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컷뉴스의 '뒤끝작렬'은 CBS 기자들의 취재 뒷 얘기를 가감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전방위적 사회감시와 성역없는 취재보도라는 '노컷뉴스'의 이름에 걸맞은 기사입니다. 때로는 방송에서는 다 담아내지 못한 따스한 감동이 '작렬'하는 기사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편집자 주]
박원순 서울시장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박원순 서울시장이 화가 단단히 난 모양이다.
아들의 병역기피 의혹에 최근 불을 다시 지피려는 '세력'에 잇따라 강력한 법적 조치를 취하고 있다.
박 시장은 관련 의혹을 1일 보도한 MBC 기자와 임원 등 5명을 9일 명예훼손 혐의로 형사고발하고, 이르면 11일 이들에 대해 거액의 손해배상을 별도로 청구할 예정이다.
또 서울시청 앞에서 아들의 병역과 관련한 허위사실을 지속적으로 유포해온 50대 남성에 대해서도 비슷한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그동안 망상장애가 있는 무리들의 집착 정도로 치부했던 마음을 버리고 정면대응으로 180도 입장을 바꾼 것이다.
무슨 배경이 있었을까?
박 시장 측은 허황된 주장에 대한 관용이 화를 키웠다고 판단하고 있다.
사실 박 시장의 아들 주신씨의 병역기피 의혹은 이미 여섯 차례나 반복적으로 허위라고 판명이 났다.
그것도 병무청(2013년 2월), 검찰(2013년 5월, 2014년 11월), 법원(2014년 4월, 2015년 7월, 9월)과 같은 국가기관을 통해서 확인됐다.
이들 허위 판명은 2004년 2급(현역) 판정을 받았던 주신씨가 7년 6개월 뒤 '요추부 디스크탈출'로 4급(공익근무) 판정을 받은 과정에 문제가 없다는 걸 증명한다.
당초 의혹제기는 4급 판정 당시 제출한 MRI 사진이 주신씨의 것이 아니라는 것에서 출발했다.
지난 2012년 세브란스병원에서 열린 박원순 서울시장의 아들 박주신씨 MRI 촬영 결과와 관련한 브리핑 (사진=자료사진)
그러나 이런 주장은 해당 사진이 2012년 2월 22일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공개리에 촬영된 주신씨의 MRI 사진과 일치하자 꼬리를 내렸다.
그런데 얼마 뒤 영상의학과 의사인 양승오씨가 주신씨의 MRI 사진상의 골수신호강도가 40대 남성의 것으로 보인다는 새로운 주장을 꺼내 들었다.
주신씨의 나이가 27세인 것을 감안할 때 MRI 사진이 주신씨의 것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하지만 이 주장은 해당 사진들이 주신씨의 것이라는 검찰과 병무청의 권능을 능욕하는 주장이다.
뿐만 아니라 대리촬영이나 사진 바꿔치기 같은 것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세브란스병원의 확인에 맞서는 주장이다.
특히 골수신호강도로 연령을 측정하는 것은 일반적인 방법이 아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씨의 철 지난 의혹 제기는 지난 1일 MBC 뉴스에 여과 없이 방송됐다.
이에 대해 미국에 살고 있는 혈액종양내과 전문의 박효종 박사는 최근 일요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양씨의 주장을 아래와 같이 반박했다.
"골수신호강도연령추정론은 의학적 근거가 없다. 양승오 박사가 제시한 20대 남자 평균골수지방 33.5%는 2001년 독일 쾰른 대학 Kugel 박사가 발표한 논문에서 인용한 수치다. 제가 논문을 읽어보니 33.5%에 ±10.4%, 따라서 상한은 43.9%다. 자생병원 피사체는 골수지방이 45%가 넘으니까 20대일 수 없다는 주장은 통계학적 오류다. 100명 중의 하나, 많이 늘려 잡아도 1000명 중의 하나는 되는데 양 박사는 1000만 명 중 하나밖에 안 되는 가능성이라고 했다. 나이가 들수록 뱃살이 찌는 일반적 경향이 있는 건 맞지만 20대 특정인이 뱃살이 많이 쪘다고 해서 20대일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주장할 수는 없다."
