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어린이집연합회 "누리예산 편성 안 되면 줄도산…단체행동 불사"
"아이는 지금 다니는 어린이집이 좋다고 하는데 누리과정 지원 예산이 편성되지 않았다니 어찌해야 할지 몰라 정말 답답하네요"
내년 어린이집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 예산 편성을 둘러싼 중앙정부와 시·도교육청, 충북도의회와 도교육청의 대립이 극에 달하면서 학부모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누리과정 예산 갈등에 내년이면 만 4세가 되는 둘째 아이를 유치원과 어린이집 중 어디로 보내야 할지 저울질해온 '직장맘' 이모(36)씨는 또다시 깊은 고민에 빠졌다.
지난 4일 도의회가 유치원 누리과정 예산도 대폭 삭감했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뒤 머릿속이 더욱 복잡해진 것이다.
이제 막 초등학교에 입학한 첫째 아이의 사교육비 지출 등으로 경제적 부담이 커진 이씨에게 누리과정 예산 지원이 불투명한 어린이집에 아이를 계속 보내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지금 다니는 어린이집을 계속 원하는 아이를 구슬러 울며 겨자 먹기로 유치원으로 옮기려고 대기명단에 이름을 올려놓았는데 유치원 누리과정 예산까지 깎인 것이다.
이씨는 "도의회가 유치원 누리과정 예산을 절반 이상 삭감 했다고 하는데 결국 유치원도 어린이집과 마찬가지로 보육료 지원이 어렵게 된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무상보육을 약속 할 때는 언제고 이제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교육청 등이 숫자놀음만 하고 있다"며 "불안해하는 학부모들은 안중에도 없는 듯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씨는 "아이가 어린이집을 옮기면 친구도 새로 사귀고 적응하느라 스트레스도 많이 받을 텐데 돈 때문에 갈팡질팡해야 한다는 현실이 너무 속상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청주 지역에서 1만4천여명의 회원을 보유한 한 육아정보 인터넷 카페에는 요즘 이씨와 같은 불안감을 호소하는 글들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누리과정 지원 정말 중단될까요', '원아모집 기간인데 결정된 게 없네요', '유치원으로 옮겨야 할까요', '하루가 멀다 하고 상황이 바뀌니…' 등 대부분 학부모의 불안감을 엿볼 수 있는 글들이다.
일선 어린이집들 역시 평행선을 달리는 누리과정을 둘러싼 갈등에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특히 교육청이 유치원 누리과정 예산은 편성하고, 어린이집 과정은 반영하지 않은 것을 두고 '200% 차별'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청주의 한 어린이집 원장은 "이미 원생 모집을 마친 유치원들에서 볼 수 있듯 '유치원 쏠림 현상'에 학부모, 아이, 보육업계 모두가 피해를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어린이집 관계자는 "모든 아이를 유치원에서 수용할 수 없으니 어린이집을 보내기야 하겠지만 충북의 보육시설 원아 충족률이 70∼80%인 것을 고려하면 원아 모집이 녹록지 않은 영세 어린이집은 결국 문을 닫으라는 얘기"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생존권이 걸린 문제이다 보니 도내 어린이집들은 당장 예산 편성권을 쥐고 있는 도교육청을 압박하며 단체 행동을 예고하고 있다.
{RELNEWS:right}임진숙 충북어린이집연합회장은 "모든 세금의 주인은 국민이며, 가장 존중받고 보호받아야 할 국민이 영유아"라며 "'보육 대란'을 막으려면 도교육청의 조속한 결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안정적인 보육실천을 위해 누리과정 예산이 정상적으로 확보될 때까지 도교육청 등을 상대로 단체행동에 나서는 등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겠다"고 덧붙였다.
내년에 필요한 충북 지역 누리과정 사업비는 유치원 과정이 459억원(35.8%), 어린이집 과정이 824억원(64.2%)인데 도교육청은 내년도 예산안에 자신들이 직접 관리·감독하는 유치원 예산만 편성했다.
도의회 교육위원회는 지난 4일 도교육청이 제출한 내년도 유치원 누리과정 사업비 459억원 가운데 297억원을 삭감하고, 이를 어린이집 누리과정 사업비로 돌릴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도교육청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누리과정 예산을 둘러싼 갈등은 좀처럼 해법을 찾지 못한 채 골만 더욱 깊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