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정위원회 불참? 탈퇴와 같은 말
-당정청이 합의 위반하고 지침 강행
-대통령 서명참여? 우리가 운동해도?
-역량부족 노동자 의원, 소환도 가능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이정식 (한국노총 사무처장)
장장 360일간의 논의 후에 겨우겨우 타결이 됐던 노사정 대합의. 이 노사정 대합의를 한국노총이 넉 달 만에 전격 파기 선언했습니다. 아예 노사정 위원회에 불참하겠다는 의견까지 냈는데요. 도대체 뭐가 문제였던 건지, 직접 만나보죠. 한국노총 이정식 사무처장 연결이 돼 있습니다. 이 사무처장님, 안녕하세요.
◆ 이정식> 네, 안녕하십니까?
◇ 김현정> 우선 확인을 해 주실 부분이요. ‘노사정 위원회에 불참한다’라는 의미가 탈퇴를 의미하는 건 아니죠?
◆ 이정식> 표현이 다를 뿐인데 같은 말입니다. 그러니까 언론에서는 뭐 탈퇴라는 표현이 더 강해 보여서 그런 말을 쓰기를 좋아하는데요. 저희가 노사정 위원회에 회원으로 가입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요. 합의를 위한 기구인 노사정위원회에 불참하고 대화를 중단하겠다는 건 탈퇴라는 표현이나, 불참이라는 표현이나.. 안 한다는 뜻이죠. 같은 말입니다.
◇ 김현정> 왜 제가 질문을 드렸냐면 여러 언론에서 ‘그래도 탈퇴는 아니기 때문에 그래도 희망이 있다’라는 표현들이 나오고 있거든요. 그런데 지금 한국노총에서는 ‘사실상 불참이나 탈퇴나 같은 선상에서 놓고 본다’는 말씀이신 건가요.
◆ 이정식> 같은 말입니다.
◇ 김현정>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저는 지난 9월에 노사정 합의가 나오던 날을 생생하게 기억을 합니다. 엄청난 진통 끝에 어렵게 어렵게 합의가 나온 거였는데. 그런데 이제 와서 파기를 선언할 수밖에 없었던 결정적인 이유는 뭔가요?
◆ 이정식> 지금 날씨도 춥고 국민한테 송구스러운데, 저희는 얼마나 배신감과 분노를 느꼈으면 합의를 파기했겠습니까? 그리고 우리 조직 구성원의 핵심 중의 한 분이 분신자살을 시도했습니다. 청년실업이라든가 경제민주화라든가 대의명분 때문에 합의를 했는데 대합의를 파기한 가장 큰 이유는 정부 여당, 당정청이 9월 15일에 합의하자마자 그 다음날 합의를 파기하는 수순으로 들어갔습니다.
세 가지 법 외에 기간제법과 파견제법을 대합의에 위배해서 입법발의까지 했고요. 그 이후에 정부가 또 역시 위반해서 두 가지 지침, 그러니까 저성과자 일반해고와, 취업규칙을 쉽게 불이익 변경하겠다는 지침. 이것을 합의 위반해서 정부가 일방적으로 협의 없이 발표를 했기 때문에 이러한 결정을 한 것입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쉬운 해고라고 표현하는 저성과자 해고 문제, 그다음에 회사의 규정 바꿀 때 조건을 완화하도록 한 지침을 더 논의하자 해 놓고는 정부가 일방적으로 발표를 해 버린 것. 이게 아주 결정적인 못을 박은 거군요?
◆ 이정식> 그렇습니다. ‘지겨울 정도로 충분하게 논의하겠다.’ 뭐 ‘합의 수준의 협의를 하겠다’ 이렇게 얘기를 해놓고... 그리고 시기적으로도 입법이 마무리된 이후에 금년 초부터 하기로 했거든요? 그런데 이런 것들을 싸그리 뭉갠 거죠.
◇ 김현정> 그런데 어제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 기자회견을 보셨겠지만 뭐라고 했냐면 ‘그동안 대화합시다, 대화합시다 아무리 한국노총에다 얘기를 해도 협상 자리에 앉지도 않아서 기다리다, 기다리다 결국 안 돼서 할 수 없이 지침으로 발표를 했더니 이제 와서 일방적으로 발표한다고 매도를 하면 어떻게 하느냐?’ 이렇게 말씀하시던데요?
◆ 이정식> 정부의 얘기가 대응을 할 가치가 없습니다. 정말 치졸하다라고 생각하는데요. 제가 그 당사자입니다. 바로 정부가 시간 제한없이 충분히 논의하자라고, 합의 수준에 준하는, 즉 지겨울 정도로 협의하겠다는 걸 금년 초부터 대화하기로 했는데요. 작년 연말에 보니까 국회에서 노동법 통과가 물건너 간 것처럼 보이니까 부랴부랴 ‘협의하자, 논의하자’라고 요청을 했어요. 그 사실이 합의사항을 위배한 거라는 말입니다.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이 1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노총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사정합의 파기를 선언하고 있다. 한노총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쉬운 해고'와 '취업규칙 변경요건 완화' 등 정부의 양대 지침 추진에 반발해 9·15 노사정 대타협 파기와 함께 노사정위원회에도 불참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사진=윤성호 기자)
◇ 김현정> 그러니까 올해 초부터 대화하기로 했었다는 건가요?
