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 시원히 짚어 줍니다. [Why뉴스]는 CBS 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를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박재홍의>
■ 방송 : 권영철의 Why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30~09:00)
■ 진행 : 박재홍 앵커
■ 대담 : 권영철 CBS 선임기자
지난해 11월 7일, 세월호 참사 206일 만에 특별법과 정부조직법, 유병언법 등 이른바 '세월호 3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됐다. (사진=윤성호 기자)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가 진상조사에 착수도 하지 못한 채 삐걱거리고 있다.
특별법이 발효되고 시행령이 제정됐지만 정부(기획재정부)는 지금까지 단 한 푼의 예산도 집행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조대환 부위원장이 이석태 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하면서 결근투쟁을 벌이고 있어 '세월호 특조위'가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그래서 오늘 [Why뉴스]에서는 "정부는 왜 세월호 특조위에 예산 한 푼도 안 주나?"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Why뉴스 전체듣기]▶ 특조위가 출범한 게 언제인데 예산을 한 푼도 안 주고 있다는 거냐?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회의 모습 (사진=세월호 특조위 제공)
= 그렇다. 지난해 11월 7일 4.16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했고 우여곡절 끝에 지난 5월 11일 시행령이 제정 공포되었지만 정부에서는 아직까지 한 푼의 예산도 집행하지 않고 있다.
세월호 특조위 5명의 상임위원들과 모두 통화를 했는데 예산이 단 한 푼도 집행되지 않았다고 확인을 했다. 상임위원들은 올 1월 1일부터 근무를 했는데 월급도, 수당도 심지어 특조위 운영경비조차 한 푼도 지급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세월호 특조위에 집행된 예산은 특조위가 구성되기 전 설립준비단계에서 해양수산부의 예비비 8,000만 원으로 집기류와 비품 등을 구입한 게 전부다.
▶ 조직에서 예산은 사람으로 치자면 피와 같은 것인데 어떻게 활동하나?
이석태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장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 사람에게 피가 없다면 움직이지 못할 뿐 아니라 고사한다. 세월호 특조위가 그런 상황이 되고 있는 것이다.
어떤 상임위원은 마이너스 통장 대출로 연명하고 있고 어떤 상임위원은 "지금이라고 그만두고 싶은 심정"이라고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이석태 위원장에게 '위원장이 운영비라도 우선 출연해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물었더니 "그렇게 하려고 했지만 공직에서는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말려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답답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 예산은 기획재정부 담당인데 입장은 뭐냐?= 기재부의 입장은 원론적인 수준인데 '지금 상황에서는 지원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기재부 세월호 T/F 담당 공무원은 "현재 시행령에 업무범위나 활동시기 등이 규정돼 있는데, 이 시행령 자체를 놓고 국회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면서 "아직 공무원 파견도 안 돼 있고 모든 상황이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회에서 합의가 되고 모든 상황이 클리어 해져야 예비비 지원이 가능하지 않겠느냐?"면서 "우리도 난감하다"며 책임을 국회로 떠넘겼다.
기재부 관계자는 다만 "세월호 특조위에서 요청한 160억원의 지원예산은 준비가 돼 있다" 밝혔다.
송언석 예산실장도 CBS와의 전화통화에서 "법령도 만들고 다 해줬는데 그쪽에서 마음에 안 든다고 하면서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하는 건 말이 안 된다"면서 "공무원 파견도 거부하고 직제도 새로 만든다고 하고, 그래서 정식출범도 못하고 있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책임이 야당과 특조위에 있다는 얘기다. 송 실장은 그러면서 "정부에서는 확정되는 대로 예산 집행한다. 집행준비는 하고 있다"면서 "어떤 정치적인 의도도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 '정치적인 의도'는 없지만 '예산은 줄 수 없다' 앞뒤가 안 맞는 것 아닌가?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 예산을 집행하는 기재부의 입장에서는 신중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가장 기본적인 경비조차도 집행하지 않는 건 어떤 의도가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인 정의당 박원석 의원은 "기재부에서 최대한 특조위 활동에 지장을 주겠다는 목적을 갖지 않고서는 이렇게 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질타했다. 박 의원은 "지난해 통일준비위원회 사무처 직제가 구성되지 않았지만 예산을 지급했던 전례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지난해 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원회의 분과 인원 구성이 안 된 상태에서도 예비비에서 45억 원의 예산을 편성해 집행했다.
