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신 수색은 3시간만에 성과없이 종료…내일 검침봉 수색키로
친모의 가혹행위로 숨진 의붓딸을 암매장한 계부 안모(38)씨는 26일 이뤄진 현장 검증에서 담담한 표정으로 5년 전 범행을 재연했다.
이 사건을 수사하는 청주 청원경찰서는 5년 전 안모(사망 당시 4세)양이 숨진 이후 계부 안씨가 시신을 나흘 동안 베란다에 내버려뒀다가 진천 야산에 암매장하는 과정을 이날 오전 10시부터 현장 검증했다.
사건 당시 안씨 가족이 살던 아파트에는 현재 다른 사람이 살고 있어 안양의 사망 경위나 베란다 방치 과정 현장 검증은 청주시 상당구 우암동 경찰 관사에서 이뤄졌다.
안씨는 담담한 표정으로 안양 대역인 아기 인형을 안아 들고 베란다에서 차 트렁크로 시신을 옮기는 과정, 암매장에 쓰인 삽을 사는 장면 등을 재연했다.
이어 안씨가 암매장했다고 자백한 충북 진천군 백곡면 갈월리 야산으로 옮겨 안양의 시신을 묻는 장면도 재연했다.
안씨는 묵묵히 수갑에 묶인 손으로 삽을 들어 땅을 판 뒤 파란색 이불보로 감싼 아기 인형을 묻는 장면을 재연했다. 현장 검증은 1시간 30여분 만에 종료됐다.
현장 검증을 마친 안씨는 심정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착잡하고 너무 미안하다"며 "시신을 찾고 싶은데 기억이 안 난다. 이 산은 맞는데 정확하게 지목하지 못하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안양은 2011년 12월 중순께 친모 한모(36·지난 18일 사망)씨가 대소변을 가리지 못한다며 물을 받아 놓은 욕조에 머리를 3∼4차례 집어넣어 숨진 뒤 부모에 의해 진천 야산에 암매장된 것으로 파악된다.
이 사건의 결정적 증거인 안양의 시신은 이날 수색 작업에서도 나오지 않았다.
경찰은 이날 오전 11시부터 굴착기 1대와 기동대원을 대거 투입, 진천 야산에서 안양의 시신 수습 작업을 벌였다.
경찰은 전날 한국시설안전공단의 지표면 투과 레이더(GPR)를 동원한 지질조사에서 이상 징후가 포착된 7곳과 추가 암매장 의심지점 6곳 등 13곳을 집중적으로 발굴했다.
하지만 지난 19일과 21일, 25일 세 차례 수색에 이어 이날 역시 안양의 흔적을 찾지 못했다.
결국 경찰은 더 이상의 수색 작업은 의미가 없다고 판단, 이날 오후 1시께 작업을 마치고 철수했다.
경찰은 마지막으로 오는 27일 의경들을 동원해 수색 작업을 벌였던 야산 일대를 광범위하게 검침봉 수색을 벌일 예정이다.
검침봉 수색은 기다란 쇠침으로 땅속을 찔러 살피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의심 지점은 모두 확인한 것으로 판단되는데 안씨가 여전히 암매장 장소로 진천 야산을 주장하고 있다"며 "내일 수색은 발굴보다는 검침봉으로 더 넓은 범위를 살펴보고자 한다"고 말했다.
경찰은 안씨에게 사체유기와 아동복지법상 폭행 혐의, 자살한 아내 한씨를 폭행한 폭력행위처벌법 위반 혐의를 적용, 오는 28일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친모 한씨에 대해서는 폭행치사 혐의를 적용했으나 자살함에 따라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하기로 했다.