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언석 기획재정부 2차관이 10일 대구 동구에 있는 첨단의료복합단지를 현장방문해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기획재정부 2차관은 한마디로 나라 곳간 열쇠를 쥐고 있는 자리다. 국가예산을 총괄하는 기재부 예산실장이 바로 2차관 아래 있다. 그런 송언석 기재부 2차관이 10일 대구를 방문했다.
기재부가 배포한 자료에 따르면, 그는 대구 동구에 있는 첨단의료복합단지를 방문한 자리에서 "이번에 (예산을) 신규지원하는 첨단임상시험센터가 2018년까지 완공될 수 있도록 차질없이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는 국가시범사업으로 지정돼 건설 중인 동대구역 복합환승센터 건설현장을 찾아서는 "전국 최초로 도입되는 동대구역 복합환승센터는 지역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며 "정부는 교통수단간 연계환승체계 등 보다 스마트하고 혁신적인 사업에 대한 지원을 늘려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송 차관이 방문한 지역은 모두 대구 동구 지역에 있는 시설이다. 그리고 대구 동구는 이른바 '진박 격전지'다. 게다가 진박 후보들은 고전 중이다.
대구 동구 을(乙) 지역구는 '배신의 정치'로 낙인찍힌 유승민 의원과 '진박' 후보인 이재만 전 대구 동구청장이 새누리당 공천을 놓고 맞붙은 지역이다. 바로 옆의 동구 갑(甲) 지역구 또한 진박 후보인 정종섭 전 행정자치부 장관이 류성걸 의원과 경합 중이다. 류 의원은 유승민 의원과 가깝다.
더욱 공교로운 것은 바로 그날 박근혜 대통령이 대구를 방문했다는 점이다. 박 대통령도 이날 오전 대구 동구에 있는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방문했다. 대통령이 방문한 지역에 나라 곳간 열쇠를 쥔 기재부 차관도 내려가 '정부의 차질없는 지원'을 약속한 셈이다.
기재부는 "오비이락(烏飛梨落)"이라고 단언했다. 송 차관이 최근 현장 행보를 활발히 하고 있는데, 이번 대구 방문도 R&D재정지원 사업 점검을 위해 이미 오래 전에 잡힌 방문 일정이고, 우연히 대통령 일정과 맞아 떨어졌다는 것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대통령 방문 일정이 잡힌 줄 알았으면 안 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더욱 공교로운 것은 비슷한 설명이 청와대에서도 있었다는 점.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의 국정 행보를 가지고 의심하는 것은 지나치다. 그러면 대구는 아예 가지도 말아야 하느냐"고 말했다.
송 차관의 대구 방문 일정이 기자들에게 공식적으로 알려진 것은 바로 전날인 9일 낮이었다. 참으로 공교로운 오비이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