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 시원히 짚어 줍니다. [Why뉴스]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김현정의>
■ 방송 : 권영철의 Why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권영철 CBS 선임기자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폐지되고 반부패부가 공식출범 한 지 2년이 다됐다. 그런데 대검 중수부가 폐지된 뒤 검찰의 수사역량이 떨어졌다거나 무리한 수사를 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검찰총장의 힘이 빠지면서 검찰장악력이 떨어졌다는 평가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검찰 일각에서는 대검 중수부를 부활시키거나 다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그래서 오늘 [Why뉴스]에서는 "검찰은 왜 대검 중수부 부활을 꿈꾸나?"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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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3년 4월 서울 서초구 대검 청사 10층 중앙수사부 앞에서 박유수 관리과장이 중앙수사부 현판을 내리고 채동욱 검찰청장, 박영수 전 고검장 등 전직 중수부장들에게 인사 후 퇴장하고 있다. (사진=자료사진)
▶ 폐지된 뒤 2년 밖에 안 됐는데 중수부를 부활하자는 거냐?= 꼭 중수부를 부활시켜야 한다는 건 아니지만 중수부 부활을 비롯해서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데는 공감하고 있다.
검찰 내부의 의견을 들어보면 중수부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주장에서부터 중수부 부활은 아니더라도 대책은 수립해야 한다는 그런 목소리가 나온다.
검찰의 한 고위관계자는 "지금 검찰 시스템으로는 거악을 척결하기는 어려운 구조"라며 "대검 중수부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진태 검찰총장도 사석에서 중수부의 필요성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지만 다른 검찰 고위관계자는 "중수부 부활을 거론하는 건 시기상조"라면서 "그것보다는 비대해진 서울중앙지검을 손봐야 한다"고 말했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현판 (사진=자료사진)
▶ 중수부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왜 나오는 거냐?= 크게 세 가지 정도의 이유가 있다.
첫 번째는 검찰의 수사역량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특수수사에 정통한 검찰의 한 고위관계자는 "포스코 수사를 너무 오래 끌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개 부에서(특수2부가 담당) 감당하기에는 너무 큰 기업이었다"면서 "검찰의 수사역량이 집중된 대검 중수부였다면 그렇게 오래 끌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검 중수부장 출신인 박영수 변호사도 "검찰이 재대로 거악을 척결하기 위해서는 중수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두 번째는 검찰총장의 힘이 너무 빠졌기 때문에 대검 중수부가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검찰 내부에서나 법조계에서는 중수부 폐지가 막강한 검찰의 힘을 줄이기 위한 것이었지만 결과적으로는 검찰의 힘은 빠지지 않고 검찰총장의 힘만 빠지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 결과로 권력은 검찰총장을 통하지 않고 직거래 하는 방식으로 검찰을 좌지우지 하고 있다는 그런 우려까지 제기된다. 직거래란 절차적으로 청와대 -> 법무부장관 ->을-> 검찰총장으로 검찰을 지휘하는 걸 청와대가 서울중앙지검장과 바로 통하는 걸 말한다.
세 번째는 정치권력에 맞설 수단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검찰총장의 임기는 2년이지만 1년이 지나고 나면 힘이 빠진다고 한다. 인사권도 없고 중수부도 없는 검찰총장은 초라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검찰의 한 고위관계자는 "검찰에서 청와대에 '아니오' 라고 말 할 수 있는 사람은 검찰총장 한사람뿐"이라면서 "중수부라는 칼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천양지차"라고 말했다. 칼을 휘두르지 않더라도 갖고 있는 것과 없는 것은 큰 차이가 난다는 얘기다.
▶ 실제로 중수부가 부활될 가능성이 있는 거냐? = 현재로서는 거의 없다. 왜냐? 2012년 대선 직전에 일어났던 '검난' 기억하나? 현직 검찰총장을 참모들이 퇴진을 요구하는 검찰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졌었다.
한상대 전 검찰총장 (사진=자료사진)
당시 한상대 검찰총장이 잇따라터진 검찰 추문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대검 중수부 폐지안을 들고 나왔고 이에 최재경 중수부장이 강하게 반발하자 한 총장이 감찰지시를 내리면서 검찰은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 한상대 총장은 채동욱 대검차장과 최재경 중수부장을 주축으로 핵심참모들의 반발에 쫓겨나다시피 물러나는 수모를 겪었다.
그리고 대선에서 대검 중수부 폐지는 여.야 모두의 공약이었다.
물론 대검 중수부가 폐지된 결정적인 사건은 중수부가 노무현 전 대통령을 수사하면서 피의사실을 공표하고 여론수사를 하면서 죽음으로 내몰았기 때문이기도하다.
지금 상황에서 대검 중수부 부활은 시기적으로도 또 구조적으로도 맞지 않다는 것이 법조계의 진단이다.
특수수사통으로 검사장을 지낸 한 변호사는 "중수부의 막연한 부활은 시대흐름과 맞지않고 의미도 없다"면서 "검찰총장이 칼을 가지려고 하기 보다는 올바르게 하겠다는 검사들의 신망과 존경을 받는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사진=자료사진)
▶ 그런데 왜 중수부 부활을 꿈꾼다고 하는 거냐?= 폐지된 중수부 부활을 언급할 정도로 검찰조직이 외풍에 그대로 노출됐기 때문이다. 검찰 내부에서도 중수부 부활이 쉽게 이뤄지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그렇지만 지금 체제로는 검찰이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이를 바로 잡기위해서는 '중수부 부활'과 같은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사실 대검 중수부 폐지의 이유 중 하나가 '검찰총장 1인에게 과도하게 힘이 집중됐기 때문'에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그런데 검찰총장 1인에게 과도하게 집중됐던 힘이 이제는 서울중앙지검장 1인에게 과도하게 집중되고 있다.
