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노컷뉴스

'형님' 공소장에 드러난 포스코 회장 선임 막전막후

사회 일반

    '형님' 공소장에 드러난 포스코 회장 선임 막전막후

    • 2015-11-08 10:45

    이상득·박영준, 이구택·박태준 등에 정준양 지지 압력

     

    기업 경쟁력 약화 원인…"정부가 민간기업 인사 좌지우지 민낯"

    "이명박 정권의 실세인 박영준(55)씨가 포스코그룹 회장 선임 과정에 개입했다."

    2009년 4월 당시 민주당 우제창 의원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이러한 의혹을 제기했다. 정준양(67)씨가 유력한 경쟁자인 윤석만(67)씨를 제치고 그룹 회장으로 선임된 지 3개월 만이었다.

    우 전 의원이 제시한 박씨의 개입 정황은 상당히 구체적이었지만 진실 규명까지 나아가지 못한 채 이명박 정부의 여러 의혹 가운데 하나로 치부됐다.

    3년 뒤인 2012년 2조원대 파이시티(물류센터) 건설 사업의 시공권이 포스코건설로 넘어가 특혜 의혹이 일고 사업 인허가 비리에 박씨가 연루되면서 이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부상했다. 하지만 이때도 검찰 수사 대상에서 제외돼 진위를 확인할 기회를 놓쳤다.

    단순 의혹으로 묻힐 뻔한 이명박 정권 실세의 포스코 회장 선임 개입설은 그로부터 다시 3년이 지난 2015년 드러났다. 검찰이 이상득(80) 전 새누리당 의원과 정준양 전 포스코그룹 회장 간 형성된 끈끈한 유착관계를 파헤치면서다.

    검찰 수사를 통해 드러난 당시 상황은 정치권과 재계에서 떠돌던 소문과 크게 다르지 않다.

    8일 제3자 뇌물수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이상득 전 의원의 공소장을 보면 이명박 정부 임기 첫해인 2008년 11월 이 전 의원은 자신의 보좌관을 지낸 박영준씨를 앞세워 이구택(69) 포스코그룹 회장 교체 작업에 나선다.

    이 회장은 노무현 정부가 들어선 2003년 회장으로 선임되고 2007년 재선됐다. 당시 그의 임기는 1년 이상 남은 상태였다.

    박씨는 이 회장을 직접 만나 사임을 요구했다. 또 후임으로 정준양 포스코건설 사장을 지지해달라고 압박했다. 박씨는 대통령 기획조정비서관을 지내다 물러나 자연인 신분이었다.

    그즈음 이 회장이 국세청 고위 간부를 상대로 세무조사 무마 로비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자연스럽게 포스코 회장 퇴진을 위한 정권의 외압 논란이 뒤따랐다.

    그룹 내부에서는 이 회장 후임으로 윤석만 포스코 사장을 추대하는 분위기였다. 윤 사장은 1974년 포항종합제철 입사 이래 30년간 철강사업에만 종사해온 대표적인 '철강맨'으로 꼽힌다.

    이 회장은 물론 그룹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박태준 명예회장도 내심 그를 후임자로 염두에 두고 있었다.

    하지만 정권 실세를 등에 업은 정 사장의 등장으로 회장 경쟁 구도는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이 전 의원은 박 명예회장을 직접 만나 설득 작업을 벌였다. 박씨도 정 사장과 윤 사장, 박 명예회장 등을 차례로 접촉해 분위기를 몰아갔다.

    박 명예회장은 그해 12월 말 "앞으로 대무(大務)를 윤석만 사장이 수행할 것"이라며 윤 사장 지지 입장을 고수했으나 무게 추는 이미 정 사장쪽으로 기운 뒤였다.

    박씨는 이듬해 1월 초 한 조찬 간담회에서 이 회장을 만나 "차기 회장은 정준양"이라고 쐐기를 박았다.

    결국 이 회장은 그해 1월 15일 사의를 표명했고 같은 달 29일 최고경영자(CEO) 후보추천위원회는 정 사장을 단독 회장 후보로 추대했다. 당시 정권 실세의 뜻에 따라 이 회장도 추천위원회 회의에서 정 사장 지지 발언을 했다.

    추천위원회가 열리기 전 정 사장이 광양제철소 부소장과 소장으로 재직하던 2003∼2006년 자신의 처남·동생이 관여한 업체에 '일감 몰아주기'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대세를 뒤집지 못했다.

    법조계 한 인사는 "정준양씨가 포스코 회장에 선임되는 과정을 보면 정권이 민간기업의 인사권을 어떻게 좌지우지하는지 그 민낯을 그대로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부적절한 회장 선임은 이후 포스코건설 고위 간부의 금품수수 비리, 성진지오텍 고가 인수, 동양종합건설 특혜 제공 등 각종 부조리와 포스코 철강 경쟁력 하락의 단초가 됐다.

    정준양씨는 포스코 회장 선임 등을 돕는 대가로 이 전 의원의 측근이 운영하는 포스코 협력사에 일감을 몰아줘 30여억원의 금전적 이득을 챙겨준 혐의로 지난 9∼10월 다섯 차례 검찰에 소환됐다.

    검찰은 이번 주초 정씨와 함께 정동화(64) 전 포스코건설 부회장, 배성로(60) 전 동양종건 회장 등 핵심 인물들을 불구속 기소하는 선에서 8개월간의 포스코 비리 수사를 마무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시각 주요뉴스


    실시간 랭킹 뉴스

    노컷영상

    노컷포토

    오늘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