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경기도 이천 SK하이닉스 M14공장 준공식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시장상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과감한 투자에 나서는 SK하이닉스에 세계 반도체와 국내 산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SK그룹은 25일 15조 원이 투입돼 월 20만 장의 웨이퍼를 생산할 수 있는 단일공장으로는 세계 최대규모인 이천 반도체공장 M14를 준공, 본격 가동에 나섰다. 그리고 2025년까지 31조원을 투자해 이천과 청주 공장 2개를 더 짓기로 했다.
삼성전자와 미국의 마이크론과 함께 세계 반도체시장을 과점하고 있는 SK하이닉스가 대내외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과감하게 투자에 나서는 결단을 내린 데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첫째는 SK그룹 오너인 최태원 회장의 과감한 결단이다. 그는 경영비리로 2년 7개월동안 영어(囹圄)의 신세였지만 회사의 발전과 미래비전을 만들어내기 위해 감옥에서도 각종 보고를 받고 구상을 가다듬으며 미래에 대비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광복 70주년 국민통합 특별사면으로 석방되자마자 전국에 흩어져 있는 SK그룹 사업장을 방문하고 전략회의를 소집해 그룹의 미래 먹거리를 선별하고 투자처를 찾는 노력을 기울였고 곧 중국 출장길에도 오를 것이라고 한다.
이천 공장 전경 (사진=SK하이닉스 제공)
따라서, 최근 SK가 대규모 투자계획을 밝히고 특히 반도체분야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나선 것은 단기간에 결정된 사안이 아니라 오랜 준비의 결과물이라고 볼 수 있다.
SK가 선뜻 대규모 투자를 결정할 수 있었던 또다른 이유는 과거의 투자에서 얻은 성공의 경험이다. SK그룹은 적자 투성이였던 하이닉스 반도체를 2012년 2월 인수해 계열사로 편입했고 반도체 불경기로 모든 경쟁사들이 투자를 줄일때 과감한 투자에 나서 미래를 준비했다.
최태원 회장은 2012년 엘피다 파산으로 반도체 업계가 전례없는 위기감에 휩싸이고 하이닉스는 2011년 3분기 영업이익 -2,900억원, 4분기 -1,065억원으로 최악의 실적부진을 보이고 있었지만 스마트폰 시장의 팽창으로 반도체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판단 하이닉스 인수결정을 내렸다.
인수한 뒤에는 투자를 꾸준히 늘렸다. 인수전 3.5조원이던(2011년) 투자액을 2012년 3.85조원, 2013년 3.56조원, 2014년 5.2조원, 2015년 6조원(예정)으로 늘렸고 그 결과 하이닉스는 2013년부터 살아나기 시작했다.
2013년 영업이익이 3조 3천억원, 2014년 5조 1천억원으로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했고 2015년에는 영업이익이 6조 원에 이를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기업의 건전성 지표인 ROE 즉 자기자본수익률은 2012년 -1.80에서 2013년 25.19, 2014년 26.98%를 기록하며 초우량기업으로 부활했다.{RELNEWS:right}
박근혜 대통령은 25일 하이닉스 M14 준공식에서 "지난 2012년 반도체 업계 불황으로 모두가 투자를 주저하던 상황에서 SK하이닉스는 선제적으로 R&D 투자와 시설투자를 과감하게 늘렸고, 이를 발판으로 재기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최태원 회장은 "경쟁환경은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렵지만 지속적인 혁신과 사람에 대한 투자로 중장기 경쟁력을 강화해 국가 대표 기업으로서 국민의 기대와 성원에 보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한국경제의 성장동력이 현저히 떨어지고 대기업의 실적도 갈수록 나빠지는 상황에서 이뤄지는 SK그룹의 투자는 산업계에 적지 않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