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사에서 은거 중인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대한불교조계종 화쟁위원회가 조계사에 은신하고 있는 민주노총 한상균 위원장에게 속히 거취를 결정해 줄 것을 촉구했다.
한 위원장이 스스로 거취를 결정할 수 있도록 강제 퇴거 대신 자진 퇴거 쪽으로 입장을 정리해, 경찰의 퇴거 요청을 사실상 거부한 것으로 풀이된다.
화쟁위원장 도법 스님은 8일 오후 조계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야당은 노동관련법을 연내 처리하지 않겠다는 당론을 확정하여 밝혔다"며 "야당의 약속을 믿고 한 위원장이 자신의 거취를 조속히 결정할 것을 희망한다"고 말했다.
또 "12월 5일 2차 민중총궐기 집회가 평화적으로 잘 마무리된 데는 서로가 서로를 믿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라며 경찰과 정부에 "집회 성과를 잘 살려 평화로운 방식으로 문제를 풀어가 달라"고 요청했다.
일각에서 제기된 9일 오후 5시 퇴거와 관련해서는 "대화의 과정에서 여러가지 논의가 있었지만 이는 사실과 맞지 않다"고 해명했다.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조계사에서 23일째 피신 중인 8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 구은수 서울지방경찰청장이 방문해 삼배를 드린 뒤 자리를 나서고 있다. 구 경찰청장 뒤로 한상균 위원장이 머물고 있는 관음전(왼쪽 건물)이 보이고 있다. (사진=윤성호 기자)
이날 오전 조계사를 찾은 구은수 서울지방경찰청장을 만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도법 스님은 "오전 10시 30분 화쟁위원회 회의가 끝난 뒤 연락하겠다고 의견을 전달했지만 이와 관련 없이 구 청장이 와서 기자회견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RELNEWS:right}
또 경찰이 체포영장 집행 가능성을 시사한 데 대해서도 "경찰도 자신의 입장을 밝혔지만 이를 고집스럽게 밀어붙이지는 않을 것"이라며 "경찰도 저희와 함께 이 문제를 평화롭게 풀 수 있도록 간곡히 바란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민주노총 측은 "위원장의 자진출두 전에 강제조치 하지 않겠다는 화쟁위의 공식 입장을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앞서 구 청장은 이날 오전 11시 30분쯤 조계사를 찾아 "경찰은 한상균의 도피행위를 더이상 좌시할 수 없다"며 "빠른 시일 내에 자진 퇴거하지 않으면 법적 절차에 따라 영장 집행을 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오후 조계사 회화나무 합창단 소속 30여명이 한 위원장이 은신해 있는 관음전 4층까지 올라가 나오라고 소리치는 등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