물론 통일준비위원회는 대통령이 관심을 갖는 조직이지만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는 대통령이 관심을 갖기는커녕 싫어하는 조직이라는 차이가 있다.
세월호 특조위 상임위원들도 "시행령이 제정되기 이전에는 시행령이 없어서 못 준다고 하다가 시행령이 공포된 뒤에는 시행령에 반대하기 때문에 못 준다고 하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면서 "시행령이 공포된 이상 기본적인 필요경비를 집행해야 한다"고 말한다.
▶ 기재부가 청와대의 눈치를 보는 것이냐?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 공식적으로는 청와대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말한다.
그렇지만 기재부가 예산을 집행하지 않고 버티는 이유를 청와대의 눈치를 본다는 걸 제외하고는 이해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지난 4월 2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예산소요가 발생하면 바로 즉각즉각 지급하고 있다"고 답변했지만 이 답변은 거짓말이 됐다. 기재부 방문규 2차관도 지난 6월 15일 기재위에서 박원석 의원의 조속한 예산집행 요구에 "조속하게 해결하도록 하겠다" 답변했지만 한 달이 지나도록 예산은 한 푼도 집행되지 않고 있다.
결근투쟁을 벌이고 있는 세월호 특조위 조대환 부위원장도 기재위 방문규 차관을 만났지만 "한마디로 씨도 먹히지 않았다"면서 "필요한 예산은 곧 주겠다고 했지만 주지 않았다. 그래서 나도 거짓말쟁이가 됐다"고 말했다.
기재부의 예산집행이 아무리 까다롭다고 하지만 이렇게 특조위의 진상조사 활동에 발목을 잡고 있는 건 기재부의 뜻이라기보다는 청와대의 의지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박원석 의원은 "명백한 특조위 조사방해행위"라면서 "유승민 의원 사태를 봐도 그렇다"고 말했다. 기재부가 청와대의 눈치를 본다는 얘기다.
정치평론가인 유창선 박사도 "세월호 참사의 진상조사를 막으려는 시도가 곳곳에서 구체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면서 "박근혜 대통령은 국회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함으로써 세월호 시행령 개정에 대한 노골적인 적의를 드러냈고, 정부는 뚜렷한 이유 없이 특조위 예산을 집행하지 않음으로써 활동을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으며, 경찰은 4.16연대 박래군 상임운영위원과 김혜진 공동운영위원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구체적인 사례를 들었다.
▶ 다른 정부기관들은 적극 협조하고 있나?= 그렇지 않다. 진상조사를 위해서는 검찰의 수사기록과 감사원의 감사서류 그리고 법원의 재판기록 등이 가장 기초적인 자료가 될 것이다.
그렇지만 이들 기관들은 자료 제공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
특조위 진상조사소위원장을 맡고 있는 권영빈 상임위원은 "검찰과 감사원 법원에 자료제출을 요청했지만 감사원은 자료를 제공하지 못한다는 연락이 왔고 검찰은 지난 2월에 공문을 보냈지만 아직까지 답변이 없다"면서 "법원의 재판기록만 조금씩 받고 있는 중" 이라고 말했다.
권 위원은 "조대환 부위원장이 '검찰수사결과, 감사원 감사결과, 해양안전심판원 보고서에 대한 검토 및 토론 한번 없었고, 수만 페이지에 달한다는 수사, 재판기록이 아직도 위원들에게 배포되지 않았다'고 했지만 특조위가 공식적으로 받은 자료가 제대로 없다"고 말했다.
세월호 특별법 제39조에는 "국가기관 등은 위원회의 진상규명을 위한 업무수행에 적극 협조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지만 선언적인 의미에 불과하다.
