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연찬회에서 '총선필승' 건배사로 논란을 일으킨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이 28일 서울 세종로 정부종합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식 사과하고 있다. (사진=윤성호 기자)
'총선 필승' 발언으로 논란이 된 정종섭 행정자치부(행자부) 장관이 대국민 사과 입장을 밝혔다.
선거 주무부처 장관으로 '선거법 위반 시비'를 거세게 불러 일으켰지만, 무대응으로 일관하던 정 장관이 왜 갑자기 사과를 선택한 것일까?
정 장관은 지난 25일 충남 천안에서 열린 새누리당 의원 연찬회에서 자신의 건배사 차례가 오자 "총선'을 말하면 '필승'을 외쳐달라고 제안하고 '총선 필승' 구호를 외쳤다.
정 장관의 발언이 알려진 직후 야당과 전문가들은 선거 주무부처 장관 발언은 선거법을 위반한 것이라며 정 장관의 사퇴와 검찰 수사를 요구해왔다.
새정치민주연합은 "행정자치부 장관은 선거가 공정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관리하고 부정선거를 감시하며 공무원의 선거개입을 막을 의무가 있다"며 "그런 점에서 가장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행정자치부 장관이 '총선 필승'을 외친 것은 자신의 본분을 망각한 망발"이라고 비판했다.
야당은 이어 정 장관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선관위에 고발하는 공세를 펼쳤다.
이처럼 '총선 필승' 발언을 두고 선거법 위반 시비가 커졌음에도 불구하고 정 장관은 무대응으로 일관해왔다.
논란이 커지는 와중에도 행자부 장관실은 "잔치에 참석해 덕담수준으로 건넨 건배사일 뿐 다른 의도는 없었다"는 입장만 내놓고 정 장관 본인은 뒤로 숨어 버렸다.
여당도 "정 장관의 발언은 '주어'가 없는 그저 덕담 수준의 발언"이라며 '억지 해명'으로 지원사격에 나섰다. 그러자 이번에는 행자부와 정치권 안팎에서 '총선 필승의 주어'가 '정 장관 본인'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경북 경주 출신인 정장관이 내년 총선에 출마할 것이라는 관측으로 번진 것이다. 정 장관 본인과 여권의 처지는 곤혹스러워졌다. 이어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선거관리위원회에 고발장이 접수됐다. 정 장관의 입지가 더욱 좁아졌다.
더 이상 버틸 수 없다고 판단한 정 장관은 28일 '사과'쪽으로 급선회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 장관의 사과가 '꼼수'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와 검찰 안팎에서는 정 장관이 검찰 수사를 회피하고 여론을 희석시키기 위해 '사과'를 선택했다는 것이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정 장관 발언이 명백한 선거법 위반인지에 대해 논란이 있겠지만, 선거 주무장관으로 충분히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수준"이라며 "선관위도 정 장관 고발건을 그냥 뭉개기에는 큰 부담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안출신의 다른 법조인도 "정 장관 발언은 선관위에서 최소한 검찰 수사를 의뢰할 만한 사안"이라며 "정 장관이 검찰 수사 의뢰를 막기위해 '사과'라는 꼼수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