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현지시각) 백악관에서 있었던 미중 정상의 공동기자회견 모습 (사진='백악관' 유튜브 영상 캡처)
미·중 양국 정상이 북한의 다음달 10일 노동당 창건 70주년에 즈음한 도발 가능성에 대해 한 목소리로 경고에 나섰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가진 뒤 공동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중 양국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방식의 한반도 비핵화를 평화적으로 이룩한다는 약속을 재확인했다"며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고 유엔 안보리 결의의 충실한 이행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시 주석도 "미국과 중국은 한반도에 긴장을 조성하거나 유엔 안보리 결의에 위배되는 어떠한 행동도 반대한다"면서 "9.19 공동성명과 관련 유엔 안보리 결의가 충실히 이행돼야 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시 주석의 이 같은 언급은 미·중 간의 대북공조 수위를 한 단계 높인 것으로 평가된다.
그는 지난해 11월 베이징에서 열린 양국 정상회담에선 대화와 협상을 통한 한반도 핵 문제 해결과 6자회담의 조속한 재개를 촉구했다.
김정은 조선노동당 제1비서 (사진=노동신문)
그러나 이번 회담에선 9.19 공동성명과 유엔 안보리 결의 이행을 강조함으로써 북한을 압박하는 쪽에 무게를 뒀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중국은 무력도발과 비핵화 문제에 대해 한미중이 공조하고 있다는 입장을 분명히 나타냈고 북한에 대한 단호한 메시지를 한 단계 구체화된 성명을 통해 발표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시 주석의 이번 발언은 지난 2일 한중 정상회담 때와 비교하더라도 강경해진 측면이 있다.
당시에도 9.19 공동성명과 유엔 안보리 결의 이행을 요구하긴 했지만 이번에는 "유엔 안보리 결의에 위배되는 어떠한 행동도 반대한다"며 압박 강도를 높였다.
또 한중 정상회담 때는 '의미 있는 6자회담의 조속한 재개'를 촉구한 반면 이번에는 그에 대한 언급 자체가 없다는 점도 주목된다.
다만 시 주석은 "모든 관련 당사자들이 한반도 비핵화를 확고히 진전시키고 동북아 평화와 안정 유지를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 도발 가능성이 임박한 상황인 만큼 회담 보다는 제재에 무게중심을 둔 화술로 보인다.
김 교수는 "'유엔 결의 위배'라는 표현은 한중 정상회담 때는 없던 것으로, 이번에 이런 얘기가 나온 것은 '트리거(trigger) 조항'을 충실히 이행하겠다는 메시지를 담은 것 같다"고 말했다.
트리거 조항은 북한이 2012년 12월 장거리 로켓인 은하3호를 발사하자 유엔 안보리가 대북제재 결의 2087호에 명시한 일종의 자동개입 조항이다.
북한이 또 다시 탄도 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로켓을 발사하거나 핵실험을 할 경우 이사국 소집을 요구할 필요 없이 자동적으로 '중대 조치'(significant action)를 취하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중국의 태도가 강경해지면서 북한의 추가 도발시 제재 강화 및 확대 가능성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RELNEWS:right}최근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제재 이상의 조치(more than santions)"를 언급하고 미국 정치권 일각에선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 기업까지 제재하는 '세컨더리 보이콧(secondary boycott)' 필요성도 거론되고 있다.
중국은 현재 북한에 대해 900여개의 품목을 금수 조치하고 있는데, 비공식적인 변경무역을 통해 빠져나가는 틈새에 대한 단속 강화도 논의가 가능한 부분이다.
하지만 시 주석이 이번에 한반도 비핵화를 강조하면서도 "평화적 방법으로 해결한다는 약속을 재확인"한 점으로 미뤄 큰 기대는 하기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미중 3국은 북한의 추가 도발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면서 구체적인 대북 제재의 수위와 폭을 놓고 논의를 지속한 뒤 다음달 16일 한미 정상회담에 즈음해 공조의 틀을 완성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