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내년 4월 실시되는 20대 총선에서 비례대표를 줄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현행 소선거구제의 문제점을 더욱 심화시키고 민의의 왜곡을 가져오는 반 정치개혁적 발상이라는 점에서 심각한 우려를 금할 수 없다.
헌법재판소가 지난해 10월 국회의원 선거구간 인구 편차를 현재의 3대 1에서 2대 1로 조정해야 한다고 결정한 것은 표의 등가성(等價性)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었다.
지난 19대 총선 지역구 투표에서 새누리당은 43.3% 득표율로 의석의 51.6%인 127석을 얻었다. 민주통합당 역시 37.9%의 득표율로 43.1%인 106석을 획득했다.
반면 통합진보당은 6.0%의 득표율을 올리고도 의석의 2.8%인 7석을 얻는데 그쳤다.
전체 득표수를 지역구 의석수로 나눈 지역구 1석당 평균 득표수를 보면 새누리당은 7만 3천여표였고 민주통합당은 7만7천여표였지만 통합진보당은 18만 4천여표에 달했다.
같은 지역구 의석 1석을 얻는데 새누리당이나 민주통합당보다 2.5배 정도 많은 표가 필요했던 셈이다.
거대 양당의 횡포로 소수 정당이 큰 피해를 입고 있는 것이다.
특히 현행 소선거구제는 지역주의를 심화시키고 고착시키는 가장 큰 폐단을 낳고 있다.
지난 19대 총선 때 새누리당은 영남지역에서 54.7%의 득표로 전체 의석의 94%를 차지했고, 민주통합당은 호남에서 53.1%의 득표로 75%의 의석을 차지했다.
현재의 소선거구제 하에서 지역주의가 심화되고 있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다.
이런 표의 등가성과 지역주의, 민의의 왜곡 현상을 보완하는 장치가 바로 비례대표제이다.
중앙선관위도 지난 2월 국회의원 정수를 현행대로 유지하면서 지역구와 비례대표 비율을 2대 1로 조정할 것을 건의한 바 있다.
김 대표가 비례대표를 줄이면서 지역구를 늘리겠다는 것은 전형적인 당리당략적 발상으로 헌재의 결정 취지에 반하는 것이다.
또한 지역주의에 기반한 거대 양당의 기득권을 지키고 현행 소선거구제의 문제점을 더욱 확대시키겠다는 것과 다름 없다.
김 대표가 주장하고 있는 오픈 프라이머리 역시 현역 의원들의 기득권을 고착시킨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는 점에서 정치발전에 바람직한 것인지 의문이 든다.
김 대표는 최근 국민과 미래 세대를 위해서라면 표를 잃을 각오로 노동개혁을 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국민과 미래를 위해 더 급한 일은 내년 총선에서 망국적 지역주의를 해결할 수 있는 정치개혁이다.
현 시점에서 가장 시급한 정치개혁과제는 바로 소선거구제의 문제점을 보완하는 선거구 획정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선거구 획정과 관련한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의 입장을 보면 총선을 앞둔 유불리를 따지느라고 바람직한 선거구 획정결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차라리 선거구획정 작업은 중앙선관위 소속의 독립기구인 선거구획정위원회가 정치권의 이해관계와는 무관하게 진행하고, 여야는 여기에 적극 협조하는 게 바람직하다.
그래야만 비례대표 축소와 같은 정치발전 흐름에 어긋나는 퇴행적 시도를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