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후 남북 고위급 접촉이 전격적으로 이뤄진 가운데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왼쪽 두 번째)과 홍용표 통일부 장관(왼쪽), 황병서 북한 군총정치국장(오른쪽 두 번째)과 김양건 노동당비서(오른쪽)이 회담을 하고 있다. (사진=통일부 제공)
남북이 일촉즉발의 군사적 충돌위기를 피하기 위한 해법을 놓고 판문점에서 나흘째 '사생결단'의 담판을 계속하고 있다.
지난 22일 오후부터 판문점 우리측 지역인 평화의 집에서 시작한 김관진 국가안보실장·홍용표 통일부장관과 북측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김양건 노동당 대남담당 비서(겸 통일전선부장)간 남북 고위급접촉이 25일 새벽 현재까지 나흘째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남북은 22일 오후 6시30분부터 이튿날인 23일 새벽 4시15분까지 거의 10시간에 걸쳐 1차 협상을 벌였다.
이어 같은 날 오후 3시30분부터 재개한 2차 접촉이 24일 하루를 꼬박 넘기고 25일 새벽까지 장장 30여시간에 걸쳐 이어지고 있다.
과거 남북간 협상은 밤을 새우는, '무박 2일'의 협상은 다반사였지만 3박4일간 매일 밤을 꼬박 새는 '무박 4일'의 마라톤협상을 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그만큼 이번 협상이 치열함을 방증하는 셈이다.
북측은 심각한 체제위협과 이른바 '최고존엄'(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에 대한 모독으로 여기는 대북 심리전 방송의 즉각적인 중단과 확성기 철거를 강하게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대북 심리전 방송은 북한의 지난 4일 비무장지대(DMZ)내 지뢰도발로 재개된 것인 만큼 지뢰도발에 대한 시인과 사과, 책임자 처벌 등 재발방지책이 먼저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협상이 어느 정도 진행됐는지, 타결 가능성이 있는지는 한마디로 '깜깜이' 수준이다.
1차 접촉이 끝난 23일 새벽 청와대 민경욱 대변인이 남북 간에 입장차가 있고 같은 날 오후 3시부터 접촉을 재개한다는 내용의 간략한 브리핑을 한 것을 제외하고는 협상 내용과 관련해서 어떤 내용도 공개되지 않고 있다.
청와대와 남북관계 주무부처인 통일부 당국자들은 하나같이 입을 굳게 다문 가운데 이들에게는 함구령이 떨어졌다는 얘기도 들린다.
박근혜 대통령이 이날 오전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현재 합의 마무리를 위해 계속 논의 중에 있다"고 언급한 것이 공개적인 유일한 단서다.
박 대통령의 언급으로 볼 때 남북은 일정부분 의견을 좁혔을 가능성이 있지만, 협상 타결이 전해지지 않고 있는 만큼 난항이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가뭄에 콩 나듯 비공식적인 얘기만 극히 제한적으로 들려오고 있다.
남북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면서 1차 접촉은 물론 2차 접촉에서도 정회를 거듭하는 한편 때로는 남북 간에 얼굴을 붉히며 거센 설전도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시급한 사안인 남북간 군사적 위기해소를 위한 해법 논의에서부터 이산가족 상봉, 천안함 폭침에 따른 5·24 조치 등 남북 정상회담을 제외한 거의 모든 남북 간 현안이 논의되면서 협상 분위기도 '업 앤 다운(up and down)'을 거듭하며 롤러코스트를 타는 모습이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북측은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우리 측은 북핵 문제를 거론했을 가능성도 크다.
또 밀도 있는 대화를 통해 접점을 찾기 위해 김관진 국가안보실장과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간 일대일 수석대표 접촉도 협상장이 아닌 평화의 집 별도 공간에서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공식 협상장에서의 남북간 접촉은 우리 정부가 실시간으로 협상상황을 알 수 있지만 별도 공간에서의 접촉은 완전 비공개로 열리는 것이다.
양측이 각각 서울과 평양으로부터 훈령을 받기 위해 장시간 협상을 멈춘 채 대기하는 상황도 벌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북측 대표단이 몇 시간에 걸쳐 협상장에서 자리를 비웠다는 얘기도 들린다.
북측은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으로부터 협상 방향을 직접 지휘받았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대북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박근혜 대통령도 청와대에서 협상 진행상황을 시시각각 보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