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2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여야 지도부 회동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가 22일 청와대 회동을 가졌지만 향후 정국은 차가운 냉골을 벗어나기 어려워 보인다.
청와대까지 가서 빈손으로 돌아온 야당은 23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규탄대회를 갖기로 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역사교과서 등 이번 회동에 의제로 오른 내용들을 놓고 여권과 야당은 첨예한 전선을 형성할 수밖에 없게 됐다.
◇ 타협 모르는 박대통령 vs 뿔난 야당이번 회동은 7개월만에 어렵사리 이뤄졌지만 예상대로 아무런 결실을 맺지 못했다. 이는 상대방과 타협없는 박 대통령의 국정 운영 스타일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박 대통령은 회동 전부터 참석자 숫자, 대변인 배석여부 등을 놓고 야당과 신경전을 벌였지만, 결국 모두 자신의 뜻을 관철시켰다.
이런 완강한 태도는 회동장에서도 그대로 재현됐다. 박 대통령은 야당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역사교과서가 좌편향됐고, 대한민국 정통성을 부정하고 있다는 인식을 그대로 드러냈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이를 놓고 "거대한 절벽을 마주하는 것 같은 암담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미 정부.여당의 주장이 상당부분 사실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지만 이를 전혀 수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전월세 문제, 가계부채, 경제민주화 등 야당이 문제제기한 경제 현안에 대해서도 아무런 대답을 주지 않았다.
야당 지도부를 불러 놓고 자신의 입장을 강변했을 뿐 '보따리'를 전혀 풀지 않은 것이다. 대신 노동개혁 5개 법안과 서비스산업발전법 등 경제활성화법의 처리에 협조할 것을 야당에 요구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야당은 되레 회동 이후 더욱 입장이 강경해졌다. 새정치민주연합은 23일 긴급의총을 열고 박 대통령 규탄대회를 갖기로 했다.
박수현 원내대변인은 "민생 주제에 대해 그렇게 간곡하게 말씀을 드렸는데 답변이 전혀없고 역사교과서가 편향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는데 박 대통령은 토씨하나 변화없는 인식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22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여야 지도부 회동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 총선 앞두고 여야 대치 더욱 가팔라질듯
이번 회동은 향후 정국을 더욱 얼어붙게 하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야는 정국 주도권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대립각을 더욱 가파르게 세울 수 밖에 없다.
서비스산업발전육성법, 국제의료사업지원법, 관관진흥법 등 경제법안과 예산안 처리 등을 놓고도 여야간 또다시 충돌이 불가피해졌다.
이들 법안에 대해 정부.여당은 민생법안이라며 조속한 처리를 요구하고 있지만, 야당은 민생과 무관한 대기업 특혜 법안이라고 규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