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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文·安, 싸워 이기려면 '오월(吳越)전쟁'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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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럼] 文·安, 싸워 이기려면 '오월(吳越)전쟁'처럼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 무소속 안철수 의원 (사진=윤창원 기자)

     

    야당이 오리무중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한 안철수 무소속 의원은 독자 신당 창당에 나섰고 문재인 대표는 정면 돌파를 위해 추가 탈당 저지와 당내 지지층 확대에 전력을 쏟고 있다. 내년 4월 총선과 2017년 12월 대선에서 힘을 합쳐도 될까 말까인데, 작심하고 갈라섰으니 야당 꼴이 서로 싸우다 물에 빠진 생쥐 모양새다. 두 정치인의 분열을 보자니 문득 춘추시대 마지막 패권다툼을 벌인 ‘오월(吳越)전쟁’의 아이러니와 교훈이 떠오른다.

    먼저 오나라 왕 부차(夫差) 이야기부터 시작하자. 부차 왕은 아버지 합려(闔廬)의 유언을 잊지 않기 위해 따뜻한 요를 버리고 섶에 누워 잠을 자며 보복의 칼을 갈았다. 와신(臥薪)의 세월이었다. 아버지가 월나라와 벌인 전쟁에서 죽기 전에 남긴 유언은 ‘월나라 왕 구천(句踐)이 네 아비를 죽인 것을 잊지 마라’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월나라 구천 왕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그는 오나라 부차 왕이 아버지 합려의 유언을 지키기 위해 복수를 준비하고 있다는 소문을 듣고 먼저 공격한다. 그러나 전투에서 패배해 오히려 부차 왕에게 항복한다. 구천 왕은 그 때 당한 치욕을 잊지 않기 위해 쓸개를 매달아 놓고 매일 식사 전 쓴 맛을 보며 복수의 칼을 간다. 상담(嘗膽)의 시간들이었다. 구천 왕은 드디어 때가 되자 오나라를 쳐 멸망시키고 부차 왕을 사로잡아 한을 푼다.

    그때 오나라를 멸망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충신 범려(范蠡)가 있었다. 구천 왕은 공을 세운 범려에게 재상 자리에 오를 것을 권하지만 범려는 사양하고 월나라를 떠난다. 그가 가는 길에 남긴 두 가지 말이 지금도 회자되고 있다.
    "구천 왕은 고생은 같이 할 수 있어도 부귀영화는 함께 할 수 없는 사람이다."
    "날아가는 새가 다 잡히면 좋은 활은 숨겨두고, 교활한 토끼가 잡히고 나면 사냥개는 삶아진다."

    물고 물리는 ‘오월전쟁’의 정황과 정치적인 속성을 들여다보면 문재인과 안철수의 리더십과 그릇의 크기 그리고 배짱 등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한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지난 21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신당 창당 계획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먼저 안 의원에게 오나라 ‘부차 왕’ 같은 기질이 있는지 궁금하다. 그가 부드러운 요가 아닌 거친 섶 위에서 잠을 자며 복수의 칼을 간 것 같은 와신(臥薪)의 독기가 있는지 보고 싶다. 문 대표에게는 월나라 ‘구천 왕’ 같은 기질이 있는지 역시 궁금하다. 그가 매달아 놓은 쓸개를 매일 혀로 핥으며 설욕을 다짐한 것 같은 상담(嘗膽)의 처절함이 있는 것인지 묻고 싶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지난 1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밝은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문 대표에게 ‘범려’와 같은 참모는 있는지도 궁금하다. 믿던 참모로부터 “고생은 같이 할 수 있어도 부귀영화는 함께 할 수 없는 사람이다”라는 소리를 듣지 않을 만큼 리더십과 관용이 있는지도 묻고 싶다. 안 의원에게도 ‘범려’와 같은 참모가 있는지 알고 싶다. 참모로부터 "날아가는 새가 다 잡히면 좋은 활은 숨겨두고, 교활한 토끼가 잡히고 나면 사냥개는 삶아진다"는 소리를 듣지 않을 만큼 포용력과 믿음을 지니고 있는 것인지 역시 궁금하다.

    춘추시대 제왕들의 흥망성쇠를 들여다보면 정치는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닌 것 같다. 때로는 교활하고 또는 몰염치하고 혹은 배반하고, 속이고, 아첨하고, 복수하고, 연합하고, 종횡하면서 결정적인 순간이 오면 상대를 사지로 몰아 죽일 수 있는 냉혈한에 강철 심장이 않고서야 어찌 정치를 하겠는가.

    그로부터 1천300여년의 장구한 세월이 흘러, 의회민주주의가 정착된 21세기 정치지형이라고 해서 달라진 것이 없다. 유형의 폭력만 가려졌을 뿐 무형의 폭력은 지금도 난무한다. 칼을 빼들고 말을 타고 달리지만 않을 뿐 ‘오월전쟁’ 때와 무엇이 다른가. 그렇다면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문재인과 안철수의 전쟁은 전쟁 같지가 않다. 두 사람의 정치력을 폄하해서가 아니라, 난세 속에 살면서도 태평성대를 꿈꾸는 백성들이 보기에 어딘지 부족해 보인다는 뜻이다. 이래가지고서야 언제 사분오열된 야권의 패자를 가릴 것이며, 언제 합종연횡으로 전열을 가다듬을 것이며, 어떻게 천하를 호령하는 ‘절대 제왕’을 이길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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