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회장이 14일 광복절 특사로 의정부 교도소에서 출감하고 있다. 손에는 성경책이 들려있다.(박종민 기자)
광복 70주년 특별사면을 받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4일 오전 12시 5분 경기도 의정부교도소에서 출소했다.
최 회장은 푸른 색 계열의 넥타이 차림에 뿔테 안경을 끼고 의정부 교도소 문밖으로 걸어나왔다. 검은색 양복 왼쪽 가슴에 달린 붉은 SK배지가 눈에 띄었다. 최 회장의 왼손에는 성경책이 들려 있었다. 최 회장은 이날 함께 출소한 43명 가운데 가장 마지막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정문 앞에 선 최 회장은 "국민 여러분들에 심려를 끼쳐 드려서 송구스럽다"면서 "국가 경제 발전을 위해서 최선을 다할 것이다. 국민들에게 사랑받는 SK 기업으로 거듭 태어날 것을 (약속하고) 최선의 노력을 다 하겠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경영 복귀 방식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공백이 길기 때문에 아직 파악이 덜 됐다"며 "시간을 갖고 상황 파악을 해본 뒤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복귀 시기에 대해서는 즉답을 피했다.
경제 활성화 방안에 대해서는 "SK그룹 현황 파악을 해본 이후에 구체적으로 계획을 마련토록 하겠다"며 "아무래도 통신, 반도체 부분에 역점을 둘 것 같다"고 말했다.
말을 마친 최 회장은 "다시 한번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다는 말씀과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겠다"며 고개를 깊이 숙여 사과하고 검정색 승용차를 타고 빠져나갔다.{RELNEWS:right}
의정부 교도소 주위에는 SK인천석유화학 공장 설립을 반대하는 지역 주민 40여명이 몰려와 항의시위를 하기도 했으나 별다른 마찰은 빚어지지 않았다.
최 회장은 지난 2013년 1월 회삿돈 465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구속된 이후 재벌 총수로는 역대 최장기간 복역했다.
최 회장은 특별 사면과 함께 특별 복권도 이뤄져 회사의 등기이사직도 맡을 수 있게 됐다. 당분간 건강을 추스린 뒤 그룹의 해외사업과 인수합병 등을 챙기는 등 그동안 경영 공백으로 흔들렸던 그룹 내 분위기를 다잡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최 회장의 동생 최재원 부회장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구자원 LIG 회장은 이번 사면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희비가 엇갈렸다. 최 부회장은 형제 동시 사면이라는 부담이, 김 회장은 이미 두 차례 사면을 받은 점이 발목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