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유연석 기자)
예술인 연대포럼이 문화체육관광부(김종덕 장관, 이하 문체부) 산하 한국문화예술위원회(박명진 위원장, 이하 문예위)의 기관 파행과 검열 사태에 대한 성명서를 발표했다.
예술인 연대포럼은 5일 오후 6시 서울 종로구 동숭동 대학로 SH아트홀에서 공청회를 열고 "헌법이 표현의 자유를 절대적으로 보장하는 것은 예술이 금기를 위반하고 권력에 저항함으로써 통념과 상식을 뒤집고 조금 더 나은 인간 삶의 가능성을 모색해보는 것을 자기 임무로 삼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문예위가 검열을 옹호하는 논리로 '사회적 논란 예방' 등을 제시하는 것은 일제의 식민지 지배부터 독재 정권기를 거치며 계속되었다가 민주 정부 시기 거의 사라졌던 유제가 아직도 죽지 않고 살아있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또 1천여 명이 넘는 예술인들이 예술위의 검열과 탄압에 반대하고 있음에도 침묵을 지키는 예술위에 "민주공화국에서 문체부와 문예위의 임무는 현장 예술가를 정치적 색깔에 따라서 나누고 검열하여 논란을 사전 예방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이들은 이날 발표한 성명서를 통해 문체부와 문예위에게 ▲ '검열과 파행 사태'에 관한 진상 조사, ▲ 검열 사건에 대한 책임자 문책, ▲ 예술지원제도에서 심사과정의 기준과 독립성 및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을 위해 현장 예술가 단체들과의 대화의 자리 즉각 마련, ▲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한국문화예술위원회장, 10인의 예술위원 등의 책임있는 자진 사퇴 등을 요구했다.
다음은 성명서 전문.
문화체육관광부(김종덕 장관) 산하 한국문화예술위원회(박명진 위원장, 이하 '문예위')가 기관 파행과 검열 사태가 공론화된 이후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지 벌써 한 달이 지났다.
지난 9월 9일 언론 첫 보도를 시작으로 11일과 18일 국정감사에서 드러난 문예위의 파행과 검열의 실상은 다음과 같다.
첫째, 문예위는 그동안 현정부에 대하여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는 현장 예술가들에 대하여 이른바 '블랙리스트'를 작성하였으며,
둘째, 이 '블랙리스트'를 기반으로 예술지원심사 과정에 개입하여 심사위원들에게 특정 예술가의 지원 배제를 요구하였고,
셋째, 심사위원들이 이를 거부하자 문예위가 직접 개입하여 지원 결정을 번복하거나 심지어 특정 예술가를 찾아가 지원 선정된 작업의 포기를 종용하였고,
넷째, 국정감사에서 이를 지적하자 "정치적 이슈화에 골몰하는 이들이 문제"(김종덕 장관)라거나 "사회적 논란 예방을 위한 일반적 유의사항을 지시한 것"(문예위 보도자료)이라며 '검열'을 옹호하였고,
다섯째, 한편 불법 검열을 감시해야 할 국정감사에서 "정치적 논란에 휩싸일 우려가 있다면 지원 철회가 마땅"(한선교 의원)하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여섯째, 이러한 검열 옹호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현장에서 계속해서 끓어오르고 있는데도 문체부나 문예위가 진상규명이나 관련자 문책 등 아무런 조처도 취하지 않은 채 한 달이 지나가고 있다.
헌법이 검열을 금지하는 것(헌법 21조 2항 검열금지 원칙)은 민주주의가 표현의 자유를 기반으로 자유로운 의사표현과 토론, 의사 결정과정을 거쳐서 민의를 확인하고 이를 바탕으로 국가공동체 운영 방향을 결정하는 정치시스템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헌법이 표현의 자유를 절대적으로 보장하는 것은 예술이 권력과 이데올로기에 봉사하는 대신 금기를 위반하고 권력에 저항함으로써 통념과 상식을 뒤집고 조금 더 나은 인간 삶의 가능성을 모색해보는 것을 자기 임무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문예위가 검열을 옹호하는 논리로 '사회적 논란 예방' 등을 제시하는 것은 일제의 식민지 지배에서 시작하여 독재 정권기를 거치며 계속되었다가 민주 정부 시기 거의 사라졌던 유제가 아직도 죽지 않고 살아있었다는 기막힌 사실을 보여준다.
일제는 러일전쟁 과정에서 일본군에 의해서 강제로 실시하였던 식민지 검열을 3.1운동 이후 문화통치 시기, 전시동원체제 시기를 거치면서 통제 대상(텍스트·작가·물적 기반), 통제 수단(물리적 폭력·법적 폭력·경제적 보상), 통제 방식(물리적 직접 개입·간접적 제도적 개입·조직화), 통제 양상(시장·행정·군사) 등 다양한 차원에서 발전시켰다.
해방 이후에도 이러한 식민지 검열은 폐기되는 대신 법제와 인적 계속을 통하여 이어졌고 군사독재정권 시기에도 이어지다가 민주화가 진행되면서 점차 체감할 수 없는 일이 되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현장 예술단체들은 이러한 상황을 묵과하지 않고 다음과 같이 즉각 대응하였다. 서울연극협회(9.10), 연극미래행동네크워크 (9.13), 한국작가회의(9.14), 연극단체 연대 성명(9.21), 한국희곡작가협회(9.21), 문화연대 한국작가회의 서울연극협회 연대 원로예술인기자회견, 원로중견 연극인(9.22), 대학로X포럼(9.22), 연극저항집단 백치들(9.23), 안산순례길개척위원회(9.30), 검열을 거부하는 극작가들의 입장 (10.1)이 이어졌다.
예술위의 불법 검열과 예술탄압에 반대하는 다양한 성명서에 연명한 현장 예술가가 이미 1천여 명을 넘어서고 있다.
예술 활동에 몰두해야 할 예술가들이 작업을 중단한 채 예술장르 간의 연대포럼을 개최하게 된 데는 주무 관청인 문체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현장 예술단체들의 목소리를 외면한 채 자기 임무를 오해하고 방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공화국에서 문체부와 문예위의 임무는 현장 예술가를 정치적 색깔에 따라서 나누고 검열하여 논란을 사전 예방하는 것이 아니다. '논란'은 동시대가 앓고 있는 숨겨진 환부를 공공에 드러내며, 이에 대하여 서로 다른 세계관과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이 상호 존중을 바탕으로 토론 과정을 거칠 때 대립되는 사람들이 서로 만날 수 있는 공간이 열린다.
이에 우리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검열과 파행에 대한 예술인 연대 포럼'을 통하여 다음과 같은 공동의 입장을 발표한다.
하나.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이번 '검열과 파행 사태'에 관하여 진상을 낱낱이 밝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