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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닮은 꼴' 김경문의 2004년 vs 김태형의 201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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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닮은 꼴' 김경문의 2004년 vs 김태형의 2015년

    '첫 사령탑 대결' 김경문 NC 감독(왼쪽)과 김태형 두산 감독이 올 시즌 개막전에서 사령탑으로 처음 맞대결을 펼치기 전 선전을 다짐하며 악수하는 모습.(자료사진=두산)

     

    '2015 타이어뱅크 KBO 리그' 플레이오프(PO)에서 맞붙은 NC와 두산. 정규리그 2위와 3위에 8승8패 호각을 이룬 두 팀답게 1승1패, 장군멍군으로 맞섰다.

    이번 시리즈는 무엇보다 두 팀 사령탑의 인연이 관심을 모은다. 두산의 전신 OB 시절부터 선후배, 사제의 인연이다.

    김경문 NC 감독(57)은 두산의 전신 OB에서 프로 원년인 1982년 데뷔해 1991년 은퇴했고, 1998년부터 코치로 2003년부터 2011년 중반까지 사령탑으로 곰 군단을 이끌었다. 김태형 감독(48)은 1990년 OB에 입단해 김경문 감독의 마지막 현역 시즌을 함께 보냈다. 이후 98년부터는 4년 동안 선수와 코치, 코치와 감독으로 오랜 시간을 보냈다.

    그런 만큼 김태형 감독은 김경문 감독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지난 시즌 뒤 취임식 때도 김 감독은 "김인식, 김경문 등 전임 두산 감독들의 뒤를 잇겠다"고 밝힌 바 있다. 선이 굵은 곰 군단의 전통을 계승하겠다는 의지였다. 그래선지 지난해 다소 소극적인 야구로 실패했던 두산은 올해 특유의 파이팅 넘치는 스타일을 찾으며 가을야구에도 진출했다.

    공교롭게도 닮은 꼴 두 감독의 사령탑 첫 시즌도 양상이 비슷하다. 부임하자마자 전 시즌의 부진을 딛고 팀을 포스트시즌(PS)으로 이끈 데다 성적까지 흡사하다. 과연 김경문 감독의 데뷔 시즌인 2004년과 김태형 감독의 올해는 어땠을까.

    ▲김경문, 첫 시즌부터 '3위-PO 진출'

    김경문 감독은 지난 2003시즌 뒤 두산 지휘봉을 잡았다. 1998년부터 배터리 코치로 있다가 당시 김인식 감독(현 KBO 기술위원장 겸 국가대표 감독)에 이어 사령탑으로 전격 발탁됐다.

    김인식 감독은 1995년부터 두산을 맡아 두 차례 우승(1995, 2001년)을 이끈 명장. 2002년 당시 부산아시안게임 사령탑으로 금메달을 견인하기도 했다. 그러나 2002년 5위, 2003년 7위에 머물면서 두 시즌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이에 두산은 구단 사상 최장이었던 9년의 '김인식 시대'를 마치고 김경문 감독에게 뒤를 맡겼다. 김인식 감독이 덕장이었던 만큼 다소 어수선할 수 있던 상황이었으나 김경문 감독은 초보답지 않게 팀 분위기를 빠르게 수습했다. 오랫동안 곰 군단에 몸담으며 선수단을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던 김 감독이었다.

    두산 사령탑 시절 김경문 현 NC 감독이 포스트시즌에 나선 모습.(자료사진=노컷뉴스)

     

    2004년 두산은 지난 두 시즌 침체를 딛고 정규리그를 3위로 마쳤다. 70승62패1무 승률 5할3푼으로 전 시즌보다 승률이 1할 가까이 높았다. 당시 외국인 타자 알칸트라의 부진(37경기 6홈런 25타점)에도 홍성흔(14홈런 86타점) 김동주(19홈런 76타점) 안경현(10홈런 51타점) 등이 타선의 중심을 잡았다. 또 손시헌이 주전 유격수로 전격 발탁된 시즌이기도 했다.

    마운드에서는 레스가 17승(8패), 박명환(현 NC)이 12승(3패)을 따내며 원투 펀치로 활약했다. 여기에 이재영(9승14홀드), 정성훈(3승15홀드), 이혜천(2승12홀드) 등 계투진과 마무리 구자운(4승32세이브)이 뒤를 받쳤다.

