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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정책

    지금 집을 사면 상투 잡는 건가요?

    [한국경제,부동산에 길을 묻다 ②]

    최근 초저금리 기조 속에서 가계들이 빚을 내 부동산 경기를 떠받치고 있는 형국이다. 부동산 경기가 일부 지역에서 과열 양상까지 보이고 있지만 내수경기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고 집 없는 서민들은 치솟은 전월세로 큰 고통을 겪고 있다. 현 부동산 시장 무엇이 문제이고 대책은 무엇인지를 세 차례에 걸쳐 집중 조명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1. 최근 부동산 경기 과연 정상인가요?
    2. 지금 집을 사면 상투 잡는 건가요?
    3. 2018년 부동산 위기론 왜죠?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자료사진)

     

    모 경제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는 A(42)씨는 올 연말 임대기간 만료를 앞두고 고민이 많다. 강남의 오래된 아파트에 전세로 사는데 집주인이 전세금을 8천만원을 올려달라고 한다는 것이다.

    A씨는 전세금을 계속 올려주고 있는데 앞으로는 강남권 재개발로 전세 물건이 귀해 더욱 치솟을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이번 기회에 대출을 받아서 집을 살까 생각하고 있는데 지금 들어가면 상투 잡는 것이 아닌가 싶어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요즘 주택을 구입하면서 고민하는 것은 A씨만은 아닐 것이다.

    ◇ "시장 예전과 다르다… 풀 만한 규제 거의 풀었는데도 큰 폭 오름세 없어"

    주택 가격이 앞으로 오른다면 빚을 내서라도 주택을 구입하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그럴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인식이 널리 확산돼 있다. 단적인 예가 정부가 부동산 경기를 부추기기 위해 기준금리를 잇따라 내려 초저금리 상태를 만들고 부동산관련 규제를 대폭 완화했는데도 불구하고 주택가격이 소폭 오르는데 그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2년간 연 3%의 주택가격 상승은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거의 제자리 수준이라고도 할 수 있다.

    사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경기가 정부의 부양노력에도 불구하고 침체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때 '우리나라도 일본처럼 장기간 부동산 경기가 침체 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는 인식이 광범위하게 확산되었다.

    정부의 온갖 부양 노력으로 부동산 시장이 활황세를 보이고 있는 최근까지도 이런 인식이 영향을 미치면서 주택구입 수요를 내리누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전세가격이 보통 매매가격의 60%를 넘어서면 전세수요가 매매로 돌아서 매매가격이 치고 올라가는데 최근에는 70%를 넘어섰고 일부 지역에서는 매매가격에 육박하면서 계속 치솟고 있지만 매매가격의 상승은 예전과 달리 소폭에 불과한 실정이다.

    김태섭 주택산업연구원 정책연구실장은 "시장에서 나타나는 것이 예전과는 다르다. 과거에는 전세가격이 6, 70%가 되면 매매가격이 치고 올라갔다. 그러나 요즘에는 전세가격이 그 이상으로 올라도 매매가격이 치고 올라가지 않는다…. 지금은 풀만한 규제는 거의 풀었다. 그런데도 큰 폭으로 오르지 않고 있다. 앞으로는 금융위기 전인 2천년대 중반같이 오르지 않을 거라는 인식이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과연 우리도 일본을 뒤따라 장기 부동산 시장 침체의 길을 걸을 수도 있는 것일까. 일본의 사례를 면밀히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 일본 부동산시장, 거품 붕괴 이후 15년간 장기침체

    아파트 (사진=자료사진)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낸 '한국 부동산시장과 일본 버블기 비교' 보고서(2012.11.20)에 따르면, 일본의 부동산 시장 침체는 1992년부터 시작돼 2006년까지 거의 15년간 지속됐다.

