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8일 오전 청와대에서 제53회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박근혜 대통령이 노동개혁 법안 처리 문제 등을 놓고 국회를 향해 연일 격한 발언을 쏟아내자 그동안 법안 통과를 위해 사력을 다했던 새누리당 의원들 사이에서 볼멘 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은 8일 국무회의에서 "국회가 명분과 이념의 프레임에 갇힌 채 기득권 집단의 대리인이 되어 청년들의 희망을 볼모로 잡고 있는 동안 우리 청년들의 고통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며 노동개혁 관련 법안 처리를 미루고 있는 국회를 강하게 비판했다.
또 "국회가 말로는 일자리 창출을 외치면서도 행동은 정반대로 노동개혁 입법을 무산시킨다면 국민의 열망은 실망과 분노가 되어 되돌아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 대통령은 전날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원유철 원내대표와 청와대 회동 자리에서도 "내년에 국민을 대하면서 선거를 치러야 되는데 정말 얼굴을 들 수 있겠느냐"며 "'뭘 했냐 도대체' 이렇게 국민들이 바라보지 않겠습니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대통령이 연이어 여야 정치권을 국회로 통칭해 싸잡아 비판하자 새누리당 의원들 사이에서는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그동안 청와대와 정부가 추진해온 노동개혁 관련 법안과 경제활성화법안 등의 처리를 위해 동분서주해왔는데 돌아온 것은 대통령의 핀잔 뿐이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의 한 의원은 "국회선진화법 체제 하에서 야당이 협조해주지 않는데 여당 혼자 법안 처리를 할 방법이 없는 것 아니냐"며 "그동안 왜 법안 처리에 매달렸는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의원은 "모 상임위에서는 야당 간사가 법안 논의조차 안하려고 해서 상임위 여당 위원이 지역구 사무실까지 찾아가서 읍소했지만 문전박대를 당했다"면서 "이런 상황을 대통령이 알기나 하는지 모르겠다"고 푸념했다.
특히, 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세가 절대적인 대구.경북(TK)과 부산.경남(PK) 등 영남지역에서는 민심까지 동요하면서 새누리당 의원들이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영남권의 한 의원은 "지역에 가면 왜 대통령이 저렇게 법안을 처리하라고 하는데 제대로 안하느냐고 욕을 먹는다"면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이런 반응이 나오니까 힘이 안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