◆ 이정식> 네. 올해 초부터 하기로 했고요. 그래서 1월 7일부터 노사정특위를 열기로 했었습니다. 특위에 들어가서 어떤 식으로 논의를 할 건지 논의를 하기로 했는데 작년 연말부터 갑자기...
◇ 김현정> 조르기 시작했다는 말씀이에요.
◆ 이정식> 네. 협의하자라면서 정부가 나왔는데 그 사실 자체가 합의 위반이라는 것이고요. 두 번째로는 정부에서 문자 보내가지고 ‘차 한 잔 마시죠? 볼까요?’라고 해서 저희 입장을 공문으로 ‘임시 국회의 법안처리가 끝난 다음에 합의 사항을 존중하겠다는 의지가 확인되는 순간 1월 초부터 논의하겠다. 따라서 이 문제가 해소될 때까지는 만날 수 없다, 일정도 안 난다’ 이렇게 다 문자를 보내줬어요. 그런데 무슨 수용거부? 묵묵부답?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하니 참 치졸하다라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입장이 엇갈리는군요. 청와대는 ‘지금 경제 상황이 워낙 급하니까 하다못해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에서 고개까지 숙여가면서 호소를 하지 않았느냐. 이 정도면 움직여줘야 되는 거 아니냐?’ 이런 얘기를 하던데요.
◆ 이정식> 맞는 말이죠. 그러니까 저희가 일주일간 시간을 준 거 아닙니까? 그래서 청년고용 문제라든가 경제 문제는 대의 명분에 입각해서 합의를 한 건데요. 우리가 요구하는 것을 두 달 전부터, 한 달 전부터 얘기를 했는데 국제적으로 망신이다? 그다음에 합의사항을 존중이 안 되면 앞으로 경제가 더욱 어려워질 걸로 예상이 되는데, IMF 같은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노사정 합의라는 게 뭉개지면 누가 합의를 하겠느냐. 합의 주체를 무시하는데 어떻게 합의를 하겠느냐는 거죠.
◇ 김현정> 합의 주체를 우습게 보고 있다는 말씀인가요?
◆ 이정식> 우리 위원장이 여북하면 합의사항을 준수하라고 그 엄동설한에 국회 앞에서 1인 시위를 한 달 동안 했겠습니까. 조직구성원이 분신하겠다는 데도 합의를 한 사람인데 몇 날 며칠을 고민했겠습니까?
◇ 김현정> 알겠습니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이 경제활성화 측면에서 경제단체를 중심으로 시작된 ‘민생구하기 입법촉구 천만서명운동’에 서명을 했습니다. 그리고 동참하겠다는 뜻을 밝혔는데요. 이 부분은 어떻게 보세요?
◆ 이정식> 경제를 살리자는 데에 대해서는 다들 공감을 하겠죠. 그런데 지금 대통령님이 하시는 모습은 적절치 않다고 봅니다. 경제를 살리는 것에는 공감하지만 방법은 사람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죠. 당장 저희 노동계에서 내일부터라도 야당하고 같이 해서 ‘경제살리기 2000만명 서명운동을 하겠다’라고 하면 대통령이 동참하실지 저는 모르겠는데요?
◇ 김현정> 경제단체 서명운동을 가서 서명하셨듯이 노동계가 서명운동을 하면요?
◆ 이정식> 노동계가 바라보는 경제를 살리는 시각 말입니다. 사람을 쉽게 자르고 남아 있는 사람도 불안해하면 이래 가지고 내수가 살아나지 않기 때문에 원하청이 서로 죽고 죽이는 관계가 되고요. 경제민주화가 안 되는 것을 보고 우리가 경제를 살리자고 서명운동을 한다고 하면 대통령께서 동참하실 수 있느냐? 이 얘기입니다. 우리는 2000만명도 할 수 있습니다.
◇ 김현정> 알겠습니다,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 4월 총선에서는 표로 심판하겠다’라고 어제 말씀하셨어요, 이 말인즉슨 새누리당 낙선운동 하시겠다는 말씀이신가요?
◆ 이정식> 그렇게 보셔도 무방하죠. 지금 새누리당이 노동법 개악을 주도하고 있으니까요. 다만 그 안에 한국노총 출신 의원들 중에 노동계를 위해 열심히 하고 있는 분들도 있다고 판단을 하는데요. 수도권, 서울 중심으로 선택과 집중을 통해서 박빙이 예상되는 지역구에 나가서 반노동 후보 심판투쟁을 전개할 계획입니다.
◇ 김현정> 그런데 지금 한국노총 출신으로 새누리당에 들어가 있는 의원 말씀 지금 하셨어요. 지금 청취자 질문도 들어옵니다마는 ‘총선 때 노동자 출신이 정계에 입문을 해도 들어가서 하는 역할이 너무 부족하지 않느냐? 이러면 국민들이 총선 때 노동자 출신 후보를 뽑아줄 의미가 없다’ 이런 질문들이 들어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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