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0일 대북제재의 일환으로 개성공단 가동 중단을 발표한 가운데 11일 오전 도라산 남북출입국사무소를 통해 차량들이 철수작업 등을 위해 개성공단으로 향했다. (사진= 윤창원 기자)
박근혜 정부는 개성공단 폐쇄를 선언하며 "개성공단 전면중단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경제 규모에 비해 미미한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한국개발연구원 김성태 연구위원은 "정치적 의미는 있지만, 우리 경제에는 큰 영향을 줄 수 없다는 데 동의한다"면서도 "정치적 긴장상태는 한동안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국책연구기관의 한 대북정책담당자도 "개성공단은 이른바 '북한 리스크'에 대한 완화장치"라며 "이번 조치 자체는 당장 큰 영향을 끼치지 않겠지만, 한미·한중 관계에 구조적 악영향을 끼치면 상황이 심각해진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정부의 홍보와 달리 개성공단 폐쇄 선언이 '장기적 악재'로 자리 잡을 위험요인은 크게 3가지로 나눌 수 있다.
◇ 맞불 작전 나선 北, 발등에 불 떨어진 南
정부가 10일 대북제재의 일환으로 개성공단 가동 중단을 발표한 가운데 11일 철수작업 등을 위해 개성공단으로 향했던 차량들이 남북출입국사무소를 통해 입경하고 있다. (사진= 윤창원 기자)
연초부터 우리 경제는 대내외 악재로 연일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수출은 물론 생산, 소비, 고용 등 모든 경제지표에 적신호가 켜졌고, 해외에서도 중국발 금융위기설, 유럽발 은행 부실 이슈, 국제유가 30달러 붕괴 등 각종 악재가 잇따르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반도 위기까지 맞물리면 사태가 더 심각해질 수 있다는 것.
경실련 통일협회 김삼수 팀장은 "다시 개성공단을 정상화하더라도 남한 정부도 믿을 수 없게 됐는데 기업들이 개성공단에 투자하려 나서겠나"라고 되묻고는 "결국 남북관계에서 남한이 가졌던 당사자 역할 등 기득권까지 잃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동안 정부가 맺어온 FTA에서 개성공단에서 생산한 제품도 한국산 제품처럼 관세 혜택을 받고자 했던 노력이 물거품이 될 위기에 놓였다.
그동안 싱가포르나 인도, 페루, 아세안과의 FTA나 EFTA 해당 지역에서는 개성공단 제품을 한국산 제품으로 인정하도록 명시했지만, 아직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12월 발효된 한중 FTA에서 관세 특혜를 약속받아 개성공단 활성화를 노렸지만, 가지에서 열매를 거두기도 전에 나무뿌리를 뽑아버린 격이 됐다.
반면 정작 북한은 개성공단이 폐쇄돼도 별다른 타격을 입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경제연구원 홍순직 통일연구센터장은 "개성공단에서 북한 노동자들이 받는 월급은 150~200 달러 수준인데, 중국 등에 북한 노동자들이 진출해 송금하면 적어도 3, 400달러는 챙긴다"며 "북한이 개성공단에서 벌어들이는 돈은 다른 창구에서 충분히 회복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이 개성공단 폐쇄와 남측 자산 동결 등의 초강경 대응으로 맞불을 놓은 배경에 개성공단 운영 중단에 개의치 않겠다는 자신감이 있다는 관측이 가능한 지점이다.
◇ 성급한 核 포기 요구, '南北 치킨 게임' 부르나
정부가 10일 대북제재의 일환으로 개성공단 가동 중단을 발표한 가운데 11일 도라산 남북출입국사무소 주변으로 군 병력들이 경계를 서고 있다. (사진= 윤창원 기자)
박근혜 정부 출범 직후인 2013년 3월, 북한은 한미 연합 군사훈련 등을 문제 삼으며 약 5개월 동안 개성공단 운영을 중단했다.
이에 대해 홍 센터장은 "2013년에는 북한의 공단 운영 중단 조치에 우리가 대화하자고 회유했다"며 "이번에는 정부가 '핵 포기'라는 근본적 문제를 내걸었다"고 비교했다.
이어 "북한이 실제로 핵무장을 포기할 가능성은 작다"며 "극적인 전환점이 생겨나면 좋겠지만,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이끌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강대 허윤 국제대학원 교수도 "이번 조치는 정부가 취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제재로, 앞으로 어떤 카드를 더 내놓을 수 있을까 의문이 든다"며 "국제 공조 체제를 구축하지 않으면 출구를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울러 "박근혜 정부 외교력이 시험대에 오른 셈"이라며 "국제 공조 체제, 특히 중국의 적극적 협력을 얻어내는 여부에 박근혜 정부의 능력을 평가할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 중국의 예고된 역습… 남북 문제-사드 배치 쌍끌이 압박에 속수무책
남북 관계가 경색될 때마다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해오던 중국이 우리 발목을 잡을 가능성도 크다.
사드 배치 문제로 으름장을 놓던 중국이 본격적인 경제적 보복조치를 단행한다면 우리 외교 안보 상황은 물론 경제 영역까지도 위기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한반도 경색 문제를 놓고 중국이 '갑(甲)질'을 벌이며 사드 논의와 결부시키더라도 박근혜 정부로서는 뾰족한 대응책이 없는 상황이다.
홍 센터장은 "중국이 경제 보복을 본격화하기 시작하면 감당하기 어렵다"며 "당장 한류 관광객 '요우커'에게 '한반도는 시끄러우니 관광 자제하라'고 하면 우리 경제는 직격탄를 맞을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