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롯데가 후계분쟁이 장기전으로 돌입한 가운데 경영권 획득을 위한 형제의 행보가 대조적이다. 빼앗아야 하는 장남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은 '아버지의 뜻'을 강조하며 게릴라전을 벌이고 있다면, 지켜야 하는 차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가족 이슈와는 선을 그으며 경영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롯데그룹은 4일 신동빈 회장이 롯데인재개발원 오산연수원을 방문해 신입사원들을 만나 격려하고 이어 인근 오산 물류센터를 방문해 현장을 둘러봤다고 밝혔다. 앞서 귀국 당일인 전날 신격호 총괄회장을 만나자마자 제2롯데월드로 향한 것의 연장선상이다.
롯데 관계자는 "평소와 마찬가지로 현장 경영을 중시하는 행보를 이어가는 것"이라면서 "신동주 전 부회장의 폭로라든지 그런 부분에 일일이 대응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말했다.
◇ '가족갈등' 대신 '경영이슈'로 싸움터를 아예 바꾸는 신동빈
4일 오산 물류센터를 방문한 신동빈 회장
실제로 신 회장은 공항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부터 모친과의 대화 내용 등 '가족의 일'로 읽힐 수 있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특히 부친 신 총괄회장의 건강상태에 대해 롯데그룹 측은 고령에 판단력에 이상이 있다는 공식 자료를 내기도 했지만, 신 회장 자신은 "말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가족 간 진흙탕 싸움으로부터 최대한 떨어져 있겠다는 계산으로 보인다.
이미 한일 롯데에서 사장단과 이사진을 장악하고 있는 만큼, 현 체제를 유지하기만 하면 된다는 여유도 읽힌다. 이날 한일 롯데의 지주회사격인 일본롯데홀딩스의 쓰쿠다 다카유키 대표이사 사장은 일본에서 한국특파원들과 만나 "신동빈 회장과 함께 하겠다"며 충성을 거듭 다짐했다. 한국에서는 롯데그룹 37개 계열사 사장들이 "신동빈 회장이 적임자"임을 선언하기도 했다.
◇ 신동빈 체제 하에서 임원들, 한일에서 일제히 '충성맹세'
경영권 분쟁에 휘말린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이 3일 오후 김포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사진=박종민 기자)
이런 마당에 상법상 절차만 차근차근 밟아 나가도 경영권을 빼앗길 일이 없다는 게 신동빈 회장 측 판단이다. 장남의 편을 든 신 총괄회장의 해임지시서와 임명장 등은 법적 효력이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평가이기도 하다.
상대적으로 속이 타는 쪽은 신동주 전 부회장이다. 한 때는 '아버지의 뜻'이 롯데그룹 전체를 좌지우지했지만, 현 체제는 철저히 신동빈 회장 중심으로 꾸려져 있다. 업계에서는 신 회장이 '원톱 체제'를 만드는 기간 동안 신영자 롯데재단이사장 등 다른 형제 자매에게 보고를 하거나 가깝게 지내는 임원이 발견될 경우 가차 없이 해임했다는 얘기도 돈다.
◇ '아버지의 뜻'이 최대 무기인 신동주…폭로전으로 치고 빠질 수밖에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롯데그룹을 통해 언론에 전달되는 메시지는 모두 신동빈 회장 측에서 나온 것이고, 실제로 신 회장 귀국과 동시에 일사분란하게 진행되고 있다. 롯데 계열사 관계자는 "신 전 부회장 편이라고 한다면, 신동빈 체제가 들어서면서 밀려난 가족들과 역시 밀려난 가신그룹"이라면서 "이들이 경영권을 되찾기 위해 실질적으로 동원할 수 있는 자원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