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검열 중단하라", "예술탄압 거부한다"
22일 오후 2시 대학로 마로니에공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문예위) 건물 앞에서는 예술가들이 한창 작품 활동에 몰입하거나 극단에서 연습을 할 시간에 플랜카드를 들고 규탄 시위를 벌였다.
문예위가 정치적인 이유로 특정 작가의 작품을 배제하는 등 지원 작품 선정에 개입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사진=유연석 기자)
현재까지 배제된 것으로 알려진 작품 수는 3개.
창작산실지원분야의 박근형 씨는 박근혜 대통령과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 부정적인 언급을 했다는 이유로, 문예창작기금 분야의 이윤택 씨는 대선 당시 반대편 후보의 지지연설을 했다는 이유로, 다원창작예술지원분야의 ‘안산순례길’ 작품은 세월호를 언급했다는 이유로 배제됐다는 심사위원의 증언이 나왔다.
이날 참가자들은 "들통난 게 3작품일 뿐 예술지원 과정 전체에 정치적 검열이 작용했다고 본다"며, 현 정부의 "시대착오성과 후진성에 할 말이 없을 지경이다"고 한탄했다.
게다가 이번 사태는 일련의 흐름이 있다. 단지 일회성 사건으로 바라보기 어렵다. 앞서 서울연극제가 대관 심사에서 탈락하고, 이후 공연장마저 폐관하게 했던 사건의 연장선이다.
박장렬 서울연극협회장은 "(올 상반기) 서울연극제 때는 극장을 폐관해 거리로 내쫓더니, 이제는 가장 핵심인 작품에 검열이라는 칼을 들이대 거리로 내몰고 있다"며 "2015년은 연극 역사상 가장 참극의 해로 기록될 것 같다"고 울분을 토했다.
(사진=유연석 기자)
이날 모인 원로예술인들도 그동안 쌓아온 민주화의 성과가 무너진 것 같다는 심경을 밝혔다.
정희성 시인(70)은 “내가 해방둥(1945년생)이다. 가장 젊은 시절을 억압적 정권 아래에서 보내 왔고, 가까스로 얻은 민주화의 성과가 하루아침에 무너져버리는 심한 모욕을 당한 느낌을 받는다”며 분노했다.
오태영 작가(68)는 "세상이 꽤 좋아지는 것 같은데 이명박 정부 들어서며 수상하더니, 박근혜 정부 이후 확실하게 변하고 있다. 선배들이 투쟁해서 표현의 자유를 구가할 수 있었는데, 다시 옛날로 돌아가다니…"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