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화 국회의장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20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후 국회 선진화법 개정안에 따른 중재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노컷뉴스)
정의화 국회의장이 25일 배수의 진을 쳤다.
20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정치권에서 줄기차게 제기되고 있는 '야권행(行)' 전망을 불식시켰다. 대신 여권의 요구사항인 국회선진화법(국회법) 개정을 위한 '직권상정' 절차를 거절함으로써 중도성향 의회주의자의 면모를 다시 확인시켰다.
◇ '자기 정치' 의혹 나오자 '출마 포기' 카드정 의장이 불출마를 선언하기까지 여권에서는 그에 대한 의구심과 갈등이 증폭되던 시점이었다. 새누리당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가 공공연하게 "무소속 안철수 의원 측의 국민의당(가칭) 입당을 타진하는 것 같다"고 지적하자, 정 의장은 "자꾸 그러면 천벌 받는다" 라며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다.
이날 최고위원회의도 같은 기류였다. 서청원 최고위원은 새누리당이 발의한 대로 국회법의 '직권상정' 관련 대목에 '과반 이상 찬성'을 넣으라고 압박했다. 김태호 최고위원의 경우 "망국법인 선진화법 개정의 중심에 정 의장이 있다"며 "바꾸지 않고 원망을 어찌 들으려 하느냐"고 엄포까지 놨다.
그러자 '불출마'라는 강수(强手) 맞대응이 나온 셈이다. 정 의장은 직권상정 요건 완화 요구에 대해 "과반 정당의 독재옹호법이 될 수 있다"며 강력 비판했다.
대신 국회법에 있는 신속처리 요건을 '5분의 3 찬성'에서 '과반 찬성'으로, 심의 시한도 '330일'에서 '75일'로 완화하는 대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러한 대안 역시 개정을 위해 야권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점은 매한가지다. 새누리당이 "우리 당론과 병합해서 심사할 수 있다"는 반응을 내놨지만, 이는 정 의장에 대한 '찬성'의 의미라기보다는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포함해 직권상정하자는 원론에 가깝다.
정 의장 입장에선 정치 생명을 걸더라도 여야 합의에 의한 개정, 즉 "직권상정은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것과 같다.
◇ '의회주의자' 면모 확인, 포석은?
정 의장이 소신을 꺾지 않는 배경에 대해 한 측근 인사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지금의 고집이 나중에 높게 평가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총선이 치러지고 내년 대선 정국이 찾아오는데 그때 가서 정 의장의 중도 합리주의 소신이 다시 빛을 발하게 될 것이란 정치적 판단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이 인사는 "훗날 김무성 대표가 됐든,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든 보수 진영의 대권 후보가 되기 위해선 정 의장의 의회주의 원칙이 필요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