세월호 참사의 원인을 철저하게 규명하기 위해서는 조사의 독립성과 성역 없는 조사, 충분한 조사 기간과 인력, 예산이 뒷받침돼야 하지만 지금까지 청와대나 정부, 여당은 이를 무시하거나 사실상 방해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 정부의 비협조가 혹시 '사라진 7시간' 때문이냐?
(사진=청와대 제공)
= 조심스러운 부분이지만 아니라고 하기도 어렵다.
정부관계자나 특조위 상임위원들은 "전혀 사실무근"이라거나 "그렇지는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정의당 박원석 의원은 "꼭 7시간 때문이라기보다는 세월호 참사는 정부의 무능과 무사안일, 세월호 같은 재난에 대한 정부의 책임이 총체적으로 드러나게 되는데 그런 게 들춰지는 게 싫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특조위 상임위 내부에서도 세월호 참사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사라진 7시간에 대한 진상조사 여부를 두고 논란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세월호 특조위 관계자에 따르면 "한 상임위원은 '특조위가 7시간에 대한 진상조사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자'고 제안을 했지만 다른 한 상임위원은 '사라진 7시간이 첫 번째 조사대상'이라며 반대의견을 제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 대통령의 지난해 4월 16일 세월호 침몰 당시 사라진 7시간에 대한 행적이 세월호 특조위의 뜨거운 감자라는 걸 시사하는 대목이다.
▶ 조대환 부위원장의 결근투쟁도 정부의 '특조위 무력화' 연장선상인거냐?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 그렇게 보는 시각이 있는 건 사실이다. 그렇지만 특조위 내부에서는 그렇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석태 위원장은 CBS와의 전화통화에서 "조대환 부위원장의 행동이 특조위 무력화 시도로는 보지 않는다"면서 "조 부위원장의 평소 발언이나 품성을 보더라도 그렇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상임위원들도 "조 부위원장의 행동이 세월호 특조위를 무력화 시키려는 의도로는 보지 않는다"라고 말한다.
그렇지만 조대환 부위원장의 돌출행동이 정부의 세월호 특조위 무력화와 맥을 같이 하고 있다는 건 부인하기 어려워 보인다.
조대환 부위원장은 위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침몰과 구조의 전 과정은 전 국민에게 생중계되기까지 하였다. 공연히 존재하지도 않는 별개의 진상이 존재하는 양 떠벌리는 것은 혹세무민이며 이를 위해 국가 예산을 조금이라도 쓴다면 세금 도둑이 분명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세금도둑' 표현은 청와대 정부특보로 있는 친박계 핵심 김재원 의원이 지난 1월 세월호 특조위를 겨냥해 한 발언이기도 하다.
조 부위원장 또 "진상조사분야는 법원 재판에서 사실심이 종결된 상황이므로 시간이 이미 늦었다"거나 "세월호 특조위는 크게 인력과 예산을 들여 활동해야 할 실체가 존재하지 아니하므로 즉시 활동을 중단할 것을 여러 위원들과 전 국민에게 호소한다"고도 말했다.
세월호 특조위의 활동 중단을 주장한 것은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 때문에 국회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당청 갈등을 자초한 박근혜 대통령의 의지와 맞닿아 있다.
조대환 부위원장은 CBS와의 전화통화에서 '세월호 특조위'를 무력화시키려는 의도라는 비판이 있다?'는 질문에 "나의 의견을 얘기했을 뿐"이라며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았다.
▶ 세월호 특조위가 순항 할 수 있는 거냐?
= 순항해야 하지 않겠나?
그렇지만 세월호 특조위의 순항여부는 정부의 의지에 달린 문제다.
정부가 당장이라도 예산을 집행하고 철저한 진상규명과 이를 통한 재발방지 그리고 안전한 대한민국을 건설하겠다는 의지를 보인다면 순항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특조위 내부의 갈등도 근본적으로는 정부의 '특조위 무력화' 시도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