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구 획정과 쟁점법안의 처리를 위한 여야 지도부의 20일 회동이 결국 결렬됐다.
여야는 상임위원회를 21일부터 정상가동하기로는 했지만 쟁점을 둘러싼 여야의 입장차가 워낙 커 열하루 남은 연말까지의 정국 역시 냉기류가 이어질 전망이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원유철 원내대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와 이종걸 원내대표 등 여야 지도부는 20일 오후 국회에서 2+2 회동을 갖고 선거구 획정과 쟁점법안의 처리문제를 논의했지만 한시간여만에 결렬됐다.
여야는 그러나 경제활성화법과 북한인권법, 테러방지법 등 일부 쟁점법률의 처리를 위한 상임위 가동을 21일부터 시작하기로 합의했다.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CBS 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상임위 가동을 21일부터 시작하기로 했다"면서 "이는 형식적으로 가동하는것이 아니라 보다 진전된 안을 가지고 와서 실질적으로 논의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쟁점법률은 각 상임위에서 월요일부터 즉각 논의해서 합의에 노력하기로 했다"면서 "특히 북한 인권법에 대해서는 더 적극적으로 합의에 노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원내대표는 "테러방지법은 정보위에서 사보임 문제가 해결돼야 논의할 수 있다는 주장을 했고 원유철 원내대표는 소극적 입장이지만 김무성 대표는 적극적으로 풀어볼 공간을 내줬다"고 덧붙였다.
북한 인권법에 대해서는 여야가 거의 의견접근을 이뤘다는 의미로 해석되고 다른 상임위 들은 실질적인 법안심사가 되도록 한다는데 의견을 모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에따라 22일과 28일 본회의에서는 여야가 합의하는 일부 법안들에 대한 분리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여야가 이렇게 쟁점법안 가운데 일부에 대해서는 견해차를 상당히 좁힌 것으로 보이지만 노동개혁 법안 등의 처리를 두고는 이견을 좀처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파견법과 기간제법 등 노동개혁 5법 가운데 일부에 대해서는 어렵지만 다른 법에 대해서는 처리가능하다는 입장이지만 새누리당의 생각은 조금 달라 보인다.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노동개혁법은 5개 모두가 한꺼번에 처리돼야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면서 "일부를 나눠서 처리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새누리당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여야는 특히 선거구 획정과 관련해서는 입장차가 더욱 크다.
여야는 농어촌 의석수 감소를 최소화 하기 위해서는 지역구 의석수를 현행 246석에서 253석으로 7석 늘려야 한다는데는 뜻을 같이했지만 이렇게 해서 줄어드는 비례대표 의석 7석을 배분할 비례성 강화방안을 두고는 여전히 골이 깊다.
새누리당은 현재와 같이 정당별 득표율에 따라 단순하게 의석을 배분하자는 입장인 반면 야당은 연동형 비례대표를 주장하고 있다.
특히 20일 회동에서는 야당이 3-5%를 득표한 소수정당에 비례의석 3석을 우선배분하고 나머지를 가지고 득표율에 따라 배분하자는 안을 제시했다.
또 정당득표율이 5% 이상이면 5석을 우선 배분하는 방안이기도 하다.
김태년 새정치연합 정개특위 간사는 "정의당에서 정당득표율 3-5%에 대해 비례의석 3석을 우선 배분하고 나머지 의석은 현행처럼 정당별 득표에 따라 배분하자는 수정안을 냈다"면서 "새누리당이 답을 주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에대해 새누리당의 한 핵심관계자는 "이 방안 역시 안철수 전 새정치연합 공동대표가 탈당후 신당창당을 준비중이고 천정배 신당까지 감안한다면 3-5%를 득표한 군소정당에 대해 3석을 우선 배분하는 방안은 원론적으로는 의미가 있다"면서도 "정의당과 안철수 신당 등을 고려할 경우 비례의석을 나눠야할 정당이 너무 많다"고 말했다.
3% 이상 5% 이하를 득표하는 정당이 3-4곳 이상 나올 경우 30여석만을 대상으로 정당득표율에 따라 배분하게 돼 있어 각 정당에 할당되는 비례대표 숫자가 확 줄어들 수 있다는게 문제로 해석된다.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의 양당 체제에 정의당이라는 소수당이 존재할때에는 '일부 연동형'의 비례배분 방식을 생각해 볼 여지가 있었지만 안철수 의원의 탈당으로 새로운 정당의 출범이 예상되고 안철수 신당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면서 3-5% 득표의 군소정당이 두어곳이 된다면 지역구 의석 때문에 그렇지 않아도 줄게될 비례대표 의석을 확보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판단을 여야 거대 정당들이 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