    김경문 감독은 첫 PS도 비교적 선전했다. 4위 KIA와 준PO에서 시리즈 MVP 홍성흔(타율 4할4푼4리 4안타 4타점)을 앞세워 2승을 거뒀다. 2위 삼성과 PO에서도 1차전을 잡아내며 파란을 일으키는 듯했다. 그러나 이후 3연패, 한국시리즈(KS) 진출은 무산됐다.

    하지만 사령탑 첫 시즌임을 감안하면 성공적인 데뷔였다. 더욱이 지난 두 시즌 하위권에 허덕인 팀을 빠르게 정비해 가을야구로 올렸다. 만족할 첫 시즌을 보낸 김 감독은 이듬해 정규리그 2위로 KS까지 올라가는 등 2010년까지 7시즌 중 6번이나 PS에 나서 KS 진출도 3번 진출했다.

    ▲김태형, 11년 뒤 역시 '3위-PO 진출'

    김태형 감독이 부임한 지난 시즌도 김경문 감독처럼 팀 상황이 썩 좋지는 않았다. 두산은 지난 시즌 우승권 전력이라는 평가에도 6위에 머물며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했다. 결국 송일수 감독을 경질하는 사태에까지 이르렀다.

    사실 두산은 김경문 감독 이후 사령탑 교체가 잦는 등 팀이 불안했다. 김경문 감독이 자진 사퇴한 2011시즌 뒤 김진욱 감독이 부임했으나 2013시즌 뒤 임기 1년을 남기고 경질됐다. 그것도 마무리 훈련까지 마친 11월 27일에야 결정이 났다.

    송일수 당시 2군 감독이 황급히 자리를 이었지만 결국 1시즌 만에 같은 운명을 맞았다. 임기 2년을 남기고 물러났다. 모그룹 최고위층의 결정이라고는 하나 두산은 수장의 잦은 교체라는 홍역을 겪어야 했다. 어쩌면 김경문 감독 때보다 더 악화된 상황일 수 있었다.

    김태형 두산 감독이 19일 NC와 플레이오프 2차전에 앞서 환한 표정으로 취재진과 얘기하는 모습.(마산=두산)

     

    하지만 김태형 감독 역시 올해 빠르게 팀을 다잡았다. 주장과 배터리 코치를 역임했던 만큼 두산 선수단을 잘 알고 있던 김 감독이었다. 특히 취임일성으로 "팀의 구심점이 없었는데 메시지를 명확하게 전달해 팀이 하나의 목표를 향해 뛰도록 하겠다"며 군기를 잡았다.

    선장이 키를 확실하게 쥐자 과연 두산은 달라졌다. 2004년처럼 올 시즌 정규리그 79승65패, 승률 5할4푼9리로 3위에 올랐다. 지난해보다 승수가 무려 20승이 더 많았다. 물론 16경기 늘어난 올 시즌이지만 승률에서도 지난해(4할6푼5리)보다 월등했다.

    김태형 감독은 첫 PS에서도 신선한 돌풍을 일으켰다. 지난해 준우승팀 넥센과 준PO에서 먼저 2승을 따내며 기세를 올렸다. 3전2승제였던 2004년이었다면 PO에 진출했을 성적. 3차전에서 1승을 내주긴 했지만 4차전에서 역대 PS 최다인 7점차 역전승을 거두는 기적을 만들며 PO에 진출했다.

    두산은 NC와 첫 판을 따내며 상승세를 이었다. 타선 폭발과 에이스 니퍼트의 완봉 역투로 7-0 완승을 거뒀다. 그러나 김경문 감독의 NC도 2차전에서 스튜어트의 완투로 2-1 짜릿한 역전승으로 멍군을 불렀다.

    여기까지는 2004년과 정말 비슷한 흐름이다. 3위 두산이 준PO를 이기고 2위와 PO에서 첫 판까지 따냈지만 1패를 안은 형국이다. 과연 2015년의 결과는 어떻게 될까. 김경문 감독이 '형 만한 아우 없다'는 속담을 입증할지, 김태형 감독이 '청출어람'을 이뤄낼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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