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세훈 전 국정원장 (자료사진)
지난 대통령선거에 개입한 혐의로 항소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은 원세훈 사건 판결을 대법원이 다시 뒤집었다.
대법원은 1심에서는 배제됐다 2심에서 증거로 인정된 국정원 직원의 이메일 첨부파일을 증거로 볼 수 없다면서 사건을 파기했다. 대법원이 이 사건의 핵심 증거물이었던 전자문서의 증거능력을 지나치게 좁게 해석하면서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16일 공직선거법·국정원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원세훈(64) 전 국정원장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대법원이 원심을 파기한 주된 이유는 2심에서 증거로 인정된 국정원 트위터팀 김모씨의 이메일에서 발견된 2개의 첨부파일을 증거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425지논' 파일과 'security’'파일을 증거로 볼 수 있느냐 없느냐를 두고 1,2심이 엇갈린 판단을 했는데 대법원은 1심처럼 두 파일을 증거로 인정하지 않았다.
'425 지논' 파일은 420장 분량으로 2012년 4월 25~12월 5일까지 거의 매일 활동한 기록이 담겨있다. '지논'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하달한 '논지'를 거꾸로 표기한 것으로, 논지에 부합하는 트위터 글과 언론 기사가 발췌·정리돼있다.
'ssecurity'는 19장 분량으로, 팀원 이름과 이들이 사용한 트위터 계정들이 나열돼있다.
국정원 직원 김씨는 검찰 조사에서는 자신이 이 파일들을 작성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가 법정에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말을 바꿨다.
16일 오후 대법원 대법정에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선거개입 상고심 선고가 진행되고 있다. 이날 대법원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선거개입 사건의 원심을 파기하고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사진=윤창원 기자)
1심은 작성자가 불분명해 형사소송법 313조에 따라 증거로 볼 수 없다고 봤지만 2심은 형사소송법 315조에 따라 신용할만한 정황에 의해 작성된 문서라며 증거로 인정했다.
형사소송법 315조는 가족관계기록사항에 관한 증명서나 상업장부 또는 신용할 만한 정황에 의해 작성된 문서의 증거능력을 인정하고 있다.
이 파일들이 1심에서는 증거에서 배제됐다가 2심에서 부활하면서 인정된 트위터 계정이 1심 176개에서 2심에서 716개로 대폭 늘어났다.
공직선거법 혐의를 입증할 핵심 열쇠라 할 수 있는 이 두개의 파일에 대해 대법원은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대법원 재판부는 "425 지논파일의 내용을 보면 출처를 정확히 알기 어려운 조악한 형태의 언론기사 일부 등으로 이뤄져 있다. 심리전단 직원들이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지, 정보취득 당시나 직후에 기계적으로 반복해 이뤄졌는지 알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형사소송법 315조에 따라 업무상 작성해 '통상문서'로 볼 수 있다는 2심의 판단에 대해서도 "출처가 없이 이리저리 나열돼 있어 애매하고 의미를 알아채기 어려워 신용성이 없다"며 "증거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