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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밴댕이 정치'여, 샌더스의 '통큰 정치' 배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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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럼] '밴댕이 정치'여, 샌더스의 '통큰 정치' 배우라

    (사진=유튜브 영상 캡처)

     

    버니 샌더스 미국 상원의원(73)이 '통큰 정치'의 진수를, '절제의 미학'을 보여줬다. 미국은 물론 세계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버니 샌더스 미 상원의원은 14일(한국시각) 미국 CNN방송이 주최한 2016 미국 대통령 선거 민주당 대선후보 첫 TV 토론회에서 힐러리 클린턴 전 미 국무장관의 약점을 파고들지 않았다.

    미 민주당의 유력한 대선 주자인 힐러리를 바짝 추격하고 있는 샌더스 상원의원은 힐러리를 세게 비판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힐러리의 취약점을 감싸주는 큰 정치인다운 면모를 과시했다.

    샌더스 상원의원이 힐러리 전 장관의 치명적 결점으로 부각된 이메일 스캔들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지 않았다.

    힐러리는 국무장관 재임 시절 개인 이메일 계정 스캔들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마자 공세의 예봉을 꺾으려는 듯 "최선의 선택은 아니었지만 가능한 한 투명하게 업무를 처리했다"며 "지금 공화당이 국민의 혈세를 쓰며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나를 공격하고 있다"고 받아쳤다.

    샌더스가 바로 손을 들며 발언권을 요청하자 클린턴은 고개를 샌더스 쪽으로 돌리며 굳은 표정을 지었다. TV 카메라들이 클린턴과 샌더스를 집중 조명하는 순간 시청자들과 언론의 정면 충돌 예상이 빗나가는 데는 1분도 걸리지 않았다.

    샌더스는 "국민들은 그놈의 이메일(damn emails) 논란을 듣는 데 식상하고 지쳤다. 언론도 문제가 있다. 클린턴 말이 맞다. 이제 제발 중산층을 살리고, 소득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토론에 집중하자"라고 클린턴을 감쌌다.

    샌더스 의원은 평소에도 "사실 힐러리 클린턴 전 장관만큼 여러 가지 많은 이유로 공격을 당한 사람도 없다"며 "그런 공격 중 일부는 성차별적인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지난 2012년 12월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본관에서 열린 '초청대상 후보자 2차 토론회'에 앞서 당시 후보들이 손을 잡고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습.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뜻밖의 발언에 힐러리 클린턴은 환하게 웃으며 "나도 그렇다, 정말 고맙다"라며 "땡큐"를 반복했다. 힐러리는 파안대소하며 샌더스에게 악수를 청했고, 샌더스도 힐러리의 손을 굳게 잡자 1000명의 청중들은 기립 박수로 화답했다.

    샌더스의 클린턴 옹호 발언이 첫 TV합동토론회의 하이라이트이자 압권이었다. 미국 언론들은 이날 토론회의 백미였다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지는 "샌더스의 이 발언은 앞으로 48시간 동안 아마도 조회 수 수십억 회를 기록할 것"이라고 극찬했으며, 미 CNN기자는 "샌더스 돌풍이 어떻게 일어났는지를 명약관화하게 보여준 토론회였다"고 평했다.

    샌더스와 힐러리는 금융규제와 소득 불평등, 이라크 전쟁, 총기 규제 문제 등 미국의 현안들에 대해서는 서로의 시각차를 여실히 드러냈다. 샌더스가 "미국의 소수 1%가 소득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다수가 너무 적게 갖는 카지노 자본주의로는 안 된다"며 "미국은 덴마크와 노르웨이로부터 배워야 한다"고 그의 민주적 사회주의자다운 면모를 유감없이 과시했다. 그러자 힐러리는 "우리는 덴마크가 아니라 미국에 있다"고 일갈했다. 두 예비 후보는 한 치도 양보없는 공방을 벌이면서도 인신공격을 하거나 네거티브전을 펴지 않았다. 품격있는 정책토론회를 연출했다.

    미국 언론들은 토론은 힐러리가 잘했으나 인기는 샌더스가 챙겼다는 보도를 했다.

    미 민주당 내 경선의 최대 호적수이던 샌더스가 힐러리의 가장 큰 약점을 전 미국인들이 보는 앞에서 덮어주고 중산층과 서민을 살리는 일에 치중하자고 역설함으로써 힐러리 클린턴은 천군만마 같은 원군을 얻은 셈이다. 잘릴 뻔한 '아킬레스건'도 보존했다.

    미국의 정치란 심하게 싸우다가도 이처럼 가끔 감동을 준다. 상대방을 공격하다가도 비이성적이나 비논리적, 비합리적일 땐 과감하게 접고 정책 대결을 모색하는 경우를 흔히 접할 수 있다. 지난 2008년 미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전이 대표적이다. 2강 대결로 좁혀진 대결에서 오바마 후보와 힐러리 후보는 물러설 수 없는 접전을 벌였으나 서로의 치부를 건드리거나 감정적으로 후벼파는 발언을 삼간다. 더 나은 미국 건설과 미국인들의 삶의 질 개선을 위한 공격과 반격으로 대체한다.

    이념 대결도, 지역 대결을 더더욱 벌이지 않는다.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듯한 발언을 하는 경우는 볼 수조차 없고 이념적 편향성이 있다고 할지라도 그건 세계 최고 국가, 미국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투로 공격하는데 그친다.

    {RELNEWS:right}우리는 조금만 다르면 불구대천의 원수인 양 적대시 한다. 지난 2007년 새누리당의 대선 후보 경선전에 나선 이명박 후보와 박근혜 후보가 그랬었고, 지난 2002년 민주당 대선 후보를 놓고 노무현·이인제 후보가 차마 눈 뜨고는 보기 힘든 가혹한 공격과 비판을 가했다. 흑색 선전은 말할 것도 없고, 색깔론이 난무했다.

    지난 2012년의 대선 후보 경선은 박근혜·문재인이라는 여야의 절대 강자가 일찌감치 정해지는 바람에 선을 넘는 경선전이 벌어지지 않았을 뿐 본선에서는 '너 죽고 나 살기' 식의 파렴치한 선거전이 펼쳐졌다.

    한국의 정치판은 거의 언제나 극단적인 대결의 연장선상에 놓여 있다. 예전보다 한 발짝도 전진하고 못한 채 퇴보 또는 횡보하고 있다.

    작금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파문만 해도 그렇다. '좌파'라거나 '꼴(통) 보수', '꼴(통) 진보'라는 배타와 배격적인 주장들이 시월의 쾌청한 하늘을 짙게 변색시키고 있다. 하늘 아래 함께 살 수 없는 인간들인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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