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자료사진)
일본 아베정권의 안보법제 개편에 따라 일본 자위대의 한반도 내 군사행동 우려가 비등하고 있다. 정부는 "우리 동의 없이는 자위대가 한반도에 진입할 수 없다"고 반복하지만, 이 주장의 실효성을 놓고 의구심이 계속되고 있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21일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에 출석해 '북한이 전쟁을 일으키면 전시작전권을 가진 미국이 자위대의 한반도 전개를 요청할 수 있다. 그러면 우리나라가 거절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거절할 수 있다"고 답했다.
한 장관은 "전시작전권은 미국이 가진 게 아니고 한미 양국 대통령의 통수지침에 따른다. 우리 대통령이 허락하지 않으면 자위대의 진입은 안된다"고 강조했다.
국방부와 외교부는 줄기차게 이같은 주장을 펴왔다. 지난달 한일 국방실무회의 뒤에도 "일본의 관련법제에도 해당국 동의를 받도록 규정돼 있는 등 법적 구속력이 갖춰져 있다. 영토주권 문제이기 때문에, 제3국 영역 진입에는 사전 동의가 있어야 한다는 부분에 양국 간 이견이 없다"고 밝혔다.
문제는 '한반도', '진입', '동의' 등 핵심 키워드에 대한 국방부 생각이 일본 정부에 100% 수용되고 있느냐에 있다.
먼저 한반도의 개념 규정을 놓고 양국이 동상이몽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지금까지 우리 정부가 설명한 바에 따르면 일본은 '대한민국의 주권이 미치는 영역'에 대해서만큼은 한국 정부의 동의를 받겠다는 입장이다.
이대로라면 유엔 가입국으로서 독자적 주권을 행사하고 있는 북한은 우리 동의가 필요한 영역이 아니다. 자위대가 미군과 북한 침공작전을 실시하는 경우 우리가 개입할 여지가 없다.
뿐만 아니라 독도 역시 자위대의 무단 침탈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 일본은 11년째 방위백서에 독도를 '다케시마'로 칭하며 자신들 영토로 규정하면서, 우리 정부의 영토주권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진입의 개념도 현대전의 양상을 감안하면, 이를 규제하기 모호하다. 한반도에 병력을 진주시키지 않은 채로도 자위대는 한반도에서 얼마든지 군사행동을 자행할 수 있다.
미군의 항공모함에서 항공자위대 소속 전폭기를 출진시켜 한반도 내부를 타격한다거나, 영해 밖에서 해상자위대 소속 이지스함으로 장거리 공격에 나설 경우 '진입' 여부를 놓고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우리 정부가 행사할 수 있다고 믿고 있는 동의 또는 허락의 실효성 여부는 또 다른 논란거리다. 명목상 한미연합사령관은 한미 양국 대통령의 전략지침을 하달받아 군사행동을 결정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우리 정부의 군통수 기능은 주한미군에 한정될 뿐, 주일미군에까지 파급된다고 할 수 없다.
주일미군은 유사시 한반도로 전개하고 자위대를 군수지원에 활용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단계에서 주한미군과 주일미군이 미국 정부의 단일 지휘체계 아래 가동되는 경우, 우리 정부의 발언권이 훨씬 작아질 수도 있다.
실제로 일본이 제·개정한 일련의 안보법안 중 무력공격사태법에 규정된 존립위기 사태의 기준은 "일본 정부가 종합적으로 판단한다"고 돼 있다. 타국의 동의권 행사 인정 여부조차 일본 정부의 판단에 의존할 가능성이 크다.
정의당 김종대 국방개혁기획단장은 "논리적으로는 우리 대통령의 지침이 한미연합사령관에 하달되는 게 맞다. 그러나 우리 정부가 그런 권한을 행사한 적도 없고, 막상 그 단계에 가면 미국 정부가 간섭으로 여길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유사시 미국과 일본의 군사력은 한 배처럼 움직이게 된다. 그렇게 되면 우리 정부가 동의를 내세워봐야 때늦은 얘기가 된다"고 덧붙였다.{RELNEWS:right}
국방부는 이에 대해 사안을 지나치게 단순화해선 안된다고 반박했다. 어차피 자위대의 활동영역이 미일 군사동맹의 한계 아래에 놓여 있는 만큼, 한미일 공조체제로 충분히 조율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한반도 유사시 북한에 대한 대응전력은 한미 연합자산으로 충분하다. 미국이 자위대를 필요로할 여건이 아니고, 자위대의 한반도 전개는 당연히 교전 당사국인 우리와 미국의 동의를 필요로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자위대가 북한 지역에 함부로 전개하다가는 중국·러시아의 개입에 이어 국제전으로 확전이 불가피해지고, 미국으로부터도 반발을 사게 된다. 국제정치 환경이 생각만큼 단순하지 않다"며 "앞으로 한미일 3자 협의 차원에서 우리 입장을 계속 관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