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5일 오전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박근혜 대통령은 25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면서 정부 주도의 노동개혁에 반대하는 야당과 노동계를 ‘기득권 세력’으로 규정했다. 누리과정 예산 문제로 마찰을 빚고 있는 교육감들도 ‘무책임한 세력’으로 지칭했다.
박 대통령은 “우리 아들딸들의 장래를 외면하고 나라의 미래를 내다보지 않는 정치권 일부의 기득권 세력과 노동계의 일부 기득권 세력의 개혁 저항에 조금도 흔들리지 않고 국민과 함께 개혁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노동 관련법 처리에 이견을 보이고 있는 야당, 노사정 대타협 파기를 선언한 한국노총을 겨냥한 발언이다.
박 대통령은 “불법 집회와 선동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며 노동계의 반대투쟁에 대해 타협 불가를 공식화했다. 전날 이미 “불법파업 강행시 엄정하게 책임을 추궁할 것”이라는 법무부 장관의 엄포가 나온 상태다.
누리과정에 대한 정부책임론을 펴는 시도 교육감들에 대해서는 “받을 돈은 다 받고 정작 써야 할 돈은 쓰지 않고 있다”, “(서울·경기교육청이) 55만명에 달하는 아이들과 부모들을 배려하지 않고 있다”, “방만하게 재정을 운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원칙을 지키고 있는(자체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한) 시도 교육청에는 3000억원의 예비비를 우선 배정”하겠다며 선별지원책을 냈고, 이준식 사회부총리는 즉각 해당 시도 교육청 6곳에 대한 예비비 지원 방침을 내놨다.
박 대통령의 발언에서 특징적인 것은 노동개혁의 경우 ‘우리 아들딸의 장래를 외면하는 세력’, 누리과정의 경우 ‘아이들과 부모들을 볼모로 무조건 정부 탓을 하는 무책임한 세력'으로 각각 반대파를 규정했다는 데 있다. 정치적 쟁점사항을 ‘아들딸 대 기득권’이나 ‘아이·부모 대 교육감’의 대결 구도로 접근한 셈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주 재계의 쟁점법안 입법촉구 서명운동에 동참하면서도 ‘국회(야당) 대 국민’의 대립으로 사안을 단순화한 바 있다.
여권 관계자는 “집권 후반기로 갈수록 국정 장악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그 전에 노동개혁 등 중차대한 현안을 마무리지어야 한다는 대통령의 절박성이 드러나는 것”이라며 “다만 대화와 타협이 배제된, 강압정치라는 인상이 남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