검찰은 2013년 대검 중수부를 없애면서 서울중앙지검에 특수4부를 신설했다. 특수수사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였다. 서울중앙지검에는 30여개 수사 부서에, 250여명의 검사가 있다.
검찰은 또 정부 방위사업비리합동수사단을 서울중앙지검 산하 특별수사부로 정식 직제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수5부가 신설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여기에 서울중앙지검장이 검찰총장으로 곧바로 직행하는 길이 열려있다.
이명박 정부에서 한상대 검찰총장이 처음으로 서울중앙지검장에서 검찰총장으로 직행했다. 그리고 이번 검찰총장 인사에서도 박성재 서울중앙지검장이 최종 후보 4명에 포함됐다.
명목상 서울중앙지검장은 검찰총장의 지휘를 받아 수사를 지휘 감독하지만 검찰총장으로 직행하게 될 경우 검찰총장보다는 인사권을 가진 청와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되는 것이다.
▶ 실제로 눈치를 본다는 거냐?= 포스코 수사는 사실상 청와대가 지휘했다는 것이 검찰 안팎의 평가다.
김진태 검찰총장도 지난주 마지막 확대간부회의를 주재하면서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김 총장은 지난 3일 열린 회의에서 '총장으로서 마지막 발언'이라면서 "기업 전체를 마치 의사가 종합진단을 하듯이 수사하면 표적수사라는 비난을 초래하게 되고 수사의 공익적 목적에도 배치된다"고 말했다. 김 총장은 또 "사건관계인을 우주보다 더 무거운 인간으로 대하며 존중하고 배려해야 한다. 수사가 상대방에게는 얼마나 큰 부담과 고통을 줄 수 있는지 생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총장이 '포스코 수사'라고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이를 비판한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김진태 검찰총장 (사진=황진환 기자)
검찰의 한 고위관계자는 "김진태 총장이 평소 강조해왔던 말"이라고 했지만 다른 검찰 고위관계자는 "포스코 수사를 비판하는 말"이라고 말했다.
왜 김진태 검찰총장이 '누워서 침뱉는 격'인 포스코수사를 공개적으로 비판했을까? 검찰총장의 의지와 달리 포스코 수사가 이뤄졌다는 걸 반증하는 것이라는 게 검찰내부 사정을 잘아는 관계자들의 평가다.
고검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서울중앙지검장은 검찰총장으로 직행하고 특수수사를 지휘하는 3차장은 검사장으로 승진해야 하는 구조에서는 인사권을 가진 청와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중수부를 부활하지 않고 해결하는 방법은 없는 거냐?= 검찰 안팎에서 한결같이 대안으로 제시하는 건 서울중앙지검장을 고검장급이 아닌 지검장으로 낮춰야 한다는 것이다. 이게 근본적인 대안은 아니지만 최소한 청와대와 서울중앙지검의 직거래는 막을 수 있다는 얘기다.
한 중견법조인은 "중수부 부활은 시대흐름과 맞지 않다"면서 "대안으로 서울중앙지검장을 고검장이 아닌 지검장으로 되돌려야 한다. 권한이 몰릴수록 급수는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검찰고위직 출신 변호사도 "서울중앙지검장이 검찰총장으로 직행할 길이 열리면 총장의 말을 잘 않듣게 된다"면서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총장과 중앙지검장의 갈등과 알력이 많다"고 말했다.
검찰의 한 고위관계자는 "서울중앙지검장이 총장으로 직행하는 건 문제가 많다"면서 "중앙지검장에서 고검장을 거쳐 총장이 될 경우 2년에서 3년이 걸리는데 그동안에
지검장 시절 잘못된 수사가 드러날 수도 있고 새롭게 조명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에
무리한 수사를 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청와대로서는 검찰총장에게 힘이 집중된 것보다는 거대해진 서울중앙지검장을 직접 컨트롤 할 수 있는 게 훨씬 쉽고 편리하다.
박근혜 정부 초기 채동욱 검찰총장이 청와대의 눈치를 보지 않고 국정원의 대선개입 사건을 적극적으로 수사하면서 정통성에 흠집이 생겼고 결국 채 총장을 찍어내는 무리수를 둬야했다.
그 이후에는 검찰총장이 아닌 서울중앙지검장과 직거래를 하면서 권력의 입맛에 맞는 수사를 하도록 관여했다는 것이 법조계 안팎의 평가다.
서울중앙지검장의 원래 명칭은 서울지검장이다. 참여정부 시절인 2004년 2월 서울지방검찰청에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 바뀌었고 2005년 4월 검사장급에서 고검장급으로 격상됐다.
문제는 2011년 검찰인사에서 한상대 서울고등검사장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임명됐다. 그리고 중앙지검장에서 총장으로 직행했다. 한 총장 재직시절 검찰에 대한 평가는 최악이었다. '권력의 시녀'라는 평가를 받았고 결국은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후배들에게 쫓겨나다시피 물러났다.
▶ 상설특검법이 제정됐지 않느냐? 그걸 이용하면 되는 것 아닌가?
= 2014년 2월 28일 상설특검법과 특별감찰관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그렇지만 상설특검은 법으로만 존재할 따름이다.
말로는 상설특검이지만 아무런 기능도 하지 못하는 말그대로 제로로만 있는 '제도특검'일 따름이다.
상설특검법이 제정될 당시 논란이 '제도특검'이냐 '기구특검'이냐 하는 것이었다. 제도특검은 제도적으로는 특검을 두되 필요한 경우에만 가동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기구특검은 말그대로 상설적인 기구로 특검을 둬서 특별한 사건을 수사하도록 하자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