    그 이전에는 엄청난 부동산 가격 거품이 있었다. 일본은 토지를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시세가 형성되고 상업지가 부동산 가격상승을 선도하는 특징을 보이는데, 1985년부터 5년간 일본 6대 도시의 상업용 토지가격은 연평균 28%씩 올랐고, 주거용은 연평균 19%씩 치솟았다. 당시 일본의 실질 경제성장률이 5%대였던 점을 감안하면 실물 경제에 비해 엄청난 폭등세고 거품인 셈이다.

    거품이 형성된 과정을 보면 1985년 '플라자합의' 이후 엔고불황 우려에 대응하기 위한 저금리 정책 강화로 돈이 시장에 많이 풀렸다.

    (※플라자합의 : 1985년 9월 22일 미국 뉴욕의 플라자 호텔에서 프랑스, 독일, 일본, 미국, 영국 등G5의 재무장관들이 달러화 강세를 시정하기로 결의한 조치를 말한다. 이후 2년 동안 달러화 가치는 30% 이상 급락했고 덕분에 미국 제조업체들은 높아진 가격경쟁력으로 1990년대 들어 해외시장에서 승승장구했고 미국 경제가 회복세를 찾아갔다. 반면 일본은 엔고로 인한 거품 붕괴 등의 타격을 받았으며 2010년대 이후까지 그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여기에 부동산경기 활황으로 부동산업에 대한 은행권 대출과 개인대출도 연평균 10~20% 이상씩 늘어 부동산으로 돈이 쏟아져 들어갔다. 대출 폭증에도 금융권의 리스크 관리는 미흡했다. LTV(담보인정비율) 규제가 있었지만 규제 비율이 100% 이상이어서 규제로서는 의미가 없었다.

    하지만 거품은 무한정 커질 수 없고 언젠가는 터지는 법, 거품붕괴의 신호탄은 더 큰 경제 위기를 막기 위해 단행할 수 밖에 없었던 급격한 금리인상과 대출 총량 규제도입이었다. 이것은 위기상황에서 경착륙과 같은 것으로 부동산 시장을 일순 얼어붙게 하기에 충분했다.

    1992년부터 5년간 6대 도시의 토지가격은 상업용이 연평균 20%씩, 주거용이 12%씩 급격하게 하락했다. 경기부양을 위한 SOC건설과 리조트 개발 등 각종 정부 대책 시행에도 불구하고 금융권 부실이 급증했고 뒤따른 동아시아 경제위기로 실물경제가 침체되면서 장기불황으로 진입하게 됐다.

    ◇ 일본 35세~54세 인구 1990년대 초부터 감소, 거품 붕괴 촉진

    (사진=자료사진)

     

    때마침 인구구조변화에 따른 주택수요기반 약화까지 맞물려 발생해 거품 붕괴와 장기 침체국면을 촉진했다. 활발한 경제활동으로 주택을 구입할 수 있는 주된 수요층인 35세에서 54세 인구는 1990년대 초부터 감소하기 시작했고 그에 따라 가처분 소득 증가세도 둔화됐다.

    일본의 사례는 우리와 비슷한 점도 있지만 다른 점도 많아 일정한 시차를 두고 우리나라에서도 그대로 재연되리라고 보는 것은 무리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일본의 사례를 돌아볼 때 우리나라에서도 심각하게 짚어 볼 대목이 있다.

    ◇ 거품 논란…"물가 상승의 절반도 안 올라" vs "건설사 임직원도 비싸다고 생각해"

    먼저 일본의 경우 부동산 가격 거품이 문제였는데 우리나라에는 과연 거품이 없는가 하는 점이다.

    상당수의 전문가들은 거품의 존재를 부인한다. 특정시기로 국한하면 지역적으로 거품이 있을 수도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거품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2000년대 초중반 수도권 주택가격이 연평균 10% 가까이 폭증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침체상태를 거치면서 많이 조정됐다고 본다.

