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체포영장 유효기간 만료를 하루 앞둔 5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보수단체가 대통령 체포 및 탄핵 반대 집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시한이 6일 만료되는 가운데, 국민의힘은 탄핵을 방어하기 위해 거리로 나서고 있다.
10명 안팎의 의원들이 주말 사이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주도한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했고, 다수 의원들이 당 차원의 별도 장외집회를 요청하고 있다. 전 목사로 대표되는 이른바 '광화문' 세력에 합세하는 의원들은 더 늘어날 공산이 크다.
극우 세력과 손 잡는 이 같은 움직임은 윤 대통령의 방어 논리와 궤를 같이 한다. 자신의 안위를 위해 탄핵 찬반으로 나뉘어 국론이 분열되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 행태와 같이 "일단 보수가 결집해야 내가 살 수 있다"는 이기심과 당파성이 결합된 형태다.
이와 맞물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 등은 "공수처의 체포시도와 법원의 영장 발부는 월권", "내란죄 삭제는 헌법재판소와 민주당의 짬짜미"라는 과격한 주장을 펴고 있다.
윤 대통령뿐 아니라 당 지도부 역시 탄핵을 늦추려는, '법꾸라지' 전략으로 힘을 합치는 모양새다.
조기 대선에 대비해 중도층을 공략해야 한다는 상식에도, 당은 여전히 '콘크리트 지지층' 잡기에 매몰돼 있다. 수도권 지역구 및 일부 소장파 의원들을 중심으로는 '윤 대통령과 선을 그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려다가도 주류 의원들의 기세에 눌리는 분위기다.
尹 방어 위해 전광훈과 손 잡은 與…내부선 "장외 집회 나서자"
전광훈 목사. 연합뉴스5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국민의힘 내부에선 윤 대통령 탄핵 정국 대응과 관련해 장외 집회도 불사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앞서 김민전, 윤상현, 박준태 의원 등은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 영장 집행이 있었던 지난 3일 공수처에 항의하기 위해 각각 직접 용산구 관저 앞 집회 현장을 찾았다.
윤상현 의원은 이날 "현직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은 헌법과 법치주의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일"이라며 윤 대통령 방어에 앞장섰다.
지난 4일 열린 의원총회에서도 공수처의 윤 대통령 체포 시도에 강하게 항의하면서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요구가 분출했다고 한다. 특히 일부 강경파 의원들은 자유통일당이나 전광훈 목사가 주도하는 탄핵 반대 집회와 사실상 결을 같이 하는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이날 의원총회를 마친 뒤 이철규·김민전·이인선·조배숙·임종득·박성민·구자근·강승규 등 10명 안팎의 여당 의원들은 전 목사가 주도하는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해 "사기탄핵이 분명하다", "좌파들의 내란 선동에 굴복해 죄송하다"고 소리쳤다.
당내 일각에선 대통령 관저나 광화문 광장에서 집회 중인 보수단체들과 연대하는 형태가 아닌, 소속 의원들과 당원들이 따로 모여 집회를 여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윤 대통령의 탄핵을 맹목적으로 막는 정당이라는 이미지와는 선을 그어야 한다는 취지다.
다만 신동욱 원내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논의 결과) 개별적으로 (집회에) 가는 분들을 가라, 가지 말라 할 것이 아니다"라며 "개인 판단에 따르기로 했다"고 밝혔다.
일부 소장파 의원들 사이에선 당이 윤 대통령과 선을 그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한동훈 대표 사퇴 이후 이들의 목소리는 전혀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특히 탄핵안 표결 이후 당내 강경파 의원들의 압박에 완전히 위축된 모습이다.
제멋대로 '법치주의' 내세워 尹탄핵 방어 앞장서는 與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이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원과 중진의원의 연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당 지도부를 중심으로는 '법치주의 원칙'을 내세워 윤 대통령 탄핵 방탄을 위한 명분을 만들어내며 강경 대응에 힘을 보태고 있다.
먼저 야당 주도의 국회 탄핵소추단이 탄핵 심판에서 "형법상 내란죄에 해당한다는 주장을 철회하겠다"고 한 것을 두고 여당은 "민주당과 헌법재판소가 짬짜미 했다"며 논란을 키우고 있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5일 중진 연석회의에서 "민주당 탄핵사유에서 내란죄를 제외하고자 한 것은 국회 탄핵소추안 의결이 졸속인 사기탄핵이고 거짓으로 국민을 선동한 것을 인정한 것"이라며 "국회 탄핵 재의결을 해야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같은 날 오후 윤상현 의원도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 성향의 헌법재판관이 민주당 주도의 국회 탄핵소추단에 먼저 탄핵 소추 사유에서 내란죄 철회를 권유했다는 설이 나돌면서 민주당과 헌재 사이에 짬짜미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며 "심각한 정치적 중립성 위반과 절차적 정당성 훼손"이라고 했다.
특히 권성동 원내대표는 과거 자신의 발언을 스스로 뒤집으면서까지 방탄 논리 만들기에 집중하고 있다.
그는 지난 4일 "헌법재판소는 졸속으로 작성된 탄핵소추문을 각하하고, 다시 제대로 된 소추문으로 국회 재의결을 해야 한다"며 반발한 바 있는데, 이는 과거 자신이 박근혜 전 대통령 국회 탄핵소추위원장으로서 했던 행위와 정면 배치된다.
앞서 그는 지난 2017 당시 탄핵소추위원장으로서 자신이 직접 뇌물죄, 강요죄 등 형법상 범죄를 빼고 박 전 대통령의 행위가 헌법에 위반된다는 내용으로 사유서를 재정리해 헌재에 제출한 바 있다.
또 윤 대통령의 체포영장 집행과 관련해서도 여당은 '공수처와 법원의 월권'이라는 대통령 측의 방어논리에 힘을 보태고 있다.
권 비대위원장은 이날 중진 회의에서 "윤 대통령은 현재 사실상 연금 상태"라며 "그런데도 부당하고 무리하게 영장 집행을 하고 구속까지 하겠다는 것은 대통령을 욕보이기 위한 의도이고 보여주기식 쇼"라고 했다.
윤 의원은 오동운 공수처장과 윤 대통령 체포영장을 발부한 이순형 서부지법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을 언급하기도 했다.
신동욱 원내대변인은 이날 중진회의를 마친 뒤 "수사권한 없는 수사에 대한 당위성의 문제"라며 "오늘(5일) 오후 공수처에 방문해 수사에 대해 항의 하려고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이처럼 당이 '윤석열 지키기'에 사활을 걸고 있는 배경엔 우선 지지층 결집에 더 집중해야 한다는 인식이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보인다.
결집하고 있는 '콘크리트 지지층'의 이탈을 막는 것이 중도층 확장보다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당내에선 '조기 대선'에 대한 언급조차 극도로 삼가는 분위기다.
중도층의 지지가 중요한 수도권 지역구와 일부 소장파를 중심으로는 이 같은 당의 모습에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최근 탄핵 찬성표를 던진 의원들이 사실상 당에서 고립되는 등, 자칫 배신자 소리를 듣는 것에 부담을 크게 느끼는 분위기다. 이에 당 전체가 윤석열 지키자는 강경파의 옹호론에 소극적으로 동조하는 모양새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