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의 ‘(주)AK제주항공’이란 상호 변경 논란을 계기로 제주도와 제주항공의 협약 내용 개정 등 관계를 재설정해야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협의’라는 문구 하나를 놓고 상반된 입장으로 서로에게 이득없는 제로섬 게임으로까지 치달으면서 오히려 도민들에게 불필요한 갈등을 고스란히 노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항공은 다음달 23일 열리는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주)제주항공'을 '(주)AK제주항공'으로 상호 변경을 추진한다.
올 하반기 자사 주식의 코스피 상장을 앞두고 애경그룹의 자회사임을 명시함으로써 주식가치를 높이겠다는 계산이다.
제주항공은 이를 위해 '상호나 상표는 제주도를 상징할 수 있는 것으로 사용해야 하고, 제주도와 협의해 결정해야 한다'는 상호협약에 따라 제주도와 협의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협의 진행 과정에서 불협화음은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제주도는 "도민들의 제주항공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지대한 상황에서 제주항공이 AK제주항공으로 바뀌고, 다시 AK항공으로 바뀌지 않는다는 보장을 할 수 있느냐"며 협의가 아닌 합의를 요구하고 있다.
제주항공은 이에 대해 "공문서 등에 사용될 법인명칭만 바뀔 뿐 제주항공 브랜드는 계속 유지된다"며 적극적인 이해를 요구하고 있다.
결국 제주도는 '협의'를 합의 또는 승인으로 받아들이는 반면 제주항공은 '의견 교환' 수준으로 해석하면서 보이지 않는 감정 줄다리기를 이어가고 있는 형국이다.
이처럼 협약서 문구를 놓고 해석이 엇갈리면서 10년 전 체결한 협약서를 현재 상황에 맞게 개정하는 등 새로운 관계 설정이 요구되고 있다.
특히 제주항공이 제주를 내건 지역항공사답게 운영될 수 있도록 역할을 강화시켜야 할 것으로 보인다.
대다수의 도민들이 바라는 제주도민의 할인율을 보다 확대하고, 현재 일본을 포함해 운항이 끊긴 제주기점 국제선에 대해 적자를 감수해서라도 복항하는 의지 표명이 요구된다.
또 올 상반기 2869억원의 매출과 288억원의 영업이익을 실현하는 등 운영이 흑자로 돌아선 만큼 이익의 제주지역 환원 등 사회적 책임을 보다 강화시키는 내용을 협약서에 포함시켜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제주도 역시 협약서를 빌미로 추천권을 행사해 왔던 본부장직에 지사 선거 캠프 인사를 낙하산식으로 배치하는 관행을 끊는 등의 자성과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
나름대로 파트너십을 가져왔다고 자평하는 제주도와 제주항공이 서로의 발전적인 접점을 어떤 식으로 찾아나설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