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이 21일 울란바토르 숙소에서 CBS노컷뉴스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그 동안 현실정치와는 일정한 거리를 둬 왔던 박원순 서울시장이 국내 정치상황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하나 둘 꺼내 보이고 있다.
야당의 유력 대권주자로 꼽히고 있는 현실이 서울시장직 수행에 부담이 될 수 있는 만큼 정치적으로 비춰질 수 있는 언행은 자제하겠다던 기존 입장에서 미세한 변화가 읽힌다.
박 시장은 최근(20일~23일)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 출장길에 일부 국내 언론사들과 잇따라 인터뷰를 갖고 정치적 견해를 밝혔다.
그는 21일 CBS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국내 정치에 대해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2017년 정권교체를 위해서는 "야당(새정치민주연합)이 국민의 신뢰를 얻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결국은 국민의 신임, 신뢰를 얻는 게 중요하지 않나 생각한다. 지금까지는 야당이 신뢰는 커녕 아직 내부 통합이나 단결도 안 되니까 (국민들에게) 실망을 많이 낳고 있다. (국민들 사이에는) 뭔가 통합 좀 잘 해달라는 기대와 실망이 함께 병존해 있는 게 아닌가(생각한다)…."
박 시장은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도 "새정치민주연합은 국민과 지지자의 입장에서 보면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다"며 "사실 힘을 합쳐도 내년 총선, 대선에서 될지 말지 확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는 "우리 정치권은 여야 모두 국민의 마음을 얻지 못하고 있다. 국민 갈등을 봉합하는 등의 특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가 생각하는 국민의 신뢰, 국민의 마음을 얻는 것은 무엇일까?
그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영화 '역린'에서 정조가 개혁에 저항하던 신하들을 설득하는데 인용했던 중용 23장의 아래와 같은 내용을 소개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21일 울란바토르 숙소에서 CBS노컷뉴스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작은 일도 무시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 작은 일에도 최선을 다하면 정성스럽게 된다. 정성스럽게 되면 겉에 배어나오고, 겉에 배어 나오면 겉으로 드러나고, 겉으로 드러나면 밝아지고, 밝아지면 남을 감동시키고, 남을 감동시키면 변하게 된다. 그러니 오직 세상에서 지극히 정성을 다하는 사람만이 나와 세상을 변하게 할 수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작은 일에 정성을 다하는 것이 사람을 감동시키고 그것이 세상을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디테일(섬세함, 꼼꼼함)과 혁신이라는 두 키워드로 서울시정을 이끌고 있는 그의 리더십을 간명히 설명해주는 내용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해 그는 해마다 똑같이 운영돼 왔던 서울광장 스케이트장이 9차례의 혁신을 거듭하며 발전해온 사례를 상세히 설명했다.
그는 서울광장 스케이트장이 ▲크기 조절 ▲통행로 확보 ▲유아전용 스케이트장 분리 ▲부모용 카페 조성 ▲우동가게(사회적 기업) 운영 ▲붕어빵 가게(쪽방촌 협동조합) 운영 ▲공기질 측정과 그에 따른 임시 폐쇄조치 ▲폐쇄시 대체프로그램 마련 ▲공간활용 극대화 등 보이지 않게 변화와 혁신을 거듭해왔다고 소개했다.
그는 그러면서 "앞으로 우리가 보완해서 나가야할 방향은 정밀함, 정치함이다. 우리는 총론에 강하고 각론에 약하다. 명분에 강하고 실용과 실질에 약하다. 미세하게 보면 부실함이 아직 가득 차 있다. 그래서 매일 강조하는 게 바로 디테일(섬세함, 꼼꼼함)이다"고 말했다.
실제로 박 시장의 '디테일 시정'은 올해 영국 가디언지가 그를 '세계 5대 혁신시장'으로 선정하면서 더욱 빛을 발했다.
그가 정권교체를 위해 국민들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디테일과 혁신을 이야기한 것도 바로 양자간의 관련성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박 시장은 이번 인터뷰에서 가장 편한 여야 정치인들을 묻는 질문에 대해서도 주저 없이 답변했다.
그는 우선 여당 정치인들 가운에서는 남경필 경기지사와 원희룡 제주지사를 꼽았다.
{RELNEWS:right}"소속된 당이 크게 다르다고 하기 어려울 정도로 굉장히 잘 통하더라. 개혁적인 마인드가 있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박 시장은 최근 남경필 지사와는 수도권 시민들의 생활을 소재로 토크콘서트를 열었고, 원희룡 지사와는 중국 출장을 동행했다.
야당 정치인에 대해서는 "모두와 괜찮은 관계"라면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와 안철수 전 대표를 들었다.
문 대표에 대해서는 "굉장한 인격자"라고 했고, 안 전 대표에 대해서는 "운명적으로 좋은 관계일 수밖에 없는 분"이라고 정의했다.
한편, 박 시장은 매일경제가 최근 정치 분야 전문가 12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차가 대선 주자 조사에서 37.4%를 얻어 가장 유력한 야당 주자로 꼽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