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신동빈 회장 (박종민 기자)
롯데가(家)의 막장 폭로전이라고 할 만큼 치열했던 경영권 분쟁이 의외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싱거운 승리'로 끝났다. 하지만 재계에선 신 회장이 지난해 말부터 치밀하게 진행한 사전 정지작업의 결과라고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신동빈 회장은 17일 한일 롯데를 지배하고 있는 기업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서 안건을 모두 통과시키며 완승을 거뒀다. 신 회장이 롯데홀딩스 대표이사로 취임한 이후 처음으로 연 주총에서 주주들이 확실히 그의 손을 들어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당초 형인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을 등에 업고 정당성을 주장하면서, 주총이 형제의 '전장(戰場)'이 될 수 있다는 시각도 나왔다. 그러나 보기 좋게 이 같은 예상은 빗나갔다.
신 회장의 성격상, 후계 구도를 위한 치밀한 사전 작업이 이날 주총의 과반 이상 압승을 거두게 했다는 것이 롯데그룹 안팎의 견해다. 신동주 전 부회장이 신격호 총괄회장의 신임을 잃어 일본 롯데 임원직에서 줄줄이 물러나는 사이 신동빈 회장은 차분히 '대세몰이'를 했다는 것이다.
신 전 부회장은 지난해 12월 일본 롯데그룹 부회장, 롯데상사 부회장 겸 사장, 롯데아이스 이사에서 모두 해임된데 이어 올해 1월에는 일본 롯데그룹 홀딩스 이사에서도 해임됐다.
한국 롯데의 지주사격인 호텔롯데의 최대주주인 L투자회사 임원직에서도 물러났다. L투자회사 2곳에서 맡고 있던 대표이사직과, 6곳의 등기임원에서 모두 해임된 것이다.
반면 신동빈 회장은 지난 2월 호텔롯데 등기이사에 선임된 데 이어 6월에는 L투자회사 10곳에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2010년 제10·제12 투자회사 2곳에만 임원으로 이름을 올린 데 비해 완전히 달라진 위세를 떨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