    그 동안의 물가상승률과 경제성장률을 따지면 주택가격은 더 올라갔어야 한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서종대 한국감정원장은 "우리나라 국부조사 결과를 보면 그동안의 경제성장 과실이 자본과 노동, 토지에 비교적 균등하게 배분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부동산에 거품이 많이 끼어있다고 보기는 힘들다. 지난 20년 동안 일본은 거의 제로에 가까운 경제성장률을 기록했으나 우리는 실질성장률이 3~4%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부동산 가격 상승률을 보면 소비자 물가의 절반도 안되고 임금상승률보다도 낮다"고 말했다.

    반면 현재 주택가격에 거품이 끼어있다는 주장도 만만찮다. 국민의 실질 소득이 늘지 않고 있는 가운데 대다수가 현재 집값이 너무 비싸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은 거품이 끼어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선대인 선대인경제연구소장은 "경제가 성장했다고 해도 대기업은 돈 벌었지만 가계는 돈 번 게 없다. 가계 평균소득이 경제성장률만큼 늘지도 않았다. 구매력이 늘어난 것도 없다. 무슨 배경으로 집값이 오를 수 있나. 경제성장률 만큼 집값이 올라야 한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 건설사 임직원들을 상대로 강의해도 모두 집값이 비싸다고 생각한다. 주택 소비자들이 집값이 비싸다고 생각하는데 달리 무슨 통계가 필요하냐"고 반문했다.

    ◇ 거품 여부 판단, 대책 평가에서도 차이 낳아

    아파트실거래가지수의 변화. 아파트실거래가지수는 2006년 1월 1일부터 시행된 부동산거래 신고제도에 따라 축적된 가격자료를 기초로 작성한 가격 지수로 2006년 1월 거래된 가격을 기준으로 지수가 작성된다. (출처=국가통계포털 한국감정원 아파트실거래가지수)

     

    거품 여부에 대해 갖는 서로 다른 판단은 부동산 관련 대책에 대한 평가에서도 차이를 낳는다.

    현재의 주택가격에 거품이 끼어있지 않다면 침체된 부동산 경기를 살리기 위해 각종 부양대책을 동원하는 것은 문제될 게 없다. 하지만 거품이 끼어 있다면 다르다. 각종 부양대책은 거품을 더욱 크게 하는 위험천만한 일이 된다.

    그런 만큼 부양책보다는 거품을 더 빼는 노력을 기울여야 하고 거품이 급격히 꺼졌을 때의 충격을 피하기 위해 시간적인 여유가 있을 때 거품이 서서히 꺼지도록 하는 연착륙대책이 요청된다고 주장한다.

    거품이냐 아니냐의 논란과는 상관없이 앞으로 부동산 시장 전망이 그리 밝지 않다는 것은 분명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금리인상이 임박해 있고 내년 초부터 원리금분할상환으로 대출상환방식이 바뀌고 최근 아파트 공급이 과도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 악재로 작용하면서 2018년 이후 위기론까지 불거지고 있다.

    이를 슬기롭게 극복하는 것이 거품에 대한 불안을 해소하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 "급속한 고령화, 주택가격 장기적으로 하락압력"

    일본의 사례에서 중장기적으로 더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주는 것은 인구구조변화이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본이 우리보다 앞서 저출산 고령화를 경험했고 그에 따라 인구구조가 변화하고 있는데, 우리나라가 약 20년의 시차를 두고 그 뒤를 따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인구증가율과 연령별 인구구조 변화가 이를 여실히 보여준다.

    2002년 우리나라의 인구증가율은 0.6%를 기록했는데, 이는 일본이 이미 1984년에 경험한 수치이다. 또 일본이 1990년대에 고령사회(65세 이상이 전체 인구의 14%를 차지), 2천년대에 초고령사회(65세이상이 전체 인구의 20%를 차지)에 각각 들어섰는데 우리나라는 2010년대에 고령사회로 진입하기 시작했고 2020년대에 초고령사회로 들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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