기재부를 대상으로 지난달까지 3개월간 감사를 실시했다.
감사원은 일단 해외자원의 확보라는 사업의 기본 취지가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2002년부터 지난해까지 각 에너지 공기업이 국내에 도입한 물량을 검증한 결과, 석유공사는 전체 사업에서 확보한 지분(생산량 5억배럴) 대비 고작 0.4%인 224만배럴만 국내로 들여왔다.
광물공사도 지분 생산액의 31.5%인 36억 7,000만달러를 도입했지만 지분만큼의 자원을 도입하는 데는 부족했다. 가스공사는 지분 생산량 9,303만배럴의 66.5%인 6,187만배럴을 도입해 가시적 성과가 컸으나, 이는 이미 장기구매계약을 체결한 생산사업에 대한 지분투자 물량까지 포함한 결과로 파악됐다.
자원 도입실적이 미미한 이유로는 자원보유국의 국외반출 통제나 공기업들의 자원처분권 확보 미비 등이 꼽혔다. 석유공사는 미국 정부의 반출승인 없이는 국내 도입이 어려운 미국 앵커사 투자 등 10개 사업에 5조 7,000억원을 투자하고 있었다.
가스공사도 파이프라인으로 인근국에 공급하게 돼 있는 미얀마 가스전 등 5개 사업에 1조 8,000억원을 투자했고, 광물자원공사는 국내 자급률 100%인 석회석을 생산하는 중국 장가항 광산 등 8개 사업에 3,043억원을 투자했다.
감사원은 "산업부는 석유, 가스공사 지분 생산량인 하루 29만 9,000배럴 중 79%인 하루 23만 6,000천배럴을 비상시 국내 도입할 수 있다고 하지만, 타국과의 장기판매계약이나 해당국의 법령 제약 등을 감안할 때 현실적 가능물량은 24%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감사원은 또 "보유국의 반출통제 등으로 자원의 국내도입이 곤란하자, 공기업들은 자원 확보보다는 단순한 지분참여 위주로 사업을 변질시켰다. 이에 따라 해외광구 지분인수를 통한 외형확대에 치중하게 됐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같은 방식의 사업도 부실해지면서 자원개발 사업 전망 자체를 흐리고 있다는 데 있다. 감사원은 석유공사의 하베스트 투자 등 7개 사업에 대해 투자비 회수 실적이 없는데다, 수익성 전망도 낮아 사업의 계속 추진을 회의적으로 평가했다.
감사원은 "석유공사의 하베스트, 가스공사의 아카스 가스전, 광물자원공사의 볼레오 동광 등 각 공사의 주력 사업들은 유동성 위기, 대규모 손실위험 등을 겪고 있어 사업근간이 흔들릴 위험이 있다"며 "이런데도 기존 48개 사업에 46조 6,000억원의 추가투자 계획이 있어, 그대로 진행된다면 종국에는 커다란 재무위기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다.
감사원은 이에 따라 자산관리합리화 모델을 개발해 제공하는 등 각 공사의 자산 구조조정을 비롯한 자구노력을 권고하기로 했다.
(사진=감사원 제공)
한편 감사원은 "과거의 잘잘못을 가리기보다는 그간의 성과를 객관적, 종합적으로 분석해 '자원의 안정적 확보'라는 본연의 목적에 충실하도록 대안을 제시하는 데 중점을 뒀다"며 '책임자 처벌' 방침이 없다고 밝혔다.
감사원 관계자는 "최경환 당시 지식경제부 장관의 책임을 물을 단서나 증거는 없었고 검찰의 중간 수사결과도 그랬다. 처벌을 위해서는 상당 복잡하고 실질적 조사 진행돼야 하지만, 이번 감사는 상당히 많은 사업을 대상으로 분석하는 성과감사였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