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범 아이폰 잠금해제를 둘러싼 애플과 미국 연방수사국(FBI)의 공방과 관련해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가 애플 지지에 가세했다.
저커버그 CEO는 22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강연에서 "팀 쿡 애플 CEO와 애플에 상당히 공감한다"고 말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저커버그는 "(보안 조치를 우회할 수 있는) '백도어'를 요구하는 것이 보안을 향상시키는 효과적인 방식도 아니고 옳은 일도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거대한 네트워크 커뮤니티 운영자로서 테러를 비롯한 공격을 예방하도록 도울 막중한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테러 공격이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에 협조할 기회가 있다면 당연히 그 기회를 활용할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지난 16일 미국 법원이 애플에 대해 샌버너디노 총기 테러 수사를 위해 FBI에 테러범 아이폰의 잠금해제를 도우라고 명령하면서 이번 논란이 촉발된 이후 저커버그가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페이스북은 애플에 대한 법원의 요구가 "무서운 선례를 만들 수 있다"며 애플 지지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애플과 IT 기업들의 이러한 우려에 대해 미국 정부는 테러범의 아이폰 1대에만 해당하는 일회적인 조치이므로 걱정할 것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보안 전문가들은 단 한 차례라고 해도 상당히 위험한 일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전 국가안보국(NSA) 직원이자 보안업체 버트루 대표인 윌 애컬리는 "(애플이 개발한 잠금해제 소프트웨어가) 다시는 사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언"이라고 말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그는 "이 소프트웨어를 정부나 외부인이 단 한 차례라도 사용하면 애플의 보안 기능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힌트를 얻게 되고, 앞으로 악용될 위험에 놓이게 된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이 소프트웨어를 테러범 아이폰의 임시 메모리에 장착해 전원을 끄면 곧바로 삭제되도록 하는 등의 여러 조치로 소프트웨어의 악용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전문가들의 의견은 다르다.
보안기업 리질리언트 시스템의 브루스 슈나이어는 AP에 "소프트웨어는 복제가 쉽다. 그게 바로 소프트웨어의 본질"이라고 말했다.
컴퓨터 과학수사 전문가인 조너선 즈지아스키는 "수사당국이 아이폰에서 어떤 증거를 발견하면 (증거 능력을 입증하기 위해) 애플이 법원에 출석해 그 소프트웨어를 설명해야할 수도 있고 판사가 피고인측 변호사나 전문가들에게 그 소프트웨어를 검증하도록 할 수도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