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마포구 동교동에 작은 카페를 인수한 김이경(37 가명)씨는 커피값 때문에 고민에 빠졌다. 오픈 행사로 한 달간 아메리카노를 1500원에 팔았다가 행사가 끝나고 정상 가격을 받으니 손님들의 발길이 뚝 떨어졌기 때문이다. 주변에 '테이크아웃'을 공략한 저가 커피숍들이 생기고 있어 위기감을 느낀 김씨는 며칠만에 다시 가격을 내렸다. 하지만 마진이 크게 남지 않아 임대료나 재료비를 빼고 나면 손에 쥐는 돈이 거의 없다.# 홍대입구역 인근에서 7년 넘게 작은 커피숍을 운영해온 이빛나(42 가명)씨는 폐업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 임대료는 계속 오르지만 매출이 예전같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손해가 나는 달이 늘었다. 저가커피숍이 번지고 빵집, 편의점 등에서도 1000원대 커피를 팔면서 경쟁이 더 치열해졌다. 이씨는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곳이 10m에 하나씩 있을 정도"라며 "가게를 계속 운영할 수 있을 지 모르겠다"고 한 숨을 내쉬었다.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자료사진)
한 잔에 1~2천원대 저가 커피숍 시장이 뜨겁다. 장기 불황에도 커피 소비는 꾸준히 늘면서 상대적으로 투자 비용이 적은 저가 커피숍 창업이 급속도로 늘고 있다. 하지만 유통업계 전문가들은 저가 커피숍이 단기간에 확산되면서 과열 경쟁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경고한다.
요리연구가, 사업가로 방송 활동을 활발하게 하고 있는 백종원씨의 커피 프랜차이즈 '빽다방'. 대용량 아메리카노를 1500원에 판매하는 파격적인 가격 전략으로 화제가 됐다. 더본코리아(대표 백종원)에 따르면 빽다방은 2014년 말 가맹점이 25개에 불과했지만 2015년 말에 415점을 돌파했다. 불과 1년 사이 전국에 4백여곳이 문을 열어 폭발적인 확장을 한 것이다.
중저가 커피숍 중 가맹점 수가 가장 많은 이디야(EDIYA)도 꾸준히 점포가 늘고 있다. 이디야의 점포 수는 2013년 말 1052호, 2014년 말 1449호, 2015년 말 1800호로 집계됐다. 거의 하루에 한 개 꼴로 매장이 생기고 있는 것이다. 이디야는 저가 마케팅 대신 합리적인 가격을 내세우면서 베이커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마케팅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이디야, 빽다방과 비슷하게 1천~2천원대 저가 커피를 공략하는 프랜차이즈 가게들도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카페루앤비, 주시, 맥카페, 마노핀, 커피식스1500원, 고다방…. 대부분 소형 공간에 테이크아웃을 위주로 판매하기 때문에 창업비용이 저렴하다.
저가커피숍 창업 상담가는 "대형 프랜차이즈의 경우 창업비용이 평균 5억원 이상이 들기 때문에 평범한 은퇴자 등은 엄두를 못내지만 저가 커피숍은 상대적으로 초기 창업 비용이 적기 때문에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위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일부 상권에서는 저가커피숍의 폭발적인 확산으로 인한 과열 경쟁 및 매출 하락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
특히 베이커리, 패스트푸드점을 비롯해 편의점까지 1천원대 저가 커피 마케팅에 뛰어들면서 출혈 경쟁이 심해지고 있다. 프랜차이즈가 아닌 개인이 운영하는 가게도 억지로 가격을 낮춰 손해를 보거나 일부 폐업하는 경우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유통업계 전문가들도 커피숍 경쟁이 임계치에 달하고 있다며 우려의 시선을 보낸다.
커피 관련 유통업계 종사자는 "저가 커피숍 창업이 최근 1~2년 사이에 급격하게 늘면서 과열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며 "저가 커피숍은 최대한 잔수를 많이 팔아 '박리다매'식으로 운영돼야 하는데 소비가 따라가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진단했다.
또 다른 커피 수입 전문가도 "저가 커피숍은 박리다매를 위해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점포를 열어야 승산이 있지만 그만큼 임대료가 만만치 않고 커피의 질도 떨어질 수 있다"며 "커피에 대해 잘 모르는 일반인들이 섣부르게 창업에 도전했다가 실패한 사례도 꽤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