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대한항공 김모 부기장의 페이스북 게시물에 단 댓글. 현재는 삭제된 상태다. (페이스북 갈무리)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린 댓글이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대한항공 부기장 김모씨가 페이스북에 '여객기 조종사들이 비행 전에 뭘 볼까요'라는 제목으로 기장·부기장들의 비행 전 수행 절차를 설명한 게시물에 조 회장이 14일 오전 댓글을 달면서 노사간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김 부기장은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어느 분이 한 달에 100시간도 일하지 않으면서 억대 연봉을 받으면 불평등하다고 하시더군요"라며 국제선의 경우 비행기 이륙 최소 2시간 반 전부터 시작해 전문적인 일을 다양하게 한다는 내용으로 조종사들의 주요 업무를 자세히 설명한 글을 게시했다.
이에 조 회장은 "전문용어로 잔뜩 나열 했지만 99%는 새로운 것이 아니며, 운항 관리사가 다 브리핑 해주고 운행 중 기상의 변화가 있어도 KAL(대한항공)은 OPERATION CENTER(항공사 운항정보 센터)에서 다 분석해주고 조종사는 GO NO GO(출발 하느냐, 마느냐)만 결정하는데 힘들다고요?"라며 "자동차 운전보다 더 쉬운 AUTO PILOT(자동운항장치)로 가는데 아주 비상시에만 조종사가 필요하죠"라는 댓글을 달았다.
이어 조 회장은 "과시가 심하네요. 개가 웃어요. 마치 대서양을 최초로 무착륙 횡단한 LINDBERGH(찰스 린드버그)같은 소리를 하네요. 열심히 비행기를 타는 다수의 조종사를 욕되게 하지 마세요"라며 다소 원색적인 글을 올렸다.
SNS상에 조 회장의 댓글이 확산되자 대한항공조종사노조 등 항공사 관계자들이 실제 조 회장의 계정이 맞는지 확인하는 등 한바탕 소란이 벌어졌다. 조종사노조 측은 여러 경로를 통해 조 회장이 직접 댓글을 달았다는 것을 확인했다.
조종사노조 측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조 회장이 조종사의 명예를 실추시켰다. 원색적인 비난이 섞여 있고, 비상시에만 조종사가 필요하다는 등의 말은 허위사실 유포에 해당한다"며 법적대응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논란이 확산되자 조 회장의 댓글은 바로 삭제됐다. 하지만 인터넷을 통해 캡처된 댓글이 SNS와 온라인커뮤니티 등을 통해 유포되고 있다.
한편, 대항항공 조종사노조는 지난해 말 사측과의 교섭 결렬 선언 후 쟁의행위를 가결하고 준법투쟁에 돌입한 상태다. 이 과정에서 조종사노조 교선실장인 박종국 기장이 단협의 '24시간 이내 연속 12시간 근무 제한' 규정을 들어 비행을 거부하자 사측이 '파면' 중징계를 내리면서 노사갈등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