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김영삼 전 대통령의 국가장 영결식이 26일 오후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가운데 손명순 여사와 차남 현철 씨 등 유가족들이 헌화와 분향을 마치고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영전 앞에 바쳐진 흰 국화꽃이 거센 눈발에 흩날리고, 고인이 평소 즐겨불렀던 '청산에 살리라'가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했다.
'거산(巨山)'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의 영결식이 26일 국회 본청 앞마당에서 국가장으로 엄수됐다.
황교안 국무총리(장례위원장)와 이명박 전 대통령 내외, 김수한 전 국회의장 등 국가 주요 인사와 각계 대표 등 1만여명의 조문객이 참석해 고인의 가는 길을 기렸다.
이날 오후 1시 50분쯤 국회 본청 앞으로 김 전 대통령의 관을 실은 운구차가 들어섰다. 눈발이 흩날리는 영하의 추운 날씨에도 각계 인사들과 조문객들이 몰려들었다.
장례위원장을 맡은 황교안 국무총리는 추도사에서 "대도무문의 정치 철학과 민주주의에 대한 확고한 신념으로 우리 국민과 더불어 민주화의 길을 걸으셨다"며 김 전 대통령이 우리 정치에 미친 영향을 회고했다.
황 총리는 특히 금융실명제 도입과 군내 사조직 개혁, 공직자 재산공개, 일제잔재 청산 등 고인의 업적을 나열하며 그의 삶을 기렸다.
이어 "대통령님이 염원하셨던 평화롭고 자유롭고 번영하는 나라를 만드는 것이 오늘의 우리들이 해야 할 몫"이라면서 "이념과 종교, 지역과 계층의 모든 차이를 뛰어넘어 통합의 시대를 열겠다"고 다짐했다.
26일 오후 여의도 국회에서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의 국가장 영결식이 손명숙 여사, 차남 현철 씨 등 유가족들과 이명박 전 대통령과 김윤옥 여사,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리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뒤이어 추도사에 나선 김수한 전 국회의장은 김 전 대통령을 "한결같은 마음으로 국민을 사랑하고 국민을 섬겨오신, 진정한 문민정치가"라고 회고했다.
김 전 의장은 "초산테러, 가택연금, 국회의원 제명 등 혹독한 탄압이 자행됐지만, 잠시 살기위해 영원히 죽는 길을 택하기보다 잠시 죽지만 영원히 사는 길을 택하겠다는 대통령님의 의지를 꺾지 못했다. 군부독재에 맞선 23일간의 단식투쟁은 민주화의 결정적인 전환점이 됐다"고 했다.
말미에는 "존경하고 사랑하는 김영삼 대통령님, 참으로 수고많으셨습니다. 하나님의 품 안에서 부디 안식하소서"라며 눈물을 터뜨리기도 했다.
고인의 업적을 되새기고 서거를 추모하는 추도사가 끝난 뒤 기독교, 불교, 천주교, 원불교의 종교의식이 행해졌다.
故 김영삼 전 대통령의 국가장 영결식이 26일 오후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가운데 손명순 여사가 헌화와 분향을 마치고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손명순 여사는 김 전 대통령의 얼굴을 조금이라도 더 기억하려는 듯 영결실장에 설치된 화면에서 영정사진이 나올 때마다 눈을 떼지 못했다.
차남 현철씨는 감정이 북받치는 듯 연신 흰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쳤다.
이날 영결식에는 그동안 베일에 가려졌던 고 김영삼 대통령의 장남 은철씨가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검은색 선글라스를 착용한채 어머니 손명순 여사의 손을잡고 영결식장에 입장한 은철씨는 영결식 내내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있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장남 은철 씨와 차남 현철 씨 (사진=윤창원 기자)
고인의 업적에 대한 내용을 담아 유족들이 직접 제작한 5분 분량의 영상도 상영됐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가택연금에 항의하는 장면은 삽입됐지만, 박정희 전 대통령과의 '악연'은 소개되지 않았다.
영상이 상영되는 동안 영결식에 참석한 이들은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거나 눈을 지긋이 감는 등 차오르는 감정을 수습하는 모습이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김 전 대통령이 익살스럽게 "학실히(확실히)"라고 말하는 장면을 보고 옅은 미소를 띄기도 했다.
추모공연으로는 고인이 평소 가족모임 등에서 즐겨부르던 '청산에 살리라'를 고성현 한양대 교수가 합창단과 함께 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