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합의한 기업활력제고특별법(이하 원샷법)과 북한인권법의 29일 처리가 결국 무산됐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지역구 253석·비례대표 47석’으로 의견을 모은 선거구획정 등 공직선거법을 원샷법과 함께 처리할 것을 제안했고 새누리당은 이를 거부하면서 원샷법과 북한인권법의 1월 임시국회 처리는 끝내 무산됐다.
이날 오후 2시 열릴 예정이었던 본회의는 더민주 의원들이 여야 원내대표가 전날 심야 전화통화를 통해 구두 합의한 원샷법 단독 처리에 제동을 걸면서 하염없이 지연됐다.
왼쪽부터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선대위원장,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정의화 국회의장,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 김종인 “선거법부터 처리” 더민주는 의원총회를 소집해 소속 의원들의 뜻을 물었고 김종인 선대위원장은 원샷법·선거법 일괄처리로 결론을 내렸다.
김 위원장은 이날 의총 직후 기자회견을 열어 “일단 선거법부터 양당이 합의해 먼저 처리하는 것을 원칙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12월 31일까지 처리했어야 할 선거법이 지금 제일 중요하고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처리돼야 할 법안”이라며 “선거법을 일차적으로 먼저 처리하고 그 다음에 여야가 합의했다는 원샷법을 처리해도 큰 무리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원샷법은 경제활성화 얘기를 붙여 시급한 것처럼 느껴지지만 앞으로 협상 절차를 통해 통과될 수 있는 방향으로 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김성수 수석대변인은 “지금 선거법과 원샷법을 논의하자고 새누리당에게 제안하는 것”이라며 “본회의를 거부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선거구 공백사태가 한달 가까이 지속되고 있는 점을 거론하며 “새누리당이 어이없게도 선거법을 뒤로 미루면서 선거법을 발목 잡는 것은 마치 더민주인양 하며 여러 법안과 연계시키는 상황은 더 견딜 수 없는 상황”이라고 새누리당을 비판했다.
왼쪽부터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 정의화 국회의장, 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원내대표 (사진=윤창원 기자)
◇ 23일 원내대표간 합의 파기…與 “의회민주주의 정면도전”하지만 더민주의 이같은 입장은 이날 본회의를 열어 원샷법과 북한인권법을 처리하기로 한 23일 여야 원내대표간 합의와 전날 원샷법만 처리하기로 한 구두 합의를 모두 깨뜨린 것이다.
새누리당은 즉각 수용 불가 입장을 보였다. 원유철 원내대표는 더민주 이종걸 원내대표와의 통화에서 “수용할 수 없다”면서 “더민주가 합의를 깬 것”이라고 못박았다.
김무성 대표도 “여야 원내대표간에 합의한 것을 이렇게 너무 쉽게 파기하다니 기가 막힌다"고 개탄했다.
새누리당은 곧바로 의원총회를 열어 더민주와 김종인 선대위원장에 대해 “국민과의 약속을 깬 무책임의 극치이자 의회민주주의에 대한 정면도전”, “더민주는 당도 아니다”, “더불어민주당이 아니라 따로따로 민주당”이라며 강하게 성토했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야당의 입장 변화를 더 이상은 기대할 수 없다”면서 “당장 정의화 국회의장을 찾아가 직권상정을 요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23일 새누리당 원유철.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원내대표가 서명한 합의문. 29일 더민주가 합의문에는 없는 공직선거법을 함께 처리할 것을 요구하면서 본회의가 열리지 못해 1, 2항이 파기됐다.
◇ 정 의장 "내주 월요일 직권상정 결심"…이종걸 "합의 파기 유감"{RELNEWS:right}당 의원들의 요구가 빗발치자 김 대표와 원 원내대표는 퇴청한 정 의장에게 전화를 걸어 소속 의원들의 뜻을 전달했다.
이에 정 의장은 “여야간에 서명한 합의문을 확인한 뒤 다음주 월요일(다음달 1일)에 직권상정을 결심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김 대표와 원 원내대표가 전했다.
한편, 더민주 이종걸 원내대표는 선거법과 원샷법의 일괄 처리를 강조하면서도 “원유철 원내대표와 합의한 내용이 일부 파기되고 약속을 지키지 못한 점에 대해 유감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당의 ‘선(先) 쟁점법안-후(後) 선거법’ 처리에 야당은 ‘선 선거법-후 쟁점법안’으로 맞서면서 1월 임시국회는 빈손으로 끝나게 됐다. 8월을 제외한 짝수달은 임시국회를 자동 소집되도록 한 국회법상 다음달 1일부터 2월 임시국회가 곧바로 시작되지만 여야의 무한대치 속에 쟁점법안과 선거구의 운명은 암울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