MRI 사진을 둘러싼 논란이 수그러들자 '그들'은 이번엔 느닷없이 X레이 사진을 가지고 공격대형을 펴고 있다.
주신씨가 지난해 8월 유학을 위해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촬영한 X레이 사진이 2011년 4급 판정 때 병무청에 제출한 X레이 사진과 다르다는 것이다.
'그들'은 이 주장에 신빙성을 더하기 위해 '아시아근골격학회' 스리 안드리아니 우토모 사무총장의 의견을 인용하기도 했다.
우토모 사무총장은 8월 23일 '그들'의 한사람인 소아과의사 최대집씨의 서신에 답변하며 "X레이 사진이 한 사람을 촬영한 것이라고 확실하게 말할 수 없다"고 적었다.
그런데 '그들'은 이 말을 '동일인의 것이 아니다'는 자신들의 소견과 일치한다고 마사지했다.
우토모 총장의 언급은 엄밀히 보자면 "사진들이 동일인의 것이 아니다"는 취지가 아니라 "동일인인지 다른 사람인지 그 자체를 확인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일 뿐이다.
더욱이 우토모 사무총장은 그 뒤로 재미의사 박효종씨의 질문에 대해 "두 개의 필름이 동일한 위치에서 촬영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같은 사람의 것인지 아닌지 판단하기 어렵다"고 답변했다.
물론 '그들'의 주장처럼 X레이 사진이 외견상 다르게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X레이 사진은 찍는 자세, 호흡, 촬영장비의 전압 등에 따라 같은 사람이라도 달리 보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공직선거법위반죄'로 기소된 양씨 등 7명에 대한 지난 7월 21일 3차 공판기일에서도 이 같은 전문가들의 의견이 제시됐다.
이 같은 논란을 차치하고라도 '그들'의 주장은 억지스러운 측면이 있다.
이 사건의 본질은 병역 기피 의혹인데 X레이 사진은 병역 기피 의혹과는 별 관련이 없기 때문이다.
종로에서 빰 맞고 한강에서 분풀이하는 격이다.
문제의 심각성은 '그들'의 분풀이가 매우 조직적이라는 데 있다.
'그들'의 하나인 '의료혁신투쟁위원회(의혁투)'가 올해 6월 박 시장을 엉뚱하게도 메르스 허위 사실을 유포했다며 고발한 데 이어 8월에는 보수신문에 X레이 의혹을 담은 광고를 실었다.
이어 비슷한 내용을 담은 기자회견과 서울시장 공관 앞 집회를 차례로 열었다.
이에 대해 박 시장측은 "최근 SNS 등 온라인 공간에서 박 시장에 대한 '그들'의 공격량은 지난해 지방선거 당시보다 더 많다"며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매우 체계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거 같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박 시장이 강경 대응으로 돌아선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렇지 않으면 맹목적이고 광신도적인 집착을 보이는 세력들에게 오판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주변의 조언을 받아들인 것이다.
지난해 지방선거 직후 선거 과정에서 이루어진 고소고발을 모두 취하하며 화합과 통합의 면모를 과시했던 박 시장이 작정한 또 다른 이유는 가족들에 대한 걱정 때문이었다고 한다. {RELNEWS:right}
서울시 관계자는 "병역 기피 의혹으로 일부 가족은 우울증을 앓고 있는 정도"라며 "서울시장 공관 앞 집회의 경우도 가족들에게 직접적인 위협을 가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이처럼 가족들의 안위 문제가 박 시장이 불관용으로 돌아선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는 후문이다.
최근 MBC 기사 이후 증가하고 있는 기사들에 대한 댓글에서는 '더 이상 관용을 베풀지 말라', '물에 빠진 개는 패야 한다'는 주